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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열전](21) 이남준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ngo2002 2013. 8. 16. 10:08

[여의열전](21) 이남준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ㆍ소아 간이식 새 지평 등 간이식 ‘차세대 주자’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이남준 교수(42·서울대 의대 외과학교실)에게 지난 2009년은 간이식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한해였다. 국내 최초 심장사 기증자 간이식 성공과 국내 최연소 간이식 성공, 이 두가지의 중요한 의학적 쾌거를 이룬 것이다.

그해 6월29일 이 교수가 포함된 서울대병원 장기이식팀은 생후 60일된 영아의 생체간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는 이것을 국내 최연소 간이식 사례로 공인했다. 일반적으로 생체간이식은 간을 좌측엽 또는 우측엽으로 이등분해 사용하는데, 너무 어리고 몸무게가 4.4㎏에 불과할 정도로 몸집이 작은 아기의 간 전체를 제거하고 아빠의 간 8분절 중의 하나인 제3분절(135g)을 이식하는 고난도의 이식수술이었다. 또 심장사 기증자 간이식은 이 교수팀이 논문을 국내 처음 발표한 사례로, 외국의 경우 흔치않게 이뤄지지만 국내에서는 법적 문제 등으로 인해 건수가 거의 없다.

2004년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요원이 되어 줄곧 간이식팀의 일원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는 그는 이 두가지를 통해 간암 수술과 간이식, 그리고 소아 간이식의 차세대 주자로 우뚝서게 된다. 1996년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모교 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를 거쳐 2001년 외과전문의를 취득한 뒤 1년간 펠로(전임의)과정을 마치고, 다시 2002년 서울대병원 전임의로 새출발, 간이식 의사의 길에 접어든 이후 수술실과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우다시피 한 수년간의 노력이 가져다 준 값진 결실이 아닐 수 없다.

간이식 분야의 차세대 주자인 이남준 교수가 최근 서울대병원 외과 회의실에서 ‘여의열전’ 인터뷰를 마친 후 사진을 찍었다. 그의 뒤로 액자사진으로 배열된 정년퇴임 교수들, 일명 ‘외과의 전설들’이 보인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생후 60일 된 영아 간이식 성공…국내 최연소 환자 수술 공인

간이식은 의료의 종합예술인 장기이식 중에서도 고난도 수술이다. 이 교수는 40대 초반의 나이에 간이식 분야에서 교육, 연구, 진료의 3박자를 겸비한 의학자의 기틀을 갖추었다. 주요 수상실적과 학회 활동, 그리고 임상 실적이 이 같은 위상을 대변해 준다.

이 교수팀은 연간 170건 이상의 간이식을 시행하고, 2011년부터는 이 교수가 서울대병원 소아간이식을 전담하고 있다. 간암 환자 등에 대한 간 절제술도 연간 100여건에 이른다. 2008년 대한외과학회 연강학술상, 제14차 국제간이식학회 어워드에 이어 2011년 대한임상종양학회 춘계 학술대회 우수논문상(구연부문), 2012년 대한임상종양학회 학술대회 우수논문상(구연부문) 및 한국간담췌외과학회지 간 분야 최우수 논문상, 그리고 같은 해에 대한외과학회 젊은 연구자 논문상 등 최근 몇년 사이에만도 여러개의 상을 받았다. 벌써 150여 건의 간암, 간이식 관련 논문을 국내외 학회지에 발표했고 간담췌외과학 교과서와 외과학 교과서 집필진이기도 하다.

여의열전 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긴 듯 미소짓고 있는 이남준 교수. 김정근기자 jeongk@kyunghyang.com


현재 대한이식학회 학술위원 및 국제위원, 대한외과학회 교과서 편찬위원, 대한 간학회 간질환백서 편찬위원, 대한임상종양학회 교육수련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학생 때부터 외과가 의사로서 역할을 두루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외과 의사가 되어 슈바이처 박사처럼 오지에 나가서 의료봉사를 하고 싶다는 계획도 세웠었죠. 서울대병원에는 간이식을 공부하러 왔는데, 간이식의 권위자인 서경석 교수(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께서 많이 이끌어 주셔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의 사부님입니다.”

이 교수는 의대생 때 스승이었던 분당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한호성 교수, 마이크로서저리(미세혈관수술기법)를 ‘족집게 과외’로 전수해 준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민경원 교수, 수술실에서 동고동락하는 이광웅 교수, 간이식의 개척자이며 권위자인 이승규 교수(서울아산병원) 등의 도움과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간이식팀 의료진. 왼쪽에서 세번째가 이남준 교수다. 서울대병원 제공


간암 수술을 하는 동안 이남준 교수의 눈빛이 진지하게 빛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이 교수의 부친 이성원씨는 건설회사를 운영하다 50세에 회사를 접고 사재를 털어 청소년재단을 만들었다. 지역 청소년과 군부대 등에 책을 기증하는 단체다. 모친 민용자씨도 같이 활동한다. 남편은 ‘모던 도예가’인 황승욱 작가다. 이화의료원에서 전임의로 봉직할 때 만났고,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인 두 아들을 두었다.

“부모님은 자녀들(2녀 1남)에게 ‘사회에서 얻은 만큼 사회에 환원하라’고 늘 강조하셨어요. 아버지로부터 찬찬히 생각하고 원리를 이해하는 자세를 배웠고, 밝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은 어머니를 본받은 것입니다.

가족은 어려울 때 힘을 얻는 원천이죠. 간이식을 하며 부모자식이나 형제간에 간을 떼어주는 ‘조건 없는 사랑’을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고 있어요.”

이 교수는 ‘꾸준한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다’는 꾸준함과 성실성, 상대편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생활신조로 하고 있다. 좋아하는 역사적 인물은 이순신 장군인데, 늘 깊이 생각하고 성실한 자세로 나라를 구한 점에 깊은 존경심이 우러난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오병희 병원장(순환기내과)은 “이남준 교수는 평소 성실한 자세와 우수한 수술기법을 바탕으로 동료 및 후배 의사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환자를 성심 성의껏 돌봐 보호자들에게 자상하고 친절한 의사로 정평이 나있다”면서 “여성으로서 쉽지 않는 외과, 그 중에서도 어려운 간이식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훌륭한 의사”라고 평가했다.



◆이남준 교수가 말하는 간이식의 현재와 미래

간암 환자에 대한 간 절제술을 시행하고 있는 이남준 교수팀. 서울대병원 제공

2013년은 세계 간이식 50주년, 국내 간이식 25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다. 한국의 첫 간이식은 1988년 서울대병원 외과 김수태 교수팀이 성공했다.

서울대병원 간이식팀은 지난 3월 이에 대한 기념식을 가졌다.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이남준 교수는 “간이식 적응증은 급성 혹은 만성 질환에 의한 간기능 저하로 다른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며, 간이식으로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며 “국내에서는 B형 간염에 의한 간질환과 간암 환자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1년 생존이 어려운 간부전 환자들이 간이식의 주 대상자이다. 현재 간이식 후 20년 생존율은 70%를 웃돌 정도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소아에서는 선천성 담도폐쇄증 환아가 가장 흔한 간이식 적응증이다. 소아의 대사성질환, 급성 간부전도 적응증의 일부를 차지한다.

이 교수는 “2012년 한해 동안 1244건의 간이식이 시행되었지만 아직도 70% 이상을 생체 간이식(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기증하는 형태)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뇌사자 장기기증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입력 : 2013-08-15 21:46:10수정 : 2013-08-15 22:0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