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1.25 06:00
[조선비즈 창간 10주년 기획]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은 낡은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는 재개발·재건축과는 결이 다른 개념이다. 도시의 역사를 보존하면서, 현대인이 생활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들을 갖추되, 지속가능한 미래까지 고려해야 하는 일종의 재창조 과정이다. 지구촌 곳곳의 거대 도시들은 이미 수십년에 걸쳐 이 숙제를 해왔다. 이제 한국도 이 물결 앞에 마주 섰다. 2020년 창간 10주년을 맞는 조선비즈가 이른바 도시재생의 모범생들을 직접 살펴봤다. 앞서간 이들의 발자국을 참고하면, 쇠락한 도시에 더 활기찬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 인터랙티브 페이지에서 기사 보기
https://news.chosun.com/interactive/urban/index.html?selector=life&index=3
폐허된 조선소 해양공원 탈바꿈
크레인은 남겨 역사는 기억한다
빈 집터에 작물 심으니 관광객도 하나둘
젊은 예술인 끌어 ‘활기’ 모색하기도
지난 10월 14일 찾은 경상남도 통영시 도남동의 한 폐조선소 부지. 높게 솟은 대형 크레인만이 이곳이 과거 조선소였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이 땅은 앞으로 대형 크레인을 중심으로 육지와 바다를 잇는 해양공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대형 크레인은 철거하지 않고 통영의 랜드마크로 남겨둔다.
도시재생(Urban Regeneration)은 낡은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는 재개발·재건축과는 결이 다른 개념이다. 도시의 역사를 보존하면서, 현대인이 생활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들을 갖추되, 지속가능한 미래까지 고려해야 하는 일종의 재창조 과정이다. 지구촌 곳곳의 거대 도시들은 이미 수십년에 걸쳐 이 숙제를 해왔다. 이제 한국도 이 물결 앞에 마주 섰다. 2020년 창간 10주년을 맞는 조선비즈가 이른바 도시재생의 모범생들을 직접 살펴봤다. 앞서간 이들의 발자국을 참고하면, 쇠락한 도시에 더 활기찬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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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chosun.com/interactive/urban/index.html?selector=life&index=3
폐허된 조선소 해양공원 탈바꿈
크레인은 남겨 역사는 기억한다
빈 집터에 작물 심으니 관광객도 하나둘
젊은 예술인 끌어 ‘활기’ 모색하기도
지난 10월 14일 찾은 경상남도 통영시 도남동의 한 폐조선소 부지. 높게 솟은 대형 크레인만이 이곳이 과거 조선소였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이 땅은 앞으로 대형 크레인을 중심으로 육지와 바다를 잇는 해양공원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대형 크레인은 철거하지 않고 통영의 랜드마크로 남겨둔다.

◇ 텅 빈 폐조선소의 환골탈태
이 자리에 원래 있던 신아sb조선소는 1946년에 설립돼 통영 지역경제를 이끌던 회사다. 2010년부터 쇠퇴의 길에 들어섰고, 2015년 11월 끝내 파산했다. 이후 조선소와 연관업체 종사자 5000여명이 실직하고 주변지역 주거지의 70%가 텅텅 비면서 지역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
쇠락한 통영 폐조선소 부지에 새로운 경제 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은 최근이다.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2023년까지 5417억원을 들여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51만㎡(15만평) 부지에 해양공원, 호텔과 리조트 등이 들어선다.
이 자리에 원래 있던 신아sb조선소는 1946년에 설립돼 통영 지역경제를 이끌던 회사다. 2010년부터 쇠퇴의 길에 들어섰고, 2015년 11월 끝내 파산했다. 이후 조선소와 연관업체 종사자 5000여명이 실직하고 주변지역 주거지의 70%가 텅텅 비면서 지역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
쇠락한 통영 폐조선소 부지에 새로운 경제 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은 최근이다.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2023년까지 5417억원을 들여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51만㎡(15만평) 부지에 해양공원, 호텔과 리조트 등이 들어선다.

먼저 진행되는 것은 ‘리스타트 플랫폼’ 사업. 신아sb 조선소 본관 건물을 실직자와 청년 등을 위한 재취업 및 신규 창업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오는 12월 문을 열 예정이며, 지난달 총 18개의 입주단체도 선정했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의 아름다운 해양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해양 공원도 조성된다. 통영시는 올해 12월부터 폐조선소 지역의 토양오염 정화처리에 나선다. 토양 정화사업을 마치면 바닷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해양공원이 조성된다. 공원 중앙에 우뚝 선 크레인만이 이 곳이 과거 영광을 누렸던 조선소였다는 기록이 된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의 아름다운 해양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해양 공원도 조성된다. 통영시는 올해 12월부터 폐조선소 지역의 토양오염 정화처리에 나선다. 토양 정화사업을 마치면 바닷길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해양공원이 조성된다. 공원 중앙에 우뚝 선 크레인만이 이 곳이 과거 영광을 누렸던 조선소였다는 기록이 된다.

조선소 대형 창고 뼈대는 각종 전시장과 매점 등의 구조물로 사용된다. 도시재생 이후에도 조선소가 통영 경제를 이끌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취지다.
조선소 부지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한려수도 케이블카와 루지 등이 있어 관광객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여럿 있어 매력적인 관광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영 국제음악당, 동피랑 마을 등과 함께 통영의 문화예술관광 벨트의 중심이 된다. 도시재생을 마치면 조선소 부지는 9596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약 1480억원 경제적 효과와 483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소 부지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한려수도 케이블카와 루지 등이 있어 관광객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여럿 있어 매력적인 관광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영 국제음악당, 동피랑 마을 등과 함께 통영의 문화예술관광 벨트의 중심이 된다. 도시재생을 마치면 조선소 부지는 9596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약 1480억원 경제적 효과와 483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 영도에 블루베리 밭이 생긴 까닭은
"조선업이 호황일 땐 사람들이 많이 살았어요. 1970년대에 영도에만 극장이 네 곳이나 있을 정도였죠. 하지만 조선업이 불황을 맞으면서 10년 넘게 사람들이 이곳을 떠났고 네 집 걸러 한 집꼴로 집이 비는 상황에 이르렀죠."
지난 10월 11일 찾은 부산시 영도구 봉래동에서 만난 한 주민의 얘기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자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선박들이 떠 있는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3층 이하짜리 오래된 주택들이 줄 서 있었다.
"조선업이 호황일 땐 사람들이 많이 살았어요. 1970년대에 영도에만 극장이 네 곳이나 있을 정도였죠. 하지만 조선업이 불황을 맞으면서 10년 넘게 사람들이 이곳을 떠났고 네 집 걸러 한 집꼴로 집이 비는 상황에 이르렀죠."
지난 10월 11일 찾은 부산시 영도구 봉래동에서 만난 한 주민의 얘기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자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선박들이 떠 있는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3층 이하짜리 오래된 주택들이 줄 서 있었다.

이곳도 이제 변화를 위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부산 영도구 봉래동 5가 4만7029㎡ 일대 살리기가 시작된 것. 작년 1월부터 190억원을 투입하는 ‘빈집없는 베리베리굿 봉산마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 주민 대다수가 원하는 건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마을을 상전벽해 수준으로 화려하게 바꾸는 게 아니었다. 생활 주거 인프라를 구축하고 노후화한 집을 개조·보수하는 등 주거 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 과거 뉴타운사업지로 지정됐다 해제되면서 그 기간동안 개발이 전혀 안 된 탓에 동네는 더 낙후한 상황이다.
특히 늘고 있는 빈집이 문제였다. 안지현 봉산마을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조사 결과, 봉산2동에 있는 주택 400여채 중 100여채가 빈집이었다"고 했다. 수리를 해도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거나 문을 열면 곰팡이로 가득 찬 폐허 같은 집도 많았다. 이에 빈집 문제를 해결하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빈집과 토지를 사들였다.
관심을 쏟자 나아질 조짐도 보이기 시작했다. 무허가 건물 한채를 매입해 만든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올해 3~8월 900만원의 매출이 나왔다. 현재 토지 매입은 목표 대비 80%가 진행됐다. 사들인 땅에는 필요한 공공 주택과 주민들을 위한 공간, 커뮤니티시설 등을 순차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지역 주민 대다수가 원하는 건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마을을 상전벽해 수준으로 화려하게 바꾸는 게 아니었다. 생활 주거 인프라를 구축하고 노후화한 집을 개조·보수하는 등 주거 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 과거 뉴타운사업지로 지정됐다 해제되면서 그 기간동안 개발이 전혀 안 된 탓에 동네는 더 낙후한 상황이다.
특히 늘고 있는 빈집이 문제였다. 안지현 봉산마을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조사 결과, 봉산2동에 있는 주택 400여채 중 100여채가 빈집이었다"고 했다. 수리를 해도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거나 문을 열면 곰팡이로 가득 찬 폐허 같은 집도 많았다. 이에 빈집 문제를 해결하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빈집과 토지를 사들였다.
관심을 쏟자 나아질 조짐도 보이기 시작했다. 무허가 건물 한채를 매입해 만든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올해 3~8월 900만원의 매출이 나왔다. 현재 토지 매입은 목표 대비 80%가 진행됐다. 사들인 땅에는 필요한 공공 주택과 주민들을 위한 공간, 커뮤니티시설 등을 순차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민들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블루베리 키우기’를 이 지역의 특성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몇몇 주민들이 나대지에서 블루베리 키우기 시작한 것에서 착안했다. 7~8월 수확 시기에는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블루베리 체험을 오고 있다.
김정환 봉산마을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회장은 "2013년 빈 땅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 마음 맞는 주민들이 약10만원씩 거둬 블루베리 농장을 조성한 게 시작이었다"며 "블루베리는 화분에서도 자랄 수 있어 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풍을 맞으며 키운 블루베리는 맛이 더 달다"고 소개했다.
김정환 봉산마을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회장은 "2013년 빈 땅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 마음 맞는 주민들이 약10만원씩 거둬 블루베리 농장을 조성한 게 시작이었다"며 "블루베리는 화분에서도 자랄 수 있어 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풍을 맞으며 키운 블루베리는 맛이 더 달다"고 소개했다.

주민들은 앞으로 블루베리농장 수를 늘리는 것은 물론 스마트 농장으로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다. 블루베리 잼, 주스 등 블루베리 관련 상품과 체험·교육프로그램 등도 만들 예정이다.
안지현 사무국장은 "3년간 진행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이 끝나도 이 지역 사람들이 보다 편하게 살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마을이 계속 잘 관리될 수 있도록 주민조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안지현 사무국장은 "3년간 진행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이 끝나도 이 지역 사람들이 보다 편하게 살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마을이 계속 잘 관리될 수 있도록 주민조직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폐가 헐고 길을 닦은 목포
"낡은 주택 사이로 텅 빈 폐가들이 곳곳에 있죠. 폐가를 정리해 골목길을 낼 겁니다.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주택단지에는 골목마다 벽화가 그려지고, 마을 중심에는 청년문화예술 창작촌이 조성될 겁니다."
지난달 8일 찾은 목포시 서산동 보리마당. 목포항과 다도해가 내려다보이는 마을에는 비탈길을 따라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지붕 색이 바랜 낡은 주택과 폐가가 여기 저기 널려있어 언뜻 보기에도 손을 댈 필요가 있어보였다. 하지만 이 곳은 문화마을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약 9만9000㎡ 부지에 오는 2021년까지 224억원이 투입된다.
"낡은 주택 사이로 텅 빈 폐가들이 곳곳에 있죠. 폐가를 정리해 골목길을 낼 겁니다.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주택단지에는 골목마다 벽화가 그려지고, 마을 중심에는 청년문화예술 창작촌이 조성될 겁니다."
지난달 8일 찾은 목포시 서산동 보리마당. 목포항과 다도해가 내려다보이는 마을에는 비탈길을 따라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지붕 색이 바랜 낡은 주택과 폐가가 여기 저기 널려있어 언뜻 보기에도 손을 댈 필요가 있어보였다. 하지만 이 곳은 문화마을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약 9만9000㎡ 부지에 오는 2021년까지 224억원이 투입된다.

보리마당에 들어서니 영화 ‘1987’ 촬영지인 연희네슈퍼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주택 사이사이에는 주민들의 인생이 담긴 이야기가 시와 그림으로 표현 돼있다. 마을 중앙에는 청년문화예술창작촌이 조성돼 예술인들이 모여 창작 활동을 하고, 관광객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있다.
도시재생을 마치면 보리마당은 바다경관과 어울리는 도심 속 항구마을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목포시 관계자는 "목포 항구에서 보리마당을 바라봤을 때도 아름다운 마을이 되도록 정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시재생을 마치면 보리마당은 바다경관과 어울리는 도심 속 항구마을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목포시 관계자는 "목포 항구에서 보리마당을 바라봤을 때도 아름다운 마을이 되도록 정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