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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도시 농부의 이토록 매력적인 허브

ngo2002 2014. 9. 22. 10:33

소박한 도시 농부의 이토록 매력적인 허브

여성중앙 | 입력 2014.09.18 16:34

소박한 도시 농부의
이토록 매력적인 허브


여성중앙을 통해 '구기동 라이프'를 공개한 바 있는 화가 박현정. 본업 못지않게 살림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녀의 잔잔한 일상 속 살림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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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마다 마당에서 키운 허브를 직접 따서 음식에 활용하는 박현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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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없는 공간에는 작은 화분들을 놓고 화단을 만들어 허브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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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텃밭을 가꿀 철에는 종일 쨍한 햇빛을 받아야 한다. 밖으로 나가기 전 바로 쓸 수 있도록 현관에 모자를 걸어뒀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 언덕에서 도심 속 작은 정원을 꾸미는 박현정 작가. 그녀 집의 작은 마당에는 온통 허브로 가득하다. 씨를 발아시키는 것부터 시작해 계절이 지나 싹이 나고 잎이 무성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허브들이다.

그녀가 허브를 직접 키우기 시작한 것은 양평 전원주택에 살며 마당과 텃밭을 일구면서부터다. 해마다 정성을 다해 키워낸 채소가 주는 기쁨을 알게 되자 그 관심이 자연스럽게 허브로도 옮겨지게 된 것.

"처음에는 허브티나 말린 허브를 가루 내서 요리에 향기를 더하는 용도로만 활용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텃밭 채소를 가꾸며 허브의 신선한 초록 기운 그대로를 느껴보고 싶었죠. 넓은 의미에서 허브는 우리에게 익숙한 야생초나 채소와 그리 다를 것 없잖아요."

그녀가 한창 허브를 키우는 데 재미를 들였을 때는 작업실에 있는 시간보다 마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씨앗만 있으면 흙과 햇빛, 바람, 물, 공기 같은 자연적인 요소가 절로 허브를 키워주니 무척 흥미롭고 신기한 일이었다고. 매해 허브 키우기에 성공할 때마다 종류를 하나씩 늘려가면서 지금은 바질, 루콜라, 타라곤, 오레가노를 기본으로 로즈메리, 파슬리 등 다양한 허브를 두루 키우고 있다.

허브 재배의 관건은 흙, 바람과 물

허브는 일단 향이 좋다. 게다가 싱싱한 허브는 씹는 질감과 그 자체의 맛도 일품이다. 그 때문에 오감으로 느끼는 음식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 그녀가 수많은 허브 중에서 주로 식용 허브를 키우는 이유다. "처음으로 맛을 보며 감탄한 허브는 루콜라예요. 가장 좋아하는 허브이기도 하고요. 그 매력적인 맛에 빠져 해마다 봄이 되면 루콜라 싹을 틔우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다른 허브들에 비해 기온에 민감하지 않고 발아가 잘 되거든요."

허브를 심을 때는 무엇보다도 시기가 중요하다. 아파트의 경우 보통 베란다에서 키우는데 실내이다 보니 4월 정도에도 충분히 심을 수 있지만 단독 주택에서는 야외에 내놓아야 하기에 그녀는 꽃샘추위가 완전히 가신 후 안전하게 5월에 심기도 한다고.

씨앗이 워낙에 작아 처음부터 흙에 심기보다 휴지에 발아시킨 후 흙에 옮겨 심는 것도 방법이다. "아파트에서 직접 길러본 이들 중에는 허브가 작게 자라고 마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아마도 흙 때문일 거예요. 흙은 허브가 살아가는 집과 같기에 오염되지 않고 인공적이지 않은 것을 활용해야 해요. 화원에서 사온 모종화된 화분의 흙은 인공 배양토일 가능성이 높으니 자연 그대로의 흙에 다시 심어주세요. 그리고 비료는 유기질 비료를 쓰거나 과일 껍질이나 채소 등 간이 되어 있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 쓰레기를 활용하길 추천합니다."

허브는 습기에 워낙 약한 식물이기에 습도 조절도 중요하다. 노지 텃밭에 허브가 펼쳐져 있다면 장마 기간에는 간이로 비닐이나 우산을 씌워서 습기를 조절해야 한다.

"마당에서 키우면 물을 주는 것에 민감하지 않아도 돼요. 흙 자체가 오랫동안 수분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화분은 흙의 양이 적은 만큼 조금 더 민감하게 체크해야죠. 허브에 물을 주는 시기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요. 식물은 목마르다는 것을 스스로 알리니 작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됩니다. 주의할 것은 물은 햇빛이 강할 때 말고 오전이나 해가 질 때 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햇빛이 뜨거울 때 물을 주면 뜨거운 물에 닿는 것이니 익어버리거든요."

통풍 관리도 신경쓰는 것이 좋다. 바질이나 로즈메리같이 잎이 무성한 허브는 바람이 잘 통하도록 조금씩 솎아주면서 관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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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써온 정원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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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 인퓨즈드 오일과 바질 페스토, 허브로 향을 낸 식수까지 그녀의 부엌은 허브 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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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 숨쉴 수 있도록 화분은 황토로 된 것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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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째 말린 허브는 향긋한 티로 즐길 수 있다.

일상에 풍미를 더해주는 허브의 힘

평소 "봄날의 루콜라를 먹어보지 못했으면 말을 말라"는 우스갯소리를 입에 달고 있을 만큼 그녀의 루콜라 사랑은 대단하다. "루콜라는 아침마다 올리브 오일 드레싱에 소금 약간만 있어도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재료예요. 빵에 곁들이는 '빵 반찬'으로 손색없죠."

이 외에도 허브는 종류에 따라 저마다의 역할과 매력이 있다. 바질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활용 방법대로 그녀 역시 페스토로 가장 많이 활용한다. 페스토를 만들어놓으면 파스타는 물론 볶음밥 같은 한식 요리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파슬리는 수프나 소스에 넣어서 먹으면 풍미를 더할 수 있어 좋고 타라곤과 오레가노 역시 특유의 향이 매력적이라 비니거로 만들어서 향을 즐기곤 한다.

양평에서 7년간 전원생활을 하고 서울로 다시 온 지 3년째. 예전에 비해 화단이 좁아지고 토분 텃밭 상자를 활용해야 하는 등 환경은 열악해졌지만 그녀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허브를 재배하고 있다.

"언젠가 씨앗을 심고 싹을 틔우고 있는 저를 보며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당신은 정말 농부의 아내가 되었어야 했나봐'라고요. 이런 작은 텃밭도 꾸려가자면 허리도 아프고 힘도 들어요. 그럼에도 힘들다거나 시간을 소모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정말 제 자신을 작은 농부라고 생각해서인 것 같아요."

작은 씨앗을 뿌리며 잘 자라나기를 기도하고, 싹이 돋았을 때 성취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녀의 허브 기르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녀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박현정 작가에게 배우는 허브 활용법

허브의 매력 중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식탁에 앉아 함께 풍미를 즐기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데 있다. 식용 허브를 즐기는 그녀의 방법을 소개한다.

허브 인퓨즈드 오일

각종 요리에 활용도가 높은 올리브 오일에 허브를 더하면 풍미가 더해진다. 본래는 말린 허브를 사용하지만 타라곤과 오레가노는 꽃향기가 워낙 좋아서 잘 씻은 후 하루 정도만 살짝 말려 그대로 활용한다. 고추와 마늘, 통후추를 넣으면 완성. 샐러드 드레싱, 구운 요리, 볶은 요리 등에 두루 활용할 수 있다. 자주 흔들어주고 꼭 햇빛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바질 페스토

바질 페스토는 흔히 '이탈리아 고추장'이라고 하듯 다양한 요리에 두루 활용된다. 올리브 오일, 소금, 마늘, 잣과 바질이 있으면 만들 수 있고, 기호에 따라 치즈를 넣기도 한다. 그녀의 비법은 치즈 대신 캐슈넛을 넣는 것. 조금 더 고소하면서도 바질의 담백한 맛을 훨씬 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퍼백에 다진 마늘을 보관하듯 평평하게 넣어서 냉동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먹으면 1년 내내 두고 먹을 수 있다.

허브티

민트나 오레가노는 꽃이 핀 후에 더욱 향이 강해지니 꽃과 함께 잘 말려두면 된다. 보통 그늘에서 말리라고 하지만 완전한 그늘에서는 잘 마르지 않는다. 습도가 없는 가을날 햇빛이 강할 때 펼쳐놓고 살짝 종이를 덮어두면 잘 마른다. 말린 허브는 병에 담아두면 관상용으로 좋지만 보관은 꼭 냉동으로 하는 것이 좋다. 말린 허브는 차로 우려 마시거나 가루를 내 음식에 뿌려 향기를 느껴도 좋다.

박현정 작가는…

화가인 그녀는 사물의 형상을 이미지로 재현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그녀의 또 다른 직업은 작은 농부이자 살림꾼이다. 워낙 자연적인 것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양평에서 전원생활을 즐겼던 경험 덕분이다. 현재 그녀는 구기동의 조용한 언덕에서 남편과 강아지, 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며 언젠가는 다시 자연에 가까운 곳으로 돌아갈 날을 구상하고 있다.

기획_박주선 기자 사진_문덕관(studio lamp)
여성중앙 2014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