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부, 후분양 준비..'계약포기', '분양가 상승' 어쩌나

ngo2002 2018. 5. 31. 07:41

데일리안 | 이정윤 기자 | 입력 2018.05.30 06:00 | 수정 2018.05.30 06:00
[데일리안 = 이정윤 기자]

이달 중 예정됐던 국토교통부의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 발표가 다음 달로 연기됐다. 정부는 후분양제를 활성화시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투기수요 차단, 부실시공 방지 등의 효과를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거 후분양을 실시했던 민영아파트에서 계약포기나 분양가 상승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때문에 오히려 서민들의 청약을 통한 내집마련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나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등은 지난 2008년 공정률 80% 단계에서 후분양으로 공급되자, 결국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선분양과는 달리 후분양은 입주까지 남은 약 6개월 남짓의 기간 동안 수억원에 달하는 분양가 전액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서울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반포자이의 경우 전체 청약당첨자 중에서 60% 가량만 계약을 진행하고, 나머지 40%는 미계약 됐다. 미계약분 중에서 약 10%의 청약부적격자를 제외하면, 나머지 청약당첨자들은 단기간 분양대금 마련에 부담을 느껴 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당시 고분양가에도 불구하고 평균 4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미뤄보면, 60%의 계약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또 과거 주변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주목받았던 은평뉴타운 아파트도 후분양 당시 자금조달 문제로 계약을 포기하는 청약당첨자들이 잇따라 속출하기도 했다.

더구나 최근 부동산 시장처럼 거래절벽 현상에 대출규제까지 강화된 상황에서 단기간 목돈마련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가점이 높은 청약통장을 갖고 있어도 분양대금 마련 문제로 청약을 포기해야하는 무주택자들이 다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후분양의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 단기간에 큰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조달 측면에서 곤란을 겪을 것”이라며 “입주시점에 맞춰서 전월세 계약을 한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므로 주거이동이 자유롭지 않다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분양의 경우 선분양보다 분양가가 비싸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반포자이는 당시 3.3㎡당 평균 3300만원에 분양됐는데, 이는 당시 주변에 있는 일반 아파트 시세가 3.3㎡당 2000만~2천500만원 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가 상당히 높게 책정된 수준이다.

최근 치열한 시공권 확보 경쟁을 벌인 재건축 사업장들에서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후분양 카드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또 건설업계는 후분양은 경제상황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여러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등 사업비 자체가 늘어난 것을 분양가에 반영하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후분양을 한다고 해도 증가하는 금융비용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며 “후분양을 하더라도 HUG의 분양보증을 신청하면 고분양가 관리를 받게 되므로 규모가 큰 사업지일수록 분양가를 높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무래도 정부는 업체보다는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지 않을까 싶다”며 “단기간에 큰 목돈을 마련해야하는 소비자들의 입장도 고려해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을 내놓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 Copyrights ⓒ (주)데일리안,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