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

[표지 이야기]“과장된 위험과 공포는 비약” vs “민주적 국가일수록 탈원전”

ngo2002 2017. 8. 5. 10:15


[표지 이야기]“과장된 위험과 공포는 비약” vs “민주적 국가일수록 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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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5&art_id=201708010938101#csidxe51a659663280df93af3d5336bc89dc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선봉에 선 주한규 교수. 그동안의 친원전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양이원영 환경운동가. 두 사람이 만나 끝장토론을 벌였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55). 시쳇말로 요즘 ‘핫’한 인물이다. 탈(脫)원전에 반대하는 전국 교수 471명의 성명을 주도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이후 재개 여부를 3개월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관련, 여러 언론, 각종 토론회에서 비판의 선봉에 섰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46)은 에너지와 원전 발전, 신재생에너지 문제를 20년 가까이 다루고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다. 양이 처장은 지난 정부까지 정부의 친원전·석탄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정권이 바뀌자 공수가 바뀌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탈핵기조’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 양이원영 처장의 위치가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단체 본연의 임무가 정부 정책의 비판과 감시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토론자로 불러낸 자리는 많았다. 기자가 토론회 현장에서 두 사람의 격돌을 직접 본 경우도 6월 이후 2~3차례다. 하지만 ‘발제 5분, 토론 5분’으로 대립되는 주장의 상호 검증은 불가능했다. <주간경향>이 ‘끝장토론’이라는 이름으로 두 사람을 초청해 서로의 주장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이유다. 토론은 경향신문사 7층 주간경향 회의실에서 4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끝장토론이라고 했지만, 각자가 수십 년간 연구·주장해온 신념을 바꿀 수는 없다. 다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공론화 문제’와 원전 유지냐 탈핵이냐를 둘러싼 한국 사회 미래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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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경향」 끝장토론에 응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왼쪽)와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 김창길 기자

「주간경향」 끝장토론에 응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왼쪽)와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 김창길 기자


-일단 가볍게 질문 드릴게요, 지난해 12월에 개봉한 영화 <판도라>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것인데요. 주한규 교수는 이 영화에 대해 SNS에 비판 글을 올리셨던데,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 원자력발전소 소장을 맡았던 배우 정진영씨가 저 정도면 피폭돼 쓰러졌어야 하는데, 슈퍼맨처럼 살아서 왔다 갔다 하던데…. 

주한규 영화니까요.(웃음) 

양이원영 영화가 비현실적인 것은 많이 있었죠. 지진이 나서 원전이 폭발하는데 도로는 멀쩡하다든가. 

주한규 저는 제가 아는 분이 영화를 보고 와서 너무 슬프다고 해서 영화를 봤거든요. 처음 딱 봤을 때 격납건물이 너무 큰 거예요. 실제보다. 

-실제는 영화보다 작습니까. 

주한규 실제는 훨씬 작고 두꺼운데, 나중에 터진 것도 보면 벽은 얇게 해놓고, 첫 장면부터 너무 사실과 동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쿠시마 사건으로부터 영화의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들었습니다.

주한규 여러 겹의 안전장치가 있는데 하나도 작동시키지 않고 급작스럽게 전개시킨 것이….

양이원영 영화 차원에서 극적인 요소는 필요했을 것 같고요.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은 제가 보기에 오히려 그런 사고가 났을 때 주민들을 그렇게 가둬놓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고.(웃음)

후쿠시마 사건과 영화 <판도라> 

주한규
그렇죠. 그런 것도 관이 완전히 나쁘게 보이게 하는 것이고.

양이원영 영화가 극적인 요소가 있으니 일종의 메타포일 것이고, 영화가 정치나 전문가에 대한 신뢰의 이야기, 일반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스스로 생존에 대한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들어간 것 같고요. 사람들에게 크게 와닿았던 것은 그런 사고가 났을 때 그 많은 사람들이 피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거기서 공감을 많이 얻었죠.

/ 김창길 기자

/ 김창길 기자

주한규 영화가 만들어진 의도가 원전이 위험하다, 사고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거잖아요.

양이원영 영화가 꼭 그런 의도겠습니까. 시나리오 작가들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 중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또 세상의 부조리를 비유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또 그런 극적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하는 하나의 소재로 원전을 택한 것이지요.

주한규 탈핵 여론 확산을 목표로 하는 것이죠.

-주한규 교수 주변의 원자핵공학과 교수들이나 제자들도 그 영화를 많이 봤나요.

주한규 저는 적극 가서 그 영화를 보고 영화의 허구성을 알리라고 했어요.

-영화를 본 주변 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주한규 모르는 사람들은 정말로 눈물을 흘리고 원전이 저렇게 위험하다고 믿어요.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야 저렇게 심하게, 쉬운 말로 뻥을 칠 수 있나….

양이원영 사람들은 위험하다고 눈물을 흘리지 않아요. 거기 사람들이 죽었잖아요. 영화는 영화로 봐야지 그것에 대해서 우리 편이냐 아니냐 이런 식으로, 블랙리스트 식으로 보면 세상 사는 것이 너무 힘든 것 아닙니까. 

주한규 이성적인 사람들이라면 모르는데 대부분은 감정적으로 치우치죠.

원전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 

-여러 토론회에서 두 분이 했던 논쟁을 이어서 이야기해보죠. 예를 들어 시중에 나와 있는 책 중에 <세계 핵 사고사>라는 책이 있습니다. 책에 따르면 핵개발 초기 단계부터 피폭돼 죽은 사례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주한규 교수는 상업적 원전에서 죽은 사람이 체르노빌을 제외하고 한 명도 없다고 말하셨는데, 그건 위 책에서 언급하는 피폭사고와 판단 기준이 다른 거겠죠? 

주한규 그렇죠. 체르노빌도 많이 쳐서 60명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이후의 사망률이 늘어난 것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주한규 완전히 그것은 사실이 아니죠. 일본의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사망률이 늘어난 겁니다.

양이원영 후쿠시마 이후에 급속하게 사망률이 늘어나는 것은 일본 후쿠시마현 현립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학술지에 낸 논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특정 질병이 200~300% 증가하고 있고, 10대나 10살 미만의 아이에게 갑상선암이 급증하고 있으며, 유아 사망률과 사산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겁니다. 

주한규 그게 다 확인 안된 낭설입니다. 

양이원영 그게 저널에 나간 논문 내용이라고요. 교수님.

-고준위 핵폐기물 시설이 스웨덴과 핀란드, 특히 핀란드 온칼로에 시험적으로 지어진 것 외에 시설이 없지 않나요? 

주한규 핀란드에서 공사하고 있어요. 

양이원영 그거는 부지를 선정해 공사에 들어간 것이지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시험적으로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어요.

주한규 일단 그런 안정된 지층에 보관하면 몇천 년, 1만년까지 보관할 수 있다는 겁니다.

-고준위는 전체 반감기가 10만년이 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주한규 그렇긴 하죠. 그거에 대해서도 불만인 게, 탈핵하시는 분들이 그 10만년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후손들에게 그런 독성이 오래가는 폐기물을 넘겨주는 것이 맞냐고 하지만, 역사를 보면 인류가 이만큼 문명을 만들어낸 것이 5000년밖에 안 되었고, 그나마 급속한 과학의 발전을 가져온 것이 최근 100년입니다. 이런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후손들이 그런 존재를 알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는 10만년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10년 뒤, 30년 뒤 우리의 자식세대가 어떤 환경에서 사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지금 잘못된 판단에 의해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판단(탈핵)을 하게 되면 그게 더 문제 아닙니까.

-거꾸로이지 않습니까. 10만년 동안 현재의 문명이 그대로 간다는 보장도 없고, 현재의 인류문명이 멸망하고 다른 후손으로 대체될지도 모르는데, 그들이 그걸 알아볼 수 없을 수도 있잖아요. 

주한규 글쎄요. 

-반감기를 당길 방법이 있습니까. 

주한규 그건 있어요. 소위 핵변환이라고 해서, 현재는 경제적으로 안되고 있지만, 50년만 지나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론적인 가능성만 있지 않나요? 

주한규 실험실 수준에선 이미 했고요. 

양이원영 어떤 것을 했다고요? 그건 연구 정도 수준이고 상용화되긴 어려워요.

주한규 어렵지는 않고요. 연구를 계속하면 상용화할 수 있습니다.

/ 김창길 기자

/ 김창길 기자

-현실적으로 핵발전 후 남은 폐기물이 포화상태입니다. 고리도 그렇고, 고준위 핵폐기물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예를 들어 프랑스 아레바의 경우, 자기들이 수출한 원전의 핵폐기물도 유리화해서 수거해간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겁니까.

주한규 우리는 원형을 유지해서 수조에 넣어 보관합니다. 반감기가 지나면 핵에서 나오는 열이 어느 정도 줄어듭니다. 그러면 그것을 건식용기에 넣어서 보관합니다. 스위스에서는 이미 현실화되었어요. 그래도 열은 조금 납니다. 그러면 공랭으로 합니다.

-그건 우리가 아직 한 적이 없죠?

주한규 예. 시설을 만든 회사가 있죠.

양이원영 중수로는 지금 하고 있고요, 경수로는 아직 못하고 있어요.

주한규 원자력의 장점이 나오는 폐기물의 양이 적어요. 생산하는 전기에 비해서.

-원전 안전성 이야기를 더 한다면, 고준위 핵폐기물을 건식용기에 넣어서 어떻게 보관한다는 말인가요. 

주한규 중수로인 월성의 경우 건물 바로 옆에 따로 다른 시설은 안하고 공랭으로 열기를 밖으로 나가게 해놓고 있습니다. 

-반감기는 그대로일 것 아닙니까. 

주한규 열을 내는 것은 반감기가 짧은 것이 열을 냅니다. 반감기가 긴 것은 열은 조금 내면서 소위 알파입자 방사선을 내는 겁니다. 

-나심 탈레브라는 저자가 있습니다. <블랙스완>이라는 책을 썼는데, ‘검은 백조’라는 것이 실제로 발견되기 전까지는 있을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재앙이 그렇습니다. 결국 우리 경험으로 유추 불가능한 사건이 앞으로 빈도가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후쿠시마도 9.0 지진에 이은 쓰나미라는 시나리오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당한 것 아닙니까. 

주한규 쓰나미는 생각 못했던 거죠. 

양이원영 쓰나미가 그 지진 때문에 생긴 겁니다. 워낙 그쪽 바다가 깊기도 했고.

-향후 10만년 이내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사고가 일어날 수 있잖아요. 이전에 일반적인 사고와 인류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시설과 관련된 재해는 차원이 다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건 경제성 문제와도 이어지는데요, 다른 것 다 빼고 여기서 비용이 무한대가 됩니다. 

주한규 왜요? 

-미래에 들어갈 비용에 대한 계산이 안 되어 있잖아요.

주한규 최악의 경우 2000m 지하에 보관하는 방법이 있지요. 부지만 선정되면요.

양이원영 그게 최선의 방법이냐 논란도 있습니다. 1~2km 더 들어가면 사람이 들어갈 수 없고 기계로 처리하는데 지각이 변동되면 방법이 없습니다. 

주한규 사고가 난다면 돈이 들 수는 있습니다. 그 비용을 다 포함해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라면 하지 말아야지요. 그러면 다른 발전을 택하면 현재 원자력보다 비싸질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것 때문에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처음부터 없애는 것입니다. 어떤 게 과연 맞는지 우리가 선택해야 합니다. 

세계적 추세는 탈원전인가 원전 지속인가 

-탈원전이 대세가 아니고 지속적인 원전 건설이 추세라고 하셨는데. 중국이나 인도 등 개발도상국을 제외하고 유럽 같은 데는 아니지 않습니까.

주한규 유럽에서는 프랑스와 핀란드가 하고 있고, 영국에서는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고 있고, 미국은 4개 짓고 있고, 러시아에서도 지금 짓고 있고, 유럽 내에서는 원래 안 지었습니다.

-프랑스 아레바의 경우 원전뿐 아니라 에너지를 8개 부분으로 나눠 전력을 더 늘어나는 것을 신재생으로 감당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 같은데요.

주한규 그렇죠. 

양이원영 프랑스 아레바는 파산했잖아요. 

주한규 아직 파산 안 했잖아요. 간당간당하긴 하지만. 

양이원영 핀란드에 짓는 것 때문에 파산했어요. 

주한규 그런 면에서도 우리나라 원전산업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요.

양이원영 강화해야 하긴요. 그 뒤따라 가려고요. 기왕 말한 김에 더 말하면, 개발도상국, 국가 주도로 만들어내는 나라들, 러시아, 중국, 인도. 우리나라도 민주주의가 대폭 확대되는 것은 최근의 일이고, 국가 주도의 개발을 추진하면서 원자력발전소를 국가 주도로 추진했고, 민간이 하는 경우 경제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이고요. 미국의 99개 원전이 지원을 받지 않으면 그렇게 파산될 위기이고, 프랑스도 아레바사가 핀란드를 잘못 건드렸다가 그런 문제가 생겼는데, 원전산업이 자본집약적인 사업이다 보니까 원전이 소수에 의해 결정되고 운영됩니다. 감정적으로 거부감을 가지든, 실질적 위험이든 다수의 사람은 그런 기술을 선호하지 않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시장이 발달하거나 민주주의가 발전한 나라일수록 원전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지는 것이 대세로 보입니다. 탈원전이라면 원전 제로에 대한 비전을 분명히 한 나라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나라는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도 탈원전을 했지만, 대통령이 2079년 이야기했지만, 그 정도 되면 자연스럽게 원전은 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걸 가지고 탈원전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공론화위원회, 제대로 되고 있나 

-제일 중요한 현안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신고리 5·6호기 문제인데요, 주 교수나 성명에 동참한 교수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공사중단 여부를 시민 배심원단에게 맡기는 것이 문제라는 말씀인데요.
 

주한규 예. 

-그렇다면 대안은 뭔가 하면, 국회에 맡겨 논의를 하자는 것이죠? 지난번 장병완 국회 산자위 위원장이 주최한 토론회에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분들이 많이 참석하셨는데, 이 분들 중에 현재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양이원영 국민의당은 지난 대선 때 적극적인 탈핵 입장이었는데요.

주한규 사실 저희가 적극적으로 성명 내면서 의원들과 언론들의 인식이 바뀌었을 거예요. 그동안 몰랐던 사실이, 원전이 생각보다 덜 위험하고 좋은 부분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게 국회의원들이 입장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요. 

양이원영 교수님, 생각보다 더 순진하신 것 같아요.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의 역할이 더 컸어요.

주한규 아니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가 성명을 발표할 때 조선일보하고 MBC, 두 개밖에 없었어요. 전문매체를 제외하고는. 그때 보도할지 안 할지 몰랐는데, 어쨌든 계기가 된 것이 그 성명이었습니다. 

-어찌됐든, 5·6호기 공론화 3개월은 충분하지 않다고 두 분 다 생각하시죠?

양이원영 전문가가 포함되면 3개월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발표되는 것을 보고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위원들 중에서 공론화 전문가가 없고, 위원장님도 훌륭한 분이지만 공론화 전문가가 아니고. 

주한규 우리나라에도 공론화 전문가가 있습니까. 

양이원영 있지요. 그런데 NGO와 관련이 있다고 하면 빼고 보니까 공론화 전문가들이 다 빠졌습니다. 그러다보니까 공론화가 무엇인지 공부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공론화 시민합의제, 배심원제 다 달라요. 각각의 장단점도 있고, 시민 배심원을 뽑을 때 얼마나 공정하게 할지, 양 측 토론을 어떻게 공정하게 하고 사회적 토론에 부칠 것인지 디테일하게 할 것이 있고, 제일 중요한 것이 맨 마지막에 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데….

주한규 예를 들어 51대 49가 나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양이원영 그러니까요. 시민 배심원제라면 재판의 배심원제에서 따온 것이기 때문에 무죄인지 유죄인지만 결정하고 인원도 적어요. 그래서 합의될 때까지 토론하거든요. 그런데 공론조사는 여론조사에서 더 나아간 방법으로 현재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의 표본을 뽑는 겁니다. 거기에 정보를 제공하고 찬반 입장에 있는 사람이 토론해보고, 여론에 변화가 있는지 보는 것이에요. 그러면 처음에 국민 여론이 반영된 그룹과 이후에 숙의과정을 거친 사람들에서 변화가 생기거든요. 그러면 어느 쪽에 더 많은 변화가 생겼는지 보면서 이 사람들이 변화가 생겼으면 국민 다수가 그렇게 변할 것이다라고 해서 결정을 하는 것이죠. 그러면 그 최종 결정은 누가 하느냐, 법적인 지위가 있는 대통령이 하는 것이죠. 그러면 이게 51대 49로 나오면 51이 이기는 것으로 볼 것인지, 그런 기준을 잡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에요. 

주한규 더 중요한 것이 그러면 탈원전을 해야 할 것이냐 아니냐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필요성 같은 것을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를 것이고, 아까 공론장의 경우 국민들 모집단을 따져서 샘플이라고 하는데 딱히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탈원전에 적극적인 사람은 하지만, 이게 문제가 있다고 하는 사람은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어요.

양이원영 그거는 시민 배심원이나 패널을 뽑는 과정을 잘 몰라서 하는 것인데, 처음부터 그 비율을 정해서 뽑습니다. 신고리 5·6호기 중심으로 뽑겠지만 탈원전 이야기가 나오기는 할 겁니다. 뽑을 때는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에 맞춰 그대로 비율에 맞게 뽑습니다. 여론분포, 세대, 지역, 직업분포 다 정확하게 해서 마지막에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에 대해 서약하고 뽑습니다.

주한규 저는 신고리 4호기를 짓는데 한 번 보여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정률 29%였다고 하는데 현재 기반 다지는 정도가 진행된 겁니까.

양이원영 기반 다 다지고 콘크리트 타설 들어가는 정도였습니다. TV에서 보여주는 건물이 된 것은 신고리 3·4호기인데, 그것도 악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밑의 기반만 되어 있는 상황이고 종합공정률이라고 해서 설계와 주기기 계약이고, 이것은 이미 건설에 들어가기 전에 다 결정해서 집어넣는 것입니다. 건설공정은 10%대입니다. 이미 들어가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일종의 알박기라고 봅니다. 두 번째로 매몰비용에 집착하면 기회비용을 잃게 됩니다. 1조6000억원이 매몰비용이라고 하는데, 그 중 8000억원이 기계비용이에요. 나머지 8000억원은 주민에게 갈 돈이나 노무자에게 줄 돈인데, 그게 다 버리는 돈이라고 할 수 없죠. 

7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서울환경연합 탈핵자전거 원정대원들이 원전 신고리 5ㆍ6호기 백지화를 촉구하며 출발하고 있다. 이들은 9월 26일까지 자전거를 타고 서울시내를 돌며 탈핵 선전전을 펼칠 예정이다. / 서성일 기자

7월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서울환경연합 탈핵자전거 원정대원들이 원전 신고리 5ㆍ6호기 백지화를 촉구하며 출발하고 있다. 이들은 9월 26일까지 자전거를 타고 서울시내를 돌며 탈핵 선전전을 펼칠 예정이다. / 서성일 기자


주한규 기계를 다른 데 쓸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게 그런 게 아닙니다. 만들어놓으면 쓸 데가 없거든요. 

양이원영 UAE 있잖아요. 노형이 똑같은 것인데. 거기 3·4호기 아직 안 들어갔잖아요. 북한 KEDO에 들어갔던 증기발전기를 가져다가 울진 4·5호기에 썼잖아요. 재활용해서 쓸 수 있죠. 그러니까 8000억원도 다 버리는 게 아니고 1조원이 위약금이라고 하는데, 위약금도 협상이 가능하잖아요. 그 비용 때문에 앞으로 7조원 더 넣을 것 아닙니까. 가동하면 폐로 비용이나 폐기물 비용이 또 나올 것이고, 그러니까 그런 기회비용을 다른 데다 투자한다든가. 독일에서는 고속로를 100% 완공했다가 가동하지 않고 놀이공원으로 바꿨습니다. 고속로가 워낙 규모가 작아서 주민 포함해서 100명이 안 되었는데 놀이공원하면서 10배 이상 일하는 사람이 늘어났어요. 거기를 풍력단지를 만들든지, 미국도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건설노동자가 필요하고, 지역주민에게도 돌아가니. 

주한규 지금 말씀하신 것이 앞으로 계획해서 실행하려면 5년이 걸릴텐데. 콘크리트 타설한 것 쓸 수도 없고, 매몰비용 2조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중단하게 되면 결국은 탈원전이 그냥 되는 겁니다. 건설산업이 그냥 무너지고, 그게 더 중요한 문제이지요.

-마무리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결론이 쉽게 날 수 있는 토론은 아닐 겁니다. 오늘 토론에서 서로에게 배운 것이 조금 있나요. 

주한규 사실 오늘 놀란 게, 양이원영 처장이 20년 동안 활동하면서 공부하고 여러 지식을 축적한 것이 있는데 비약은 있어요. 

양이원영 당연하죠. 저는 그쪽 전문가가 아닌데. 

-전문가지 왜 또 아닙니까. 

양이원영 그쪽 전공한 것은 아니니까요. 

주한규 어떤 부분은 저보다 아는 것이 많으신데, 너무 상정하기 어려운 것을 하나로 묶으면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은 결국은 이게 경제문제입니다.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튼튼하게 몇 겹을 하면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것을 6.5로 할 것이냐 7.0으로 할 것인가 논의하는 것인데, 이걸 의심하고 못믿겠다고 하면….

-그래도 그런 목소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주한규 그런 목소리가 있으면 좋긴 한데, 과장된 위험과 공포로 모든 것을 덮는 건 비약이 있다고 봅니다. 

-단지 보완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기입니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이 그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고요. 앞으로 공론화위원회가 3개월 동안 진행되면 다른 자리에서 두 분이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은데, 오늘 양이원영 선생님 이야기 속에서 그런 부분이 정리되는 것은 있습니까.

주한규 탈핵 쪽에서 말하는 것이 일반 국민의 감성에 훨씬 더 잘 다가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불리한 게임이에요. 

양이원영 저희는 그렇게 평가하지 않아요. 논리가 단순하지 않고 설명하기 시작하면 말이 너무 길어요. 그게 우리의 문제라고 봅니다. 

-문제는 사람들의 상식이라는 것이 편견에 기반한 것일 수가 있어요. 탈핵하면 좋지. 그런데 대안은 없어 하는 식으로. 

 
양이원영 ‘저 사람들은 환경운동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지’ 다시 말해 무책임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실 저희에게 가장 큰 벽은 원자력 전문가 교수님이 아니라 시민입니다. 한국 사회는 과로공화국이잖아요. 한국 사회에서 지금도 힘들어 죽겠는데, 뭘 고민할 것을 더 던져주고 짜증나게 하느냐고. 사람들의 짜증지수·분노지수는 높고, 후덥지근한 여름에 다른 것 신경쓰기 싫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드는데, 나라가 전문가들과 함께 결정하면 되지, 뭘 국민들에게 하라고 하느냐고, 차라리 관심을 가진 사람들만 하면 쉽겠지만 그런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더 힘듭니다. 

-오랜 시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 글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정리 = 정상빈 인턴기자 literature09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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