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일 수면칼럼 – 뜨끈뜨끈한 침대에서 자면 숙면에 좋다고 하는데 정말일까?황병일|미라클수면연구소 대표
• 입력 : 2017.11.20 10:49:41 수정 : 2017.11.20 20:39:19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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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시골에 가면 장작불로 데워진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방에서 잠을 잤다. 그 불로 밥을 하고 소 여물도 쑤고 방마다 아침저녁으로 온기가 전해지며 추위를 녹였다. 도심에서는 보일러가 보급되기 전에는 연탄불로 방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행여나 연탄불을 꺼뜨리는 날에는 추위에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어머니는 밤에 연탄을 갈고는 공기 구멍을 약간만 열어놓았다. 오랫동안 불이 남아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아침에 갈고 오후에 갈고 하루 3번씩 새 연탄으로 바꾸셨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방 온도는 오르락 내리락 했다. 우리의 온돌 문화를 외국사람이 부러워한다. 직접 몸으로 따뜻하게 전해주고 공기 대류로 방 전체를 훈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벽면 히터로 전하는 열전도율에 비하면 월등히 높고 몸에 직접 닿기 때문에 느끼는 체감온도가 다르다. 수면에 리듬이 있듯이 체온에도 리듬이 있다. 깊은 잠에 빠진 새벽에 최저로 떨어진 체온은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아침부터 체온을 올린다. 낮에 활동하고 오후 늦은 시각 체온은 최고에 달한다. 그리고 밤부터 서서히 내려가면서 잠들기 시작한다. 정상적이고 자연스런 체온 리듬이다. 생체시계와 맞물려 체온이 리듬을 탄다. 체온이 떨어져야 잠이 든다는 애기를 들었을 것이다. 알기 쉬운 예를 들어보자. 등반 중 조난사고로 죽는 원인은 저체온증이다. 추워진 날씨로 체온이 떨어지면 잠이 오게 마련이다. 졸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쏟아지는 잠을 참지 못하고 만다. 역으로 말하면 높은 체온에서는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뛰면서 자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야간 경기로 축구경기 하면서 자는 선수가 있는가? 체온이 높다는 것은 혈액순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다. 몸을 움직이고 열량이 높거나 따뜻한 음식을 섭취할 때 나타난다. 온돌이 좋다고 해서 온도를 올리는 매트나 매트리스를 같은 제품을 무작정 사용하면 곤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온열제품이지만, 사용할 때 유의할 사항이 있다. 스스로 정상체온을 유지하지 못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자리가 따뜻해야 잠이 온다면 타이머로 새벽에 꺼졌다가 아침에 다시 켜지도록 하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온도를 최대한 낮춰 놓는 게 숙면에 도움이 된다. 몸에서 나오는 열이 더해지고 이불로 덮고 있기 때문에 체온 보호에 이상이 없다. 뜨끈한 데서 자고 몸을 지져야 개운하다고 믿고 있는 분이 있다. 뇌에 각인된 기분만 그렇게 느끼는 경우가 흔하다. 수면의 질과 건강을 체크해 보면 기분과는 동떨어진 좋지 않은 데이터가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저체온이거나 만성 두통 등으로 피곤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안타까운 사실은 잘 못된 습관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체온이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는 외부 가열로 신속히 올려야 할 때가 있다. 자칫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응급사태를 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평상시 외부 가열로 체온을 올리는 환경에 익숙해 있다면 몸이 갖고 있는 자율기능 퇴화를 불러온다. 추우면 움 추리고 더우면 땀을 배출하면서 체온을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않게 만든다. 수면강의 중 질문을 받았다. 매일같이 온열사우나, 온열 매트를 사용하는 분이었다. 좋다는 온열기구를 사용하는데, 34~35도 저체온으로 나온다면서 왜 그런지 물어왔다. 외부가열에 익숙해진 몸으로 자체 발열하는 기능이 퇴화된 현상이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듣고 사뭇 놀라고 걱정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 체온 리듬에 부합한 기능이 없는 외부 가열은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질 좋은 수면, 깊은 수면을 방해하고 다음 날 몸이 피곤한 상태로 아침을 맞게 한다. 잠자는 동안 혈액은 천천히 몸 구석 구석을 돌면서 쉬는 시간을 갖는다. 생체시계와 맞물려 움직이는 체온밸런스가 자연스럽게 건강을 지키도록 수면환경을 점검해 보자. [황병일 미라클수면연구소 대표][ⓒ 매일경제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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