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혼 특공 경쟁률 65대 1 기록 ‘이례적’
지난 4일부터 시행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신혼부부 대상 특별공급 비율은 당초보다 2배 늘어났다. 국민주택은 기존 15%에서 30%로 민영주택은 기존 10%에서 20%로 확대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며 "젊은 부부들이 주거문제에서 벗어나고 출산·육아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제도가 개편된 후 서울에선 영등포구 일대에 들어서는 아파트 'e편한세상 문래'와 '영등포 중흥S-클래스'가 청약 접수를 진행했다. 특공 물량이 두배 늘어난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선 전혀 예상치못한 결과가 나왔다. 공급물량이 늘어나는 까닭에 경쟁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거꾸로 경쟁률이 치솟았다. 해당 아파트들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 각각 21대 1과 15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주택형의 경쟁률은 65대 1까지 높아졌다.

신혼부부들은 좌절하는 분위기다. 내집마련의 꿈이 더 멀어진 까닭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무엇보다 자격 요건이 완화된 게 원인이다. 혼인 기간 5년 이내인 유자녀 부부에서 혼인기간 7년 이내인 무자녀부부까지 자격이 확대됐다. 민영주택은 소득 기준까지 나아졌다. 월평균 소득 제한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에서 120%로 변경됐다. 맞벌이일 경우 130%까지 신혼특공에 청약할 수 있다. 3인 가족 기준 월소득 650만원 정도다. 인터넷으로 청약이 가능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전에는 모델하우스 현장에서만 청약이 가능했다.
두 배로 늘어난 특별공급 물량도 자격 조건 완화에 따른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했다는 게 분양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오히려 특별공급 경쟁률이 일반공급 경쟁률 만큼이나 높아지면서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혼인 기간을 7년까지 확대하고 공급 순위를 자녀 유무로 결정하면서 '다자녀 부모'가 유리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택 건설지역 거주 기간이 1년 이상으로 같다면 미성년 자녀 수가 많은 사람이 당첨 확률이 높다. 대형 건설사 분양소장은 "혼인 기간이 짧은 신혼부부들은 자연스럽게 자녀 수가 적을 수 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지금 같은 경쟁률에서는 당첨 확률이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진짜' 신혼부부들의 내 집 마련은 전보다 더욱 어려워진 셈이다.
소득 기준, 신혼 기간 등이 완화되면서 기존의 집을 팔고 특별공급 신청에 도전하겠다는 수요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본래는 특별공급 신청 자격이 안됐는데 이번에 새롭게 신청 자격을 갖추게 된 신혼부부들이다. 특별공급의 경우, 무주택 기간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모집공고 전에 집을 판다면 무주택자가 되어 신청 자격을 갖추게 된다. 이런 수요까지 유입되면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 경쟁률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게 분양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일반공급과 마찬가지로 청약 전략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로 앞서 공급된 'e편한세상 문래'의 경우, 전용면적이 같더라도 타입에 따라 경쟁률 차이가 컸다. 전용 59㎡A는 24가구 모집에 601건이 접수돼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전용 59㎡B는 7가구 모집에 70명이 청약해 경쟁률이 10대 1에 그쳤다. A타입은 판상형, B타입은 탑상형 구조로 설계됐다. 분양권 전문가 박지민 씨(필명 월용이)는 "같은 단지더라도 타입에 따라 경쟁률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면서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비선호 타입에 청약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