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가 뭐길래.. 국내 증시서 2조5000억 빠져나갈 듯
MSCI가 뭐길래.. 국내 증시서 2조5000억 빠져나갈 듯
안중현 기자 입력 2019.11.26. 03:19
한국 대신 중국 A株 비중 늘려.. 외국인 13거래일간 자금 빼내가
코스피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듯
아람코 상장도 영향 적을 가능성
재조정 끝나면 지수 반등 유력
세계 최대의 증시 관련 지수 산출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26일 종가를 기준으로 MSCI 신흥시장(EM·Emerging Market) 지수의 중국 비율을 높이는 리밸런싱(재조정)을 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최고 2조5000억원 빠져나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MSCI는 반기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지수 편입 비율을 조정하는데, 올 초만 해도 11월 지수 조정이 되면 EM 지수 내 중국 A주(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돼 중국인과 허가받은 해외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는 주식) 비율이 3.3%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EM 지수 내 한국 비율이 0.1%포인트가량 하락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MSCI가 최근 반기 리뷰 자료를 발표하면서 중국 A주 비율이 애초 예상보다 더 높은 4.1%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MSCI EM 지수에 반영되는 중국 A주의 숫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비율이 0.5%포인트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 미칠 악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국인 자금 좌우하는 EM 지수… 한국서 2조5000억원 유출 가능성
작년 5월 이전엔 MSCI EM 지수에 편입된 중국 주식은 홍콩과 미국 등에 상장된 중국 회사밖에 없었다. 그런데 MSCI는 작년 5월부터 중국 A주를 MSCI EM 지수에 편입하기 시작했고, 그 비율을 점차 늘려왔다. MSCI EM 지수 내 비율이 바뀌면 이를 추종하는 자금이 이동한다. 중국 A주의 비율이 늘고 한국 등 다른 나라 주식 비율이 줄면 이에 맞춰 MSCI EM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이 중국 A주를 사고, 한국 등 다른 나라 주식은 파는 것이다. 문제는 이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1조6000억달러(약 1880조원)에 이르는 거액이라는 데 있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MSCI EM 지수 재조정으로 유출될 자금 규모는 1조5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이 될 전망"이라면서 "(지수 조정이 마무리되는) 26일까지는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MSCI EM 지수 재조정을 앞두고 외국인이 미리 국내 증시에서 돈을 빼갔기 때문에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외국인은 지난 7일부터 26일까지 13거래일 연속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를 이어갔다. 이 기간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2조3700억원에 이른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외국인 순매도를 감안하면 MSCI EM 지수 리밸런싱 이슈는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립적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1월 수급 이벤트 마무리… 코스피 반등할까
일각에서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IPO(증시 상장)'라고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12월에 상장하면서 MSCI EM 지수가 다시 재조정되면, 한국 증시에 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람코가 상장하더라도 한국 비율 축소는 0.06%포인트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26일을 끝으로 MSCI EM 지수 재조정이 완료되면 당분간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관계없는 수요·공급에 의한 지수 움직임은 일단락될 것이라는 얘기다.
MSCI EM 지수 재조정이 끝나면 증시가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3년 이후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발생한 시점부터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증가세를 보여왔다"면서 "코스피 지수는 과거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이후 순매수로 전환한 시기에는 200~300포인트씩 반등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서정훈 연구원도 "반등을 대비해 단기적으로 하락 폭이 컸던 종목들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주가 반등 시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대형 IT주, 주가는 낮고 배당 매력이 있는 금융주, 장기간 바닥을 다져온 음식료·유통 등 국내 내수 업종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