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며칠이면 지을 수 있는 '모듈러' 주택 장점 많다
손웅익 입력 2018.02.20. 02:01 수정 2018.02.20. 09:14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은 재료를 사다가 반찬을 만들고 요리할 시간이 부족하다. 외식의 빈도가 높고 집에서 가족과 식사할 기회가 적어서 밥이나 반찬을 만드는 것이 낭비일 경우가 많다. 완제품을 사 먹는 것이 만드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다. 이렇듯 우리의 음식 문화는 이미 공산품화한 지 오래됐다.
물론 요리의 즐거움은 잃어버렸다. 집집마다 조금씩 독특한 김치 맛을 이어가는 것도 이제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삼시 세끼 준비하고 치우는 시간에서 해방되다는 것은 가히 식문화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양복을 맞춰 입을 때는 가봉이라는 절차가 있다. 처음에 몸 치수를 다 재고 재단해 양복 모양을 만든 다음 몸에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다. 이렇게 좀 귀찮은 절차와 수고를 거친 양복은 내 몸에 붙어있는 것처럼 잘 맞고 멋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기성복에 비해 비싸지만 맞춤복을 고집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사람의 체형은 변한다. 한 해만 입고 버리는 옷이라면 모르겠지만, 양복 처럼 몇 해를 입는 옷이 몸에 잘 맞으려면 그 옷을 가봉했던 시점의 체형을 유지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즉, 맞춤형 양복이 계속 맞춤형이기 위해서는 그 옷에 몸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에 반해 기성복은 내 몸과 조금의 편차가 있는 옷이다. 그러나 바지나 팔 길이를 조금 조정하는 것으로 맞춤복과 별 차이 없는 옷으로 바꿀 수 있다. 요즈음에는 몸 따로 옷 따로 사이즈를 입는 것도 개성인 시대이니 맞춤형 옷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여름 장마와 겨울 한파 등 공사 진행이 어려운 날씨가 많은 한국에선 공사 기간을 잘 지키기가 쉽지 않다. 주택 한 채를 짓는데 짧게는 3개월에서 수개월이 걸린다. 장마를 피해야 하고 혹한기를 피해야 한다. 게다가 재료의 품질을 믿을 수 없는 경우도 많고 기술자들의 기능 편차도 심하다.
반면 모듈러 주택은 제품이 균일하다. 주문부터 현장설치까지 며칠이면 가능하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도 않고 부실공사에 대해 우려를 할 필요도 없다. 그동안 건축박람회마다 다양한 디자인의 조립식 모듈러 주택이 출품됐다. 그러나 모듈러 주택이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보편화하지 못하고 아직도 전통적인 수공업 방식으로 집을 짓는 수요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조립식, 공장제작, 대량생산 등의 단어가 수요자의 전통적인 ‘집’에 대한 인식에 좀 부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공급자의 모듈러 주택에 대한 인식이라고 본다. 작은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공간적·기능적·기술적인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은 기본이고 더 중요한 것은 디자인의 완성도다. 모듈러 주택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과 더불어 꼭 갖고 싶은 디자인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좋은 제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다.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수필가 badaspa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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