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부로 부산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것을 기화로 부산 부동산 시장이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다. 그간 조정지역에 묶여 있던 해운대 수영 동래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 중개 사무소에는 아파트 구입을 상담하기 위한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급매물과 미분양 물량이 삽시간에 소진되고, 프리미엄이 계속 오를 것이란 기대 심리에 팔려고 내놨던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특히 이달 말 입주를 앞둔 해운대 엘시티는 타오르는 투자심리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인기 없는 라인이어서 ‘마이너스 피’에 호가가 나오던 아파트도 하룻밤 새 1억 원 가까이 프리미엄이 붙는가 하면, 추가 프리미엄 기대감에 일부 인기 평형의 경우 4억 원의 웃돈을 준다고 해도 안 판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부산 사람 두 명 이상 모이면 엘시티가 입길에 오른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우리 집값도 이어서 오를 것”이라는 낙수효과론부터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 “문재인 정부가 엘시티 입주에 맞춰서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는 정권 비판론도 나온다. 달뜬 기대와 욕망, 조바심, 싸늘한 질투와 실망, 좌절감이 한데 엉켜 시장을 배회한다.
당장은 정부 규제라는 인위적 요인에 의해 움츠려 있던 부동산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로 볼 수 있다. 실제 이달 둘째 주 들어 부산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 올랐다. 2017년 9월 첫째 주 이후 2년 2개월 동안 지속된 하락을 멈춰 세우고, 상승 전환한 것이다. 가격 상승의 바로미터가 되는 부산의 주택 매매거래량도 지난달 4900건으로, 전월(3887건)보다 26.1% 증가했다. 그간 부산 부동산 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의 치열한 힘겨루기와 눈치싸움 속에 ‘거래 절벽’이라 할 만큼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었다. 집주인들은 “이 가격에는 절대 못 판다”고 버텼고, 무주택자들은 “더 떨어지면 사겠다”며 관망했다. 미분양 리스크에 건설사들은 사업 추진을 꺼렸고, 일감이 말라버린 하도급 업체는 줄도산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전방위적인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는데, 정작 부산을 비롯해 지역만 죽어난다는 비명이 터져나왔었다. 급랭했던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고, 관련 업계도 다시 활기를 찾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을 양 날개로 하는 시장의 가격 결정기능에 바통을 넘겨받은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정상화하느냐는 것이다. 벌써부터 단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일찌감치 조정대상지역 해제 냄새를 맡은 서울의 원정 투자자들이 지난달부터 뭉칫돈을 들고 내려와 해운대와 수영구 일대 부동산을 쇼핑 카트에 담 듯 싹쓸이하는 정황도 포착된다. 외지 투기꾼들에게 매력적인 거대한 투기장이 열린 셈이다. 이들이 그럴듯한 이유를 대며 투기 심리를 자극해 가격을 띄워놓은 뒤 한탕하고 치고 빠지면, 이를 넘겨받은 지역 내 투자자들이 ‘설거지’에 나서고, 마지막 단계에서야 실수요자들이 들어오는 것이 통상적인 순서다. 이 같은 시장 교란 행위로 인한 투기 후유증은 막차를 탄 실소유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허탈감에 빠진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정부에 대해 등을 돌리는 것은 불문가지다. 결국 촘촘한 정부 규제가 절실히 필요한 곳은 이 부분이다. widene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