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스토리-'차이나 머니'의 덫①] 쌍용차 中 매각설에 상하이차 사태 재연 우려.. 레드 머니 경계령
韓에 빨대 꽂는 中자본.. '왕서방' 먹튀 주의보
이한듬 기자 입력 2020.09.09. 06:20 댓글 731개
[편집자주]인수합병(M&A) 시장에 중국자본 주의보가 울린다. 한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빌미로 핵심기술과 인력만 유출한 뒤 다시 매물로 내놓거나 정리하는 ‘먹튀’ 사례가 빈번해서다. 한국 증시에 입성한 뒤 투자자 돈만 챙기고 철수했던 전례도 잦다. 거대 자본력을 앞세워 한국의 빈틈을 노리는 ‘차이나 머니’의 민낯을 들여다 봤다.
쌍용자동차 인수후보로 중국기업들이 물망에 오르면서 먹튀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경기 평택공장 정문이 굳게닫힌 모습. / 사진=뉴시스 김종택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쌍용자동차에 중국자본이 관심을 보이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진다. 과거 쌍용차가 중국기업에 인수됐다가 핵심기술만 빼앗긴 뒤 토사구팽당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비단 쌍용차 외에도 중국자본이 한국기업이나 투자자로부터 이득만 취한 채 사업을 정리하거나 재매각하는 사례는 빈번하게 있었다. 국내 시장에 중국자본의 ‘먹튀’(먹고 튀는 것) 주의보가 번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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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로 돌아본 中 먹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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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 찾기에 나선 쌍용차 인수 후보로 중국계 기업들이 거론된다. 매각 작업이 본격화된 초반에는 중국 ‘지리차’와 ‘비야디’(BYD) 등이 물망에 오르더니 최근엔 중국 최대 배터리기업인 ‘CATL’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CATL은 한국의 LG화학에 이은 글로벌 2위 전기차 배터리업체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23.8%를 보유했다. 쌍용차 인수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시장의 점유율 확대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으로 이번 M&A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미국 자동차유통업체인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의 참여를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 역시 중국의 ‘체리차’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체리차가 HAAH오토모티브를 통해 한미 FTA를 활용, 미국 자동차시장에 간접 진출할 목적으로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업계는 중국자본의 인수전 참여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낸다. 중국자본이 과거 한국기업을 인수했다가 제대로 된 관리 없이 손을 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도 과거 중국 ‘상하이차’에 인수됐다가 기술만 뺏긴 채 버려진 아픈 기억이 있다.
상하이차는 2004년 경영위기를 맞은 쌍용차 지분 48.9%를 이듬해 5900억원에 인수하며 대주주가 됐다. 당시 상하이차는 연구개발·시설투자·고용보장 등을 약속했지만 이를 어기고 인수 4년여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해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의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까지 훔쳐갔다. 쌍용차 노동자는 공장 ‘옥쇄파업’으로 맞섰으나 2000명이 넘는 노동자가 희망퇴직과 징계·정리해고를 당해 공장에서 쫓겨났다.
국내 LCD업체인 하이디스테크놀로지의 경우 두번이나 중국계 자본에 기술만 뺏기고 버림받는 수모를 당했다. 중국 BOE는 2003년 하이디스를 인수한 뒤 특허 기술인 광시야각기술(FFS)을 유출하고 2006년 법정관리를 거쳐 2008년 대만 ‘이잉크’에 하이디스를 매각했다.
문제는 대만 이잉크 역시 하이디스의 정상적인 운영보다는 특허기술 장사에만 관심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잉크는 하이디스가 기술특허로 2014년 8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내는 등 기술 로열티로만 수백억원을 벌 수 있게 되자 특허 장사만 하기로 결정하고 결국 공장 폐쇄와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하이디스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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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교란 행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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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이 한국 자본시장에 진출해 교란한 사례도 있다. 한국 시장에 상장하거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투자금만 챙기고 잠수를 타거나 법인을 돌연 자진 상장폐지하는 식이다.
국내 기업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로 코스닥에 우회 상장했던 중국 모바일게임사 ‘로코조이’는 1년6개월만에 회사를 재매각해 90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또한 ‘베이징링크선테크놀러지’(BLT)와 ‘리드드래곤 유한책임공사’도 2016년 한국기업인 ‘디에스티로봇’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챙기려다 먹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중국 ‘3노드디지탈’은 2007년 한국에 상장했다가 투자자로부터 투자금만 챙긴 뒤 6년 만인 2013년 상장폐지했다. 이외에 ‘코웰이홀딩스’·‘중국식품포장’ 등 다른 중국기업도 한국 증시에 입성했다가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2011년 상장한 섬유업체 ‘중국고섬’은 상장 2개월 만에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퇴출당했다. 모두 중국기업이 한국 자본시장에 들어왔다가 국내 주주에게 수백~수천억원가량의 손해만 입힌 뒤 철수한 사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대상 기업의 좋은 기술이나 시스템을 가져가려는 목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라 중국자본의 대(對)한국기업 투자행위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며 “특히 M&A의 경우 성공과 실패 여부를 인수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판가름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다만 과거 상하이차나 BOE 사례처럼 일부 중국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한 뒤 빠른 시간 내에 법인을 정리하거나 재매각하며 기술을 유출하고 피해를 입혔기 때문에 먹튀 논란이 발생한 것”이라며 “글로벌기업 ‘르노’는 프랑스 정부가 지분 15%를 갖고 폭스바겐은 독일 니더작센주 정부가 지분 20%를 가져 외국자본에 대한 적대적 M&A 등을 방지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주요 산업군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지분의 국유화 등을 검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존폐위기에 내몰린 기업이 워낙 많아 정부가 특정분야의 기업을 지원한다고 할 경우 다른 산업에서도 지원 요청이나 차별 논란이 잇따를 수 있다”며 “이 경우 정부의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