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2. 세계적인 경제학자&문명비평가_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ngo2002 2020. 6. 8. 10:55

이야기가있는집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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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7. 18:031,767 읽음 비밀글

통계

 

 

 


 

제레미 리프킨과 인터뷰를 진행할 때 한국에서는 고리 핵발전소 폐기 논란과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에 대해 주민들의 저항이 뜨거웠다.

한국전 력공사에서 발표한 보고서(<가공송전선로 전자계 노출량 조사연구> 보고서, 2013년 7월 25일 장하나 국회의원 발표) 를 보면 고압 송전선로 80미터 이내 지역에는 어린이 백혈병 발병률을 3.8배나 높일 정도의 전자파가 흐른다고 한다.

일생을 그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두려움으로 그저 살던 대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목숨을 걸고 매달렸다. 그리고 9개월이 지나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저항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기에 경주 방사능 폐기물 처분장의 안전 문제까지 더해져 원거리 이동 전력에 대한 이슈는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각국의 중앙정부는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핵발전소를 선호한다. 한국 정부는 핵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전력 부족 문제를 뉴스화하고 있다는 의심을 유발할 정도다.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이루어지지 않는 다면,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3차 산업혁명이 선택되는 길은 요원하리라고 본다.

‘깨끗한 에너지’‘, 값싼 에너지’‘, 안전한 에너지’로 홍보되는 핵발전소와 송전탑 건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견해를 물었다. 그러자 순간 이 질문에 그의 얼굴에는 짜증이 묻어나는 듯했다. 이미 결론이 다난, 시대에 뒤떨어진 안건을 왜 다시 끌어내는지 답답해하는 눈치였다.


 

송전탑은 중앙집중적 방식이에요. 먼 거리까지 전기를 전달한다는 이점이 있지만, 송전탑이 설치되는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죠. 댐도 그렇고, 핵발전소도 그렇습니다. 이는 민주적인 방식이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몇몇 사람들의 손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들을 위한 것이죠. 이에 대한 긴 이야기를 기어코 하기를 바라는 것 같군요.

자, 핵발전이 진행되는 비즈니스 세계의 논쟁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저는 세계에서 제일 큰 개발팀의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IT, 전자, 물류, 건축, 건설, 금융 분야가 모두 모여 있는데, 우리 팀에 속해 있는 CEO들은 핵발전이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는 유용성이 끝났다고 진단했 습니다. 체르노빌 사건 이후 20년 동안 그 어느 나라도 핵발전소를 건설 하지 않았죠.

그런데 기후 변화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핵발전 사업에서 ‘잠깐만, 당신들은 우리가 필요하지 않아?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내뿜지 않거든’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죠.

 


 

 

황당한 말이에요. 이 주장에는 큰 문제점이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2,000개의 핵발전소가 있는데, 모두 다 노후해졌습니다. 가동을 멈춰야할 처지예요. 게다가 2,000개의 핵발전소가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세계에서 필요한 에너지의 6퍼센트만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최소한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퍼센트의 에너지를 생산 해야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아무 영향력이 없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핵발전소를 더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여기에 핵발전소가 사업적으로 왜 이득이 없는지에 대한 계산이 나옵니다. 세계 필요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채우려면 노후된 핵발전소를 다 철거하고, 40 년 동안 매달 3,000개의 새로운 핵발전소를 건설해야 합니다. 전혀 이득이 없는 사업이죠.

국제원자력기구 IAEA 의 발표에 의하면 우라늄 매장량은 매우 부족해서 2030년이 되면 비용이 올라가 적자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즉 우라늄이 동이 난다는 거죠. 우리는 우라늄을 플루토늄으로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그런 다음 어떻게 됐죠? 세계 곳곳에 플루토늄을 사용하는 핵발전소가 생겨났죠. 테러리즘이 강도를 더해가는 시대예요. 플루토늄이 온 세상에 퍼지기를 바랍니까? 저는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핵폐기물을 묻을 곳이 없어요. 70년 동안 핵발전소들은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방법이 없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게 된 원인은 핵연료봉이 마당 창고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쓰나미가 몰려오자 핵연료봉이 무너지게 되면서 원자로가 파괴된 거죠. 미국은 네바다주에 핵폐기물 지하창고를 세우는 데16년 동안 80억 달러를 썼습니다.

이후 단 한 번도 그 지하창고를 열어본 적이 없어요.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이미 그곳이 새고 있기 때문입니 다. 실제로 핵폐기물을 완벽하게 저장하고 있는 처리장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그렇다. 지구를 생물과 무생물이 끊임없이 반응하며 생명력을 유지하는 거대한 유기체로 봤을 때, 그 어떤 경우에도 변형되지 않을 만큼 유연 하게 원형복구가 되는 시멘트 덩어리가 발명되지 않는 한, 과연 핵폐기물을 저장하는 안전한 땅이 있을까? 끝도 없는 사막이 펼쳐진 네바다주라면 안전하겠거니 생각하며 잊고 살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대한민국, 게다가 활성단층지대로 지진이 잦은 경주에 방사능 폐기물 처분장이 들어선다는 것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곧이어 리프킨이 가장 우려하는 핵발전소 무용론에 대한 사유는 인간이 번영을 누리기 위해 질주하다가 결국 스스로의 발목은 잡은 예를 보여준다. 2차 산업혁명을 주도해온 화석연료가 유발한 기후 변화가 결론 적으로 핵발전소의 가장 큰 무용론의 사유가 되었다.

 

핵발전은 죽었습니다. 그 이유는 물이 없어서입니다.
우리에게는 물이 없어요. 즉 냉각수가 없다는 겁니다. 프랑스에서는 담수의 40퍼센트를 냉각수로 사용하는데, 기후 변화로 인해 물이 뜨거워져 사용할 수 없게 됐어요. 그래서 유럽과 프랑스는 이른 시일 내에 핵발전소의 문을 닫아야 하는 거죠.

뭐, 해양에 핵발전소를 세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매우위험합니다. 쓰나미와 태풍이 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이 점이 생태학적·사회학적 관점에서 20세기 중앙집중식 핵발전이 죽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한국은 왜 비싼 핵발전을 사용하려는 거죠? 모든 사람이 다 생산할 수 있는 공짜 그린 전기가 있는데요.

핵발전은 몇몇 회사에게만 이득이 돌아갑니다. 우리는 모든 사회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조합으로 소유할 수 있는 우리만의 에너지를 생산해야 합니다. 지금 독일이 하는 것처럼 말이죠.

모든 한국인이 자기 집 마당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때 이를 ‘Power to the People’, 즉 ‘국민 에게 권력을 쥐어줬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에너지 민주화를 통해 가능합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생산 동력인 에너지를 국민의 손에 쥐어줌으로써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작동되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에너지 민주화라고 하면 시장에서 에너지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개인이 존중받을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요 에너지의 생산과 수입, 공급과 유통을 맡아왔던 기업 그리고 권력과 대등한 관계를 가질 수 있을 만큼 개인이나 생산조합들의 영향 력이 커져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로 만드는 전력이 중앙집중식 전력보다 더 많아질 때 자연스럽게 힘의 균형은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개인이 에너지의 생산자가 된다면(즉 에너지 민주화가 실현된다 면) 이미 에너지를 선점하고 있는 기업들의 반발은 없을까? 그리고 이득이 되는 새로운 경향에 대해 이윤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들이 이 사업을 선점하려고 하지 않을까?


 

독일과 덴마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 거대 전기회사들이 생산 분야에서 발을 빼고 있습니다. 모든 재생 가능 에너지의 절반 정도를 소규모 생산자와 소비자협동조합에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거대 전기회 사가 생산하는 재생 가능 에너지는 7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거대 기업이 사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분산적인 에너지 생산은 수직적인 거대 기업이 할 수가 없어요. 지금 61개 나라에서 발전차액지원제도 Feed in Tariff 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면, 시장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많은 사람이 그린 전력을 만들어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설비를 갖추려고 하는 거예요.
유럽에서는 20년 후면 대부분의 건물이 그들만의 그린 전력 발전시설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재생 가능 에너지는 컴퓨터 칩에서 일어난 현상과 같은 성장 곡선을 그리며 확산될 것입니다. 처음 1킬로와트에 66달러 였던 그린 전력은 현재 66센트입니다.

1990년에 시작된 월드와이드웹 The World Wide Web, www 은 현재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오디오, 비디오, 텍스 트를 만들어 올리는 형식으로 제로 마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린 에너지도 지금부터 20년 뒤 당신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즈음이면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을 거예요. 독일의 발전업계에서는 이제 거대 기업들은 더 이상 중심 활동축이 아닙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기존 기업들의 새로운 역할은 네트워크를 통합하도록 돕는 서비스 제공자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조직하고 연결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해결사가 되는 것이다. 기업은 에너지 수요가 집중된 시간대에 전력 배분이 잘 되도록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필요한 곳으로 원활히 흘러가도록 운용함으로써 전기를 팔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이 바로 앞에서 말한 다섯 가지 핵심 요소 중 네 번째 인터넷 에너지망인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다. 이렇게 기업이 사업 분야를 이동하여 성공한 사례는 IBM에서 볼 수 있다.

IBM은 개인 컴퓨터를 생산하여 세계적으로 전파시킨 주역입니다.
그런데 1990년부터 돈을 버는 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한국의 기업 등이 동일한 성능의 컴퓨터를 더 싸게 만들어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경쟁구도 속에서 IBM은 컴퓨터를 팔면 팔수록 돈을 더 잃게 되는 수렁에 빠지게 되었죠. IBM은 고심 끝에 해법을 찾아냅니다. 바로 컴퓨터 생산을 줄인 거예요.

그리고‘이제 컴퓨터는 필요하지 않다. 컴퓨터는 상자 Box 일 뿐이다’라고 선언했어요. 모든 사람이 상자를 만들어 팔 수 있게 된상황에서 이제 자신들은 정보를 다루겠다면서 자기혁신을 도모했습니 다.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컨설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어요.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매출액 중 서비스/컨설팅 비중이 가장큰 몫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IBM은 ‘Big Blue 빅 블루 ’라고도 불리는데, 우량 주식 가운데에서도 가장 훌륭한 블루칩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빅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 전력기업은 모든 비즈니스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그 결과 에너지비 용과 재료비용, 자원비용이 전체 사업망 속에서 줄어든다. 이에 많은 기업이 점차 이 길로 옮겨가고 있다. 독일의 전력회사인 RWE AG, EnBW Energie Baden-Württemberg 와 프랑스에서 가장 큰 전력회사이며 세계적인 기업인 EDF Électricité de France 도 새로운 전환에 동참했다.

2014년 9월 보도에 의하면 한국의 정보 시스템 업체인 LG CNS도 스마트 그리드 시대를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리프킨은 EDF가 30년 장기 계획 속에서 변화를 완료하고 나면 세계 에서 가장 위력 있는 전력회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들은 아직 핵발전소를 유지하고 있다. 장기적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깨달은 EDF 는 현재 중앙집중식 모델과 분산적 모델을 함께 운용하고 있다.

이런 식의 공존은 예전부터 있어 왔어요. 1차 산업혁명은 증기력을 이용한 인쇄, 기관차, 공장의 발전을 이루었는데, 1890년 미국과 유럽에서 최대의 절정을 이루었죠. 그런 다음 2차 산업혁명으로 석유, 자동차, 전화, 중앙집중식 전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이때 역시 1차 산업혁명의 동력인 증기력은 함께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2차 산업혁명 모델과 1차 산업혁명 모델은 40년 동안 공존했어요.

물론 1945년 2차 산업혁명이 거대한 씨를 뿌릴 때 영리한 기업은 그 변화에 몸을 실었고, 아둔한 기업은 기회를 놓쳤죠.

이런 상황에서 만약 한국이 이 기회를 놓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한국은
25년 뒤 힘의 논리에 의해
2부 리그에 있을 것입니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1945년생)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경영대학원 교수이다.
비영리 조직인 <경제동향연구재단(Economic Trends) >을 설립하여 새로운 기술에 의한 경제, 환경,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공공의 이익 수호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문명이 맞닥뜨린 지구적 위기를 타개하고자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방 정부 혹은 국가적인 산업구조 재편을 이끄는 작업이다. 제레미 리프킨은 지난 10년간 유럽연합의 자문으로 활동해왔으며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 등의 공식 자문 역할을 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제레미 리프킨은 19권의 책이 3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노동, 환경, 정치, 사회 전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미래 학자로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저서로는《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 유러피언 드림The European》,《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 수소혁명The Hydrogen economy》,《 공감의 시대The Empathic Civilization》,《 3차 산업혁명The Third Industrial Revolution》등이 있다.


 

22만 리 길을 다니며 세계 지성 11인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지혜와 지구의 지속 가능에 대한 미래 진단을 이끌어낸 재미 저널리스트. <경향신문>을 통해 소개되었던 ‘문명, 그 길을 묻다’ 를 통해 11인의 석학들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출간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8년 동안 불교방송 PD로 일하며 시사· 교양·음악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한국방송대상 교양 우수작품상(1998), 한국방송대상 연예오락 우수작품상(2000)을 수상했다. 2002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서구에 부는 성찰적 기운과 대안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써왔다.



 

문명, 그 길을 묻다

저자 안희경

출판 이야기가있는집

발매 201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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