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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UN 최초 식량 특별 조사관_사회학자 장 지글러 Jean Ziegler

ngo2002 2020. 6. 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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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4. 18:023,364 읽음 비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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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7일 오후 6시. 약속 시간에 맞춰 등장한 장 지글러는 마치 오페라 무대에 오른 희극 배우처럼 유쾌하게 인사를 건넸다. 휘핑크림처럼 부드러운 미소에 최고의 찬사를 담은 어휘로 맞아주었다. 모든 독자를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끓어 넘치게 만든 문제의 저자라고는 믿기지 않는 달달한 모습이다. 그는《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를 발표한뒤 의원 면책 특권을 박탈당하고 조국에서는 배신자라고 비난받았다. 그리고 목숨의 위협까지 받았지만 신념으로 모든 것을 견뎌낸 인물이다.

대학에서 일하는 교직원들과 가족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보수 중인 강의실까지 찾아가 살피며 일하는 사람들의 가족들 안부를 묻는 따스함을 지녔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자신이 좀 세게 말했다 싶으면 ‘내가왜 그러지~’라는 제스추어에“Oolala(울랄라)!”를 연발했다.

지글러와의 대담은 바우만과는 달리 짧게짧게 바로바로 주고받았다. 그의 말에 내가 놀라 의아해하면, 곧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세계적 착취 구도에 점점 깊이 다가가는 열 오른 대담이었다.


 

 

먼저 세계 식량관인 그의 전문성에 기대어 한국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 다. 세계화된 농업 시스템 속에서 식량주권을 갖고 있는 한국의 경우도식량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진단을 부탁했다. 그는 우선 식량주권의 의미부터 짚고 넘어갔다.


“식량주권은 금융적인 의미예요. 수출이나 수입 등의 교역을 통해서 필요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죠. 네, 한국은 식량주권을 획득했 어요. 그렇지만 이는 식량자급 국가라는 말은 아닙니다. 중국 같은 경우는 식량자급권을 확보했습니다. 그들은 자기네 국민들의 영양을 책임질 만큼 충분한 식량을 생산해요. 우리는 식량주권과 식량자급을 구분해야만 합니다.

식량자급은 국경 안에 있는 인구에게 영양을 공급할 만큼의 식량을 생산한다는 의미예요. 하지만 식량주권은 이런 실질적인 능력과는 달리 금융적·경제적 의미로 인구를 먹일 수 있다는 겁니다. 국가가 갖고 있는 무언가를 주고 식량을 확보한다는 것이죠. 이런 의미로 본다면 대한민국은 식량주권을 획득한 나라인 거죠. 하지만 UN의 194개 주권국 가운데 121개국은 식량자급도, 식량주권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 다. 생산하지도 못하고, 사오지도 못합니다. 왜일까요?”


식량주권이 금융적·경제적 개념이라면, 유통 과정에 어떤 변수에 의해 차질이 생기게 되면 우리에게 올 것이라던 식량들은 그림의 떡이 될거란 생각이 들자 아찔해졌다. 막연히 여기던 위협이었는데, 그의 지적에 선명한 두려움으로 엄습해왔다.

하지만 장 지글러는 한국인에게 아직 닥치지 않은 공포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다는 듯 5초마다 자행되는 살인으로 대화를 몰고 갔다.


“기아는 구조의 문제입니다. 5초마다 10살 이하의 어린이가 먹지 못해 죽어갑니다. 매일 기아로 5만 7,000명이 죽어요. 세상 71억 인구 중에서 8억 4,200만 명이 기아 상태에 있습니다. UN의 식량농업기구 FAO 의 발표에 의하면 오늘날의 농업 시스템에서 생산되는 식량이라면 성인 기준 하루 2,200칼로리로 120억 인구가 먹고 살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지금 보다 인구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난다고 해도 배고픈 사람이 생겨서는 안될 생산량이죠. 오늘날 객관적으로 보면 식량은 부족하지 않은데, 어린 이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아이들은 암살당하고 있는 겁니다. 살인자는 동족을 잡아먹는 식인적인 세계 질서예요.

작년에 7,000만 명이 이런 저런 이유로 죽었는데, 그 가운에 2,700만 명이 기아로 죽었어요. 기아와 영양실조가 주요 사망 원인이 된 겁니다. 이는 일상적인 대량 학살입니 다. 인간이 저지르는 살육이에요.”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강한 논조와는 달리 잦아들었고, 한숨이 섞여 들어왔다. 그의 말을 들으며, 자연스레 기아의 고통에 빠진 아프리카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아프리카인에게 쏟아 붓는 비난의 목소 리가 귓가에 울렸다.

지글러에게 그 비난의 일부를 옮겨봤다. 왜 그렇게 아이를 많이 낳아 고생과 배고픔을 자초하느냐는 말과 방송이나 사진에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먼 곳에 시선을 둔 나른한 모습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대하는 게으름이 그들 고통의 뿌리가 아니냐는 지적의 말이다.

장 지글러는 아프리카인에 대해 변명을 하지 않았다. 대신 간단한 진실을 알려줬다. 굶주림 희생자의 대부분은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속한 아시아인 말이다. 아시아의 5억 5,300만 명이 심각하게 영구적인 영양실조 상태라고 한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시아에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아시아인들의 이미지는 부지런하고, 수천 년 넘게 땅을 일궈 생산을 이어온 근면의 상징이다. 교육열과 강한 생활력으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일개미의 이미지가 강하다.

가장 고통받는 대륙이 아시아인데도 아프리카인들의 이미지가 더 어둡게 비치는 이유는 기아 희생자 비율이 아프리카가 35.2퍼센트로 제일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인 것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언론 이미지의 주요 생산국인 선진국의 시선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자원 보유국으로서의 아프리카는 20세기 후반 산업경쟁이 더욱 가속화된 시기부터 수탈 대상이 됐다. 그 속에서 대륙민들의 모습은 열등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었 고, 피해자보다는 의욕을 상실한 미개인으로 표현되는 누명까지 써야 했던 것이다.


“세계는 약육강식의 질서 아래 놓여 있습니다. 작년 세계은행의 보고 서를 보면 세계 500대 회사가 지구에서 생산되는 모든 쌀, 재화, 자본 등의 52.8퍼센트를 좌지우지한다는 통계를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노동조 합, 국가, 다른 사회적 관리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나 면책을 누립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히 큰 권력을 휘두르죠. 과거에 어느 교황도, 어떤 왕도, 황제도 갖지 못했던 대단한 권력이 그들 손에 있어요. 세계의 주인 이죠. 그들은 기술적으로 능력이 넘치고 생산적이며 전천후입니다. 그들이 동원하는 법률, 경제, 과학 지식을 보면 기가 찰 정도로 뛰어나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 기술이 작동되는 원리가 딱 한 가지예요.
오직 이윤이 죠. 모든 기술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만 사용됩니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이다. 누구나 동의하는 바이며, 우리나라만 해도 100년이 넘게 이를 증명해왔다. 기업의 이윤에 기대어 노동자들도 식구를 부양하며 살아간다. 또한 기업의 경제활동과 국가 경제는 상당 부분 연결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지글러는 이윤 추구로 연결되어 있는 살인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살인’이라는 단어를 거듭 사용했다.

“ 자, 어떻게 이윤경쟁이 그렇게 많은 어린 아이를 매일 죽이는지 그 살인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식량에 대한 주식 거래 투기가 있어요. 이는 완벽하게 합법입니다. 2008년 전 세계적으로 거대하게 덮쳤던 금융위기 후에 거대 헤지펀드들이 종목을 옮겨갔습니다. 이는 국제 증권이나 외환시장에 투자해 단기 이익을 올리던 민간 투자 자금들이 죠. 한국의 은행들도 여기 포함됩니다. 이들이 원자재 증권 거래로 옮겨 가면서 식량에 투기해서 천문학적인 이윤을 만들었어요. 밀, 옥수수, 쌀이 식량 소비의 75퍼센트를 차지하는 주식이니까 거기에 투기한 거죠.


그 결과 쌀값이 5년 새 63퍼센트가 올랐어요. 톤당 밀 가격은 두 배가 됐고요. 이렇게 되면 빈민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충분한 열량을 섭취할 수 없게 됩니다.

세계은행이 조사하길 세계 도시 거주 인구 38억 명 중에서 10억 명이 슬럼에 산다고 합니다. UN은 이들을‘비공식 거주민’이라고 부르는데요. 파키스탄의 카라치,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슬럼 지역 파벨라, 페루 리마의 칼람파스 등은 매우 열악합니다. 거대 은행이 이윤을 만들어내면 그곳에 사는 어린 아이들이 죽는 겁니다.”



라틴아메리카는 옥수수가 주식이고, 아시아는 쌀, 유럽은 밀이 주식이다. 그래서 이 세 가지 곡물의 시세는 생명과 연결되는데, 이 가격이 합법적인 투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글러는 자신이 목격한 슬픈 이야기를 들려줬다. 페루 슬럼가의 쌀 저장고가 있는 곳에서 해질 녘부터 한밤중까지 그곳 사람들의 일상을 지켜봤다고 했다.

사위가 어스름해지자 창고 앞에 긴 줄이 생겼다. 어디서 왔는지 꾸역 꾸역 모여드는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바로 쌀을 사러 온 엄마들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날 가족의 첫 끼니를 지으려고 돈을 마련해온 여성 노동 자들이다. 그들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칠흑처럼 캄캄할 때까지 계속 기다린다. 줄은 자정이 넘어도 줄지 않는다.

장 지글러는 그 긴 행렬에서 쌀을 1킬로그램이나 비닐봉지 절반이라도 채워가는 엄마를 단 한 명도 볼 수가 없었다. 모두들 작은 플라스틱 컵을 들고 차례가 오면 겨우 그 컵에 쌀을 채워간다. 계량컵으로 한두 컵분량이다. 집에 가서는 불을 지피고 물을 가득 부어 쌀죽을 만들 것이다.

물이 흥건한 쌀죽은 그래도 희망이었다. 그 죽을 먹은 아이들은 다음날 하루는 더 살 수 있으니까. 굶거나 굶주리는 슬럼가다. 영양이 모자라니 시름시름 온 동네가 시들어가고 있었다.



첫 번째 요인인 식량 증권 투기가 만들어낸 구조적인 배고픔의 실상은참으로 처절했다. 그곳에서 장 지글러가 배운 것은 단 한 가지, 자기 주머니를 다 털어줘도 해결되지 않는 무력감을 참는 인내심이다. 그는 힘든 싸움이지만, 하늘이 만든 가난이 아니라는 것을 지치지 않고 알리겠 다는 각오로 견뎌낸다. 그의 입에서 살인적인 이윤 추구, 식인적인 세계 서열이란 단어는 그의 인내력이 고른 사회학적인 용어이다.

개발도상국 인구의 70퍼센트가 살고 있는 도시로 왜 그렇게 가난한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여들까? 갈아 먹을 밭 한 평도 만들 수 없고, 먹을 물도 모자라고, 똥 눌 곳도 없어 밤 새 끙끙 대는 그곳으로 말이다. 아시아건 남미건 밤이면 긴 줄을 피해 한산할 때 화장실을 이용하려던 부끄럼 많은 소녀들 가운데 강간 피해자들이 나오곤 한다.

우리에게도 1988년 올림픽을 열겠다며 말끔히 치웠던 상계동의 상처가 있다(물론 잔혹한 철거는 그 이후도 계속됐다. 그 많던 공동 화장실을 이용하던 우리 도시 빈민 가족 들은 어디로 갔을까? 안녕들은 한 건지. 혹여 임대 아파트에서 유서를 품고 하루만 더 버텨보자 눈물을 삼키고 있는 건 아닌지……) . 여기 그들의 이야기를 짧게 옮겨본다. 기아선상에 놓인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의 이야기다. 타지역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 우리의 유랑과도 같은 사연이다. 작가 아룬 다티 로이가 전하는 글이다.

쫓겨난 사람들의 일부는 한 번 쫓겨나면 나중에 서너 차례 더 쫓겨난다. 한번 구르기 시작하면 멈추어 쉴 곳이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수몰민은 결국 거대 도시의 변두리 슬럼 속으로 흡수되고 만다. 거기서 그들은 값싼 노동력의방대한 풀을 형성한다(그 노동력은 또 보다 많은 사람을 내쫓는 거대 건설 프로젝트에 동원된다) . 그러나 악몽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도시 변두리의 지옥 같은 구멍 집으로부터도 뿌리 뽑혀 내쫓기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 날이 오는데, 도시의 부유한 자들이 위생에 대해 까다롭게 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살인 메커니즘은 외채입니다. 아프리카에는 54개의 나라가 있고, 그들은 모두 농업 국가입니다. 그들 중 다수 국가에는 매우 좋은 토양이 있고, 매우 훌륭한 농부들이 있죠. 그들은 아주 오래도록 조화로운 문명을 일궈왔어요. 말리의 밤바라족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2013년에 이모든 나라가 아시아로부터 식량을 수입했습니다. 240억 달러어치의 식량을 생산할 수 없어서 수입했죠. 값이 오를 대로 올라 있는 상황인데도 세네갈은 쌀 소비의 70퍼센트를 수입해야만 합니다. 말리도 60~65퍼센트를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에서 사와야 합니다.”

우리도 겪었던 바로 그 외채이다. IMF라는 빚쟁이! 그 나라들은 주업이 농사인데도 엄청난 농산물을 수입해야 했다. 집안이 어려우면 소비를 줄이고 자급하기 위해 텃밭이라도 가꾸기 마련인데, 오히려 이 나라들은 먹을거리 수입으로 지출이 더 늘었다니 의아스러운 일이다. 아무리 대기근이 이어지는 아프리카의 천재지변이라 해도 개선 점이 없다는 것은 그들의 무능력을 탓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장 지글러는 깊은 한숨으로 내 불평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했다.

“아프리카의 37개 나라는 오로지 농사만 짓습니다. 주요 산업이 농업 이죠. 하지만 생산성이 극히 낮아요. 예를 들어 전쟁이 없고 가뭄이 없다 면, 이런 경우는 정말 매우 드문데, 그럴 때 아프리카 1헥타르당 밀 수확 량이 600에서 700킬로그램입니다. 유럽은 1만 킬로그램이고요. 아프리카 농부들이 미국이나 프랑스 농부보다 일을 덜 해서도 덜 능숙해서도 아닙니다.

미국과 유럽 농부들은 국가에서 지원을 받습니다. 도로설비와 관개시설이 좋고, 선별된 우수한 종자를 사용하고, 트랙터 같은 농기구와 살충제도 풍부하죠. 보험도 있어요.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은 다릅 니다. 대부분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며, 이자에 허덕이고 있죠. 이자는 모두 돈으로 지불해야 합니다.

그래서 국제 조직은 아프리카 농업을 산업 화시켰어요. 수출해서 돈을 벌게 했죠. 그럼 이자를 거둬갈 수 있으니까요. 말리는 면화를 수출하고, 세네갈은 땅콩을 수출합니다.”


전통 농업방식은 사이짓기를 함으로써 논 주변에서 나는 깻잎도 따 먹고 기름도 짜고 밥과 반찬을 해결한다. 해질녘 논밭에서 돌아오는 길에 풋고추도 따와 입맛도 돋웠다. 우리에게 3000년 동안 이어온 방식인데, 아프리카의 능숙한 농부들에게는 왜 자기들만의 지혜와 관습이 없었겠는가?

집에 오는 길 들판에 돋은 잡풀이 국이 되고 떡이 되는, 그래서 아이가 뛰어놀 다리 근육이 되고, 기억하고 공부할 두뇌를 개발하는 에너 지가 되는 그런 영양소가 우리 금수강산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하지만 오늘날 인도 들판의 나물은 사라졌다. 가나의 들판도 쭉정이가 됐다. 세계화된 농업이 생산성을 높이고자 비료와 제초제를 퍼부었고, 단일작물로 농사짓는 공장식 농토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른 수건 쥐어짜듯 이윤을 내고자 씨받아 농사짓던 생산 법칙을 인공적으로 틀어막았다.

그래서 해마다 씨앗을 팔아먹겠다며 불임씨앗을 팔고 있다. 그러니 땅심은 죽고 모진 독풀만 번성하게 됐다. 자연이 주던 먹을거리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런 이유로 농부가 엄청난 양의 농사를 짓고 풍작이 되도 굶어 죽는, 3000년 영농에서 없던 일이 벌어진다. 사람인 농부는 면을 뜯어 먹을 수도 땅콩으로 허기를 채울 수도 없으니까 숨이 잦아들 수밖에 없다.


“세네갈의 땅콩은 프랑스 식용유 회사로 수출됩니다. 이렇게 만들어내는 돈은 IMF가 이자로 거둬가요. 대부분의 아프리카 나라들과 방글라데 시, 온두라스가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나라들이 농업에 투자 하는 돈은 전년 예산의 4퍼센트 정도인데, 이는 아무것도 없다는 거죠.

한국은 아마도 20~25퍼센트 정도일 겁니다. 블랙 아프리카, 그러니까 사하라 사막 이남에 있는 남부는 오로지 3퍼센트의 토양만 관개시설이 되어 있어요. 그래서 기후 변화가 일어나면 더 큰 타격을 받습니다. 기후 이변은 짧은 기간 동안 더욱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케냐,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지부티, 소말리아가 5년 동안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 나라들은 너무나 가난해서 외국에서 식량을 사올 돈도 없죠.

인도적 구조에 의존하는데,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세계에서 가장 큰 피난 보호소가 있는 곳이 케냐 북부 다바예요. 아프 리카의 뿔에서 피난 온 50만 명의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데도, 매일 피난 민이 몰려옵니다. 세계 식량 프로그램 직원들이 아침마다 하는 일은 찾아온 사람들을 사바나로 돌려 보내는 일이에요. 하루에 100가족 정도를 돌려보냅니다. 음식이 부족해서죠.

세계 식량 프로그램도 감당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그렇게 쫓겨난 사람들은 초원에서 죽어갑니다. 그 나라 정부가 부패했든 부패하지 않았든, IMF에 이자를 내고 나면 농업에 투자할 돈이 없습니다. IMF가 다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세 번째 살인 메커니즘은 농산물 덤핑입니다. 유럽연합에는 28개국에 4억 8,000만 명이 살고 있지만, 그들은 아프리카로 식량을 매우 값싸게 수출합니다. 오늘날 아프리카의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농산물은 프랑스, 그리스, 스페인, 독일 등에서 들여온 야채, 과일, 닭뿐이에요. 이 농산물 가격은 아프리카 농산물의 반값입니다. 다카르는 서부 아프리카에서 제일 큰 도시인데, 아프리카 농부들은 부인과 아이들 할 것 없이 모두 살갗이 타들어갈 정도로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매일 10시간씩 노예 처럼 일해요. 그렇게 일하고도 생존하는 데 최소한의 음식을 사기도 어렵습니다.

유럽연합위원회가 얼마나 위선적인지 알 수 있죠. 음흉하게 내부에서 덤핑을 조작해 자국의 이윤을 챙기는 거죠.

아프리카 지역에서 농사는
가격경쟁이 안 되기 때문에 파괴되어가고 있어요.
아프리카의 농부들은 땅을 버리고 사막을 지나 바다로 가서
유럽 변경에 모일 수밖에 별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장 지글러(Jean Ziegler, 1934년생) 는 제네바대학 교수이자, 그가 설립한 제3세계 사회학연구소가 있는 소르본느대학 명예 교수이다. 또 유엔인권위원회 자문이사회 부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2000년에 유엔 인권위원회 첫 번째 식량 특별 조사관으로 위촉되었고, 1981년부터 1999년까지는 스위스 연방의회 사회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활동했 다. 국제법 분야에서 인정받는 학자이자 실증적 사회학자로서, 인도적 관점에서 빈곤과 사회구조의 관계에 대한 글을 적극적으로 발표해왔다. 그는 필자에게 자신이 책을 쓰는 이유는 그 책이 무기가 되어 세계 기아를 유발하는 구조를 무너뜨리기를 바란다고 밝혔 다. 초국가 기업들과 신자유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국제기구들로부터 위협과 공격을 받으면서도 장 지글러는 용감한 폭로를 해왔다.

특히 스위스로 몰리는 검은 돈의 비리를 폭로하며 탄압을 받았지만, 그의 저술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지에서 여러 영예로운 상을 수상했다. 그의 저서로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La faim dans le monde expliquee a mon fils》,《 탐욕의 시대L’empire de la Honte》,《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Destruction Massive》, 《빼앗긴 대지의 꿈La haine de L’occidenr》등이 있다. 장 지글러 교수는 전 세계인을 대상 으로‘Right To Food(식량권, http://www.righttofood.org)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22만 리 길을 다니며 세계 지성 11인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지혜와 지구의 지속 가능에 대한 미래 진단을 이끌어낸 재미 저널리스트. <경향신문>을 통해 소개되었던 ‘문명, 그 길을 묻다’ 를 통해 11인의 석학들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출간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8년 동안 불교방송 PD로 일하며 시사· 교양·음악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한국방송대상 교양 우수작품상(1998), 한국방송대상 연예오락 우수작품상(2000)을 수상했다. 2002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서구에 부는 성찰적 기운과 대안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