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수 미래에셋 센터장 "암호화폐, 포트폴리오 대안자산 가능성"
박응진 기자,강은성 기자,권혜정 기자
입력 2021.04.26 06:04
수정 2021.04.26 06:04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2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증권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강은성 기자,권혜정 기자 = '비트코인은 기존 전통자산인 금융·실물 자산과는 상관관계가 상당히 낮다. 그런데 포트폴리오의 기본은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을 편입하는 것이다. 코인이 하나의 대안 자산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센터원빌딩에 있는 미래에셋증권 스튜디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면서 암호(가상)화폐 열풍에 대한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서 센터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트코인이든, 무슨 코인이든간에 기존 법정통화를 상당 부분 대체해나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투자 포트폴리오 중 일부로 암호화폐 자산을 담아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꼭 비트코인이 아니어도 블록체인과 관련된 암호화폐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면서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엄청 크기 때문에 이에 올인하기보다는 비트코인 등을 담는 ETF가 나을 수 있다'고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자회사인 캐나다 ETF 운용사 '호라이즌스 ETFs'를 통해 토론토 증권거래소에 비트코인 관련 'BetaPro Inverse Bitcoin' ETF(상장지수펀드)를 출시했다.
미래에셋이 자회사를 통해 비트코인 ETF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ETF는 북미 최초로 등장한 비트코인 인버스 상품으로, 최근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에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4일 설정 이후 수익률(23일 기준)은 16.7%이다. 설정 이후 4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서 센터장은 테슬라 등 혁신기업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세계는 넓고, 좋은 주식은 많다'며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면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 주식으로 투자의 범위를 넓히라고 당부했다. 해외 유망 투자처로 미국·중국·인도 등을 꼽았다.
특히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해외 주식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매크로(거시경제) 전문가인 서 센터장은 미 연준(연방준비제도·Fed)이 본격적으로 긴축을 하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의 붐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2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증권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4.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향후 자동차 산업을 완전히 바꿀 EV(전기차) 업체들도 이제는 자율주행 등 AI(인공지능) 활용 여부에 따라 발전 속도 면에서 큰 차이가 나고 있다. 제약회사인 모더나도 클라우드, AI를 적극 활용해 임상기간을 대폭 줄였다. 이처럼 디지털 혁신을 사업에 적극적으로,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산업과 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서 센터장은 '테슬라의 주가가 적정하느냐의 논란을 떠나서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자체는 상당히 흥미로운 기업이고 인물이다. 기술적인 혁신 측면에서도 융복합을 실제로 만들어내고 있고,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도 빠르게 확장 중이다. 팬덤도 형성돼 있다'면서 '테슬라야말로 21세기에 다양한 혁신을 실제 시장에서 표현하고 있는 얼마 안 되는 좋은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2024~2025년쯤 되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업체들도 본격적으로 EV를 생산해내기 시작한다. 그 때도 테슬라가 지금과 같은 팬덤과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향후 몇 년의 추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만 하다보면 한계가 있으니,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현대차, 삼성전자도 좋지만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테슬라, 벤츠, 인텔도 있다. 이렇게 비교해봤을 때도 과연 현대차,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가 좋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세계는 넓고 좋은 주식은 많다.'
서 센터장은 개인 투자자들의 국내 위주 투자를 일컫는 '홈 바이어스'(Home Bias) 성향이 짙은 데 이를 뛰어넘어야 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뭘 사느냐가 관건인데, 가치주냐 성장주냐의 관점보다도 기술혁신을 통해 제품 단가를 낮추고 대중성과 시장성을 바탕으로 변화해가는 혁신 우량주들을 추천한다'며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시장성이 없으면 성공 못한다. 반대로 기술이 뒷받침 안 되는 시장성은 오래 가지 않아서 다 따라잡힌다. 미국이 이런 면에서 앞서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도 시장성은 압도적이다. 기술적인 차원에서는 IT와 하드웨어는 조금 더 노력해야 하지만, 소프트웨어, 바이오, 환경 관련 기술 등은 상당히 올라와있다'고 했다. 다만 올해 2분기(4~6월)부터 본격화할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압박 정책을 통한 미·중 갈등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첨언했다.
그는 '인도도 넥스트 차이나로 각광받고 있다. 인도는 전 세계 민주 국가 중 가장 많은 인구를 갖고 있고, 중국 옆에 있다'면서 '미중 갈등으로 인해 원래 인도가 갖고 있던 지정학적 장점과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생업에 쫓겨 투자전략을 세우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서 센터장은 큰 트렌드만이라도 이해하고 공부해서 그 테마의 대표주를 사거나, 대표주의 변동성에 대비해 해당 테마의 ETF를 사는 게 낫다고 했다. 글로벌 트렌드를 잘 쫓는 것은 단지 투자를 떠나서 젊은 사람들에게는 진로 결정에, 부모에게는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서 센터장은 '물론 투자가 중요하지만, 생업을 대체할 정도가 되면 안 될 것 같다'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의 근로소득을 최대한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노후대비 자산관리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이 22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증권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4.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2% 초반을 적어도 2~3년 유지되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연준이 보고 움직이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미치는 함의가 상당히 크다. 연준이 본격적으로 긴축을 하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의 붐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서 센터장은 그동안 선행적이었던 연준의 통화정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면서 후행적으로 변했다면서 이처럼 밝혔다.
그는 '경기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금리가 상승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금리가 상승하는 속도가 조금 가팔랐다는 게 문제'라면서 '최근 급등세가 조금 누그러져 채권시장의 혼란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누그러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2분기(4~6월) 물가지표는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 2분기는 팬데믹 때문에 워낙 상황이 나빴다. 이후 1년 동안 정책이 도왔고 백신이 나왔기 때문에 올해 2분기 물가지표는 당연히 전년 동기 대비 급등할 수밖에 없다. 기저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요한 것은 하반기(7~12월), 내년에도 계속 이런 높은 물가가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연준은 이에 대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부채를 조달해서 경기를 부양하는 게 지속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설령 연준이 틀리더라도 연준에 거스를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