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3대 지수, 3개월 연속 동반 상승 특목고 폐지로 서울 학군지 관심 높아져 매물 잠기고 부동자금 서울 아파트 쏠림 반면 거시경제 나빠 조정 불가피론 여전
중앙일보|김민중|입력2019.12.12 06:01|수정2019.12.12 09:38
11월 1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들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이 2014년 8월 이후 53개월 연속 상승하다 올해 상반기 6개월 연속 내렸다(KB국민은행 통계). 그러나 하반기 내내 상승하면서 다시 장기 상승장에 돌입할지가 주택시장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한국감정원과 함께 대표적 주택가격 조사기관인 국민은행은 서울 아파트값이 장기적으로 상승세에 들어갔는지를 판단할 때 3가지 지표를 본다. ①선도아파트 50 지수 ②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③서울 부동산 매매가격전망 지수 등이다. 이 지표들이 동시에 3개월 이상 오르면 장기 상승장에 돌입한 것으로 무게를 둔다.이들 지표는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연속 동반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대세 상승세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부동산정보팀은 “시장을 이끌어가는 주요 아파트가 상승하고, 그 결과로 서울 전반이 오르고,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지수들의 동반 상승이 2개월 연속될 때만 해도 “좀 더 지켜보자”며 조심스러워 했지만, 시간이 1개월 더해지자 장기 상승론으로 기울고 있다.
국민은행 내부에선 서울 아파트 상승세가 적어도 6개월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27일 외고 등 특목고 폐지 발표에 따라 서울 우수 학군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포인트라고 한다. 또한 신규 입주 단지의 전매제한 등에 따라 매물이 부족한 데다, 이사 시즌이 다가오고, 부동자금이 주식 시장 등을 피해 서울 아파트 시장에 몰리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물론 지난달 6일 초강력 규제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구체안이 발표됐지만, 적용에 이어 효과를 발휘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 아파트값 3대 지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민은행과 더불어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대세 상승론에 힘을 싣는다. 이 대표는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는 속에 주요 소비자인 대기업·공기업·공무원 정규직 등의 고용 상태가 안정적이고 임금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내년에도 서울 아파트는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로 매물이 잠긴 데다, 정부가 정비사업 등을 통한 신규 공급을 틀어막고, 전국에서 경기침체를 피해 안전자산인 서울 아파트에 ‘에셋 파킹(Asset parking)’하려는 트렌드도 가격을 띄우는 변수다. 전세가가 상승세인 점 역시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압력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하지만, 신용대출과 직장 내 대출 등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점차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이 집값 하락을 부추길지에 대해 이 대표는 “보유세가 오른다 해서 고소득 소비자들에게 타격을 줄 수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 아파트값이 소득 수준보다 너무 높은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가격은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될 뿐이지 누군가가 ‘과열됐다’거나 ‘싸다’고 규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12월 8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 전단지가 붙어 있다. [뉴스1]
━ “어두운 거시경제 영향 필연…곧 집값 조정” 반면 상승세 장기화에 회의적인 분석도 많다. 서울 아파트값이 조만간 다시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실상 불황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한국 거시경제 여건이 어떻게든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과거 거시경제가 안 좋던 1991년(유가 급등), 1998년(외환위기), 2010~2013년(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며 “가격 폭락으로 서울 전역에서 매매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가령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5㎡형 실거래가는 2007년 4월 14억원에서 2012년 12월 9억3000만원으로 34%가량 떨어졌다.
주요 소비자의 고용 안정성이 좋고 임금이 높을지라도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면 집을 매도하려고 할 수 있다는 게 송 부장의 지적이다. 경기 침체가 행여나 지방 특정 지역에 한정해 나타나더라도 서울 아파트 시장은 전국구여서 수요 감소, 가격 조정으로 이어지는 걸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송 부장은 ‘조정’의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락뿐만 아니라 보합, 나아가 경제성장률 정도로 오르는 것까지 조정이라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몇 년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단기간에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며 “어떤 자산이든 급등 뒤에는 빠르게 진정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격은 8억2376만원으로 2017년 상반기(5억8524만원)보다 40.8% 뛰었다. 한 번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 악화한 거시경제 여건 탓에 하락 중심의 조정기가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고 심 교수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