부동산

목 좋고 비싼 땅은 화장품 매장 터, 이유는?

ngo2002 2018. 6. 5. 09:18

조선비즈 | 김수현 기자 | 입력 2018.06.04 10:01 | 수정 2018.06.04 10:01

최근 발표된 전국 개별 공시지가를 살펴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땅값 비싼 곳엔 반드시 화장품 매장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땅값 상위 10곳 중 5곳은 화장품 매장이다. 15년째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을 지키고 있는 곳도 서울 명동 한복판에 있는 화장품 판매점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으로, 올해 기준 3.3㎡당 3억원이 넘는다. 6위와 7위, 9위와 10위도 화장품 매장이다.

명동뿐 아니다. 조금이라도 상권이 형성된 곳에서 이른바 목이 좋아 임대료가 비싼 자리는 어김없이 화장품 매장이 차지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서울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네이처리퍼블릭 제공
서울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네이처리퍼블릭 제공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려면 매장의 3.3㎡당 매출액을 뜻하는 ‘평효율’이 높아야 하는데,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과 명품 업종 등의 평효율이 좋은 편이다. 제품 부피가 작은 반면 단가는 높기 때문이다.

의류 등 패션 업종과 비교하면 유행을 타지 않아 재고 소진이 쉽기도 하다. 마진이 많이 남는 상품이란 뜻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롯데면세점 화장품 마진율은 39.3~48.2%로 집계됐다. 10만원어치 화장품을 팔면 최고 4만8000원을 남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시계(30.1~38.8%)나 전자제품(21~26.5%)은 이보다 낮다.

유동인구가 많을수록 화장품 업종의 매출액이 높아진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백화점 1층에는 명품과 함께 화장품이 입점하는 것이 업계 불문율로 꼽히는 이유다.

상가 전문 디벨로퍼 네오밸류의 손지호 대표는 “화장품은 특정 제품을 사러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보다는 거리를 지나가다 매장이 보이면 우연히 들러 구입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면서 “이 때문에 화장품 매장은 거리에서 특히 잘 보이는 곳에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명동 등의 경우 화장품 매장을 두는 것 자체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매장 자체가 ‘안테나숍’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요 화장품 업체들은 명동에 매장 여러 곳을 두고 있다.

조선일보DB
조선일보DB

올해 기준 브랜드 ‘더페이스샵’과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은 5곳, 네이처리퍼블릭은 6곳을 두고 있다. ‘이니스프리’(10개), ‘에뛰드하우스’(8개), ‘아리따움’(7개) 브랜드 등을 보유한 아모레퍼시픽 매장은 더 많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한국지사 전무는 “화장품 매장은 다른 업종에 비해 매장 면적이 작은 만큼, 같은 지역이라도 3.3㎡당 임대료는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명동 상권의 3.3㎡당 평균 임대료는 250만원 안팎인데, 화장품 매장의 경우 3.3㎡당 평균 300만~350만원에 이른다.

실제로 서울시의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서울시 전체 화장품 매장이 1만7864개인데, 이중 강남구에 1980개가 몰려있다. 송파구(1001개), 서초구(928개), 마포구(887개) 등이 뒤를 잇는다. 모두 서울에서도 땅값이 비싼 곳이다.

같은 판매업종이지만 상품 성격이 다른 슈퍼마켓의 경우 강남구(367개)가 여전히 가장 많긴 하지만 강서구(315개), 송파구(297개), 동대문구(294개) 순으로 차이가 있다.

전체 도·소매 업종 점포 1곳에 하루 평균 방문하는 유동인구 수는 347명으로, 월 평균으로 환산하면 대략 1만명 정도다. 화장품 매장의 경우 월 평균 유동인구가 4만8749명로 거의 5만 명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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