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의 제주 부동산]③"도시계획 문제는 일제청산 못해서"
[이정민의 제주 부동산]③"도시계획 문제는 일제청산 못해서"
김영미PD 입력 2019.09.20. 11:03
일제, 토지조사하며 부역자에게 토지소유권 인정
농사짓던 사람은 토지 잃고 만주로 도시로 밀려나
부동산 투자도 관련법 우선 알아야
토지이용관리방식과 관련된 역사적 맥락 인식 필요
OECD 국가 중 용도지역제 운영은 미국, 일본 우리 정도
계획허가제로 가야하지만 용도지역제 선택 이유는 일제 때문
일제부역자 청산부재, 후손이 부동산으로 잘 먹고 잘 살아
■ 방송일시 : 2019년 9월 19일(목)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도시계획전문가 이정민 박사
부동산 제대로 보기, 오늘도 도시계획 전문가 이정민 박사 자리함께 하셨습니다.
◇류도성>지난주까지 부동산 기초 다지기를 했다고 하면 오늘은 부동산과 법률에 관해서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사님, 부동산 투자하는데 법률이 왜 필요한지 간략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정민>부동산 투자도 법률행위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행동이 법률행위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법을 몰라도 큰 지장이 없습니다. 법이란 것이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라 그렇습니다.
법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상 부동산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법을 몰라도 되는 사회가 좋은 사회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법을 알아야 합니다.
◇류도성>부동산이라고 하면 관련 법률이 정말 많을 텐데요. 이런 것을 다 보려면 어렵지 않을까요?
◆이정민>변호사 시험보는 것도 아니고, 법을 볼 줄만 알면 됩니다. 물론 이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관련 법률을 공부하겠다면 대한민국 헌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총칙 정도는 봐야 합니다.
법률의 목적과 총칙 정도를 알면 그 법률의 절반은 이해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부동산 공법의 기본이 되는 법률이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부동산을 공부하려면 이 법만큼은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류도성>법을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래도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을 알아야 할까요?
◆이정민>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토지이용관리방식과 관련된 역사적인 맥락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토지이용을 관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용도지역제와 계획허가제 방식입니다.
용도지역제는 사적 재산권을 무한정 인정하고, 용도지역별로 허용되는 행위는 모두 가능합니다.
그래서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용도지역・지구・구역 선만 긋습니다. 용도지역 변경으로 우발 이익이 많이 생기지만 이를 환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습니다.
그런데 계획허가제는 토지의 공공성과 사회성을 강조합니다. 건축은 계획 내용에 맞게 해야 하며, 계획은 아주 구체적으로 수립되며, 계획허가제가 시행되면 용도지역 변경에 따른 우발적인 이익이나 개발이익은 모두 세금으로 환수됩니다.
◇류도성>계획허가제가 좋은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어떤 방식으로 토지가 관리되고 있나요?
◆이정민>우리나라는 아쉽게도 용도지역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헌법에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하고, 국가는 국토의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토지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용도지역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용도지역제를 택하고 있는 OECD 국가를 보면 미국, 일본, 우리나라 정도입니다.
대한민국이 용도지역제를 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일본 때문입니다.
일본 도시계획은 독일과 미국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서울 시가지계획을 용도지역제 근거하여 수립한 것이 용도지역제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이정민>용도지역제를 설명하기 전에 왜 부동산 투기가 만연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일제가 자행한 조선토지조사사업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일제가 1905년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합니다. 일본은 황실 및 국유재산을 빼앗아 조선 통치자금으로 사용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대한제국에는 모든 토지가 황실 혹은 국가 소유였습니다. 단지 조세를 걷을 수 있는 수조권만 있었습니다.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이 소유자가 아니었습니다. 일본이 토지를 구매하고 싶어도 구매할 수 없었죠.
토지조사사업을 토대로 토지소유권을 부여합니다. 이 과정에서 농사짓던 사람에게 토지소유권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일제에 부역하는 사람들에게 토지소유권을 인정해줬을 뿐입니다.
1918년 11월 토지조사사업이 끝나자 농토를 빼앗긴 사람들은 만주로 이주하거나 도시로 밀려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1919년 3.1 운동 때 일반 백성들이 많이 참여했던 이유도 고종 황제의 장례와 토지조사사업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울분 때문입니다.
도시로 인구가 몰려들면서 무허가 불량촌이 생겨났고, 땅을 가진 사람들은 주택사업을 하면서 많은 수익을 냈습니다. 이게 부동산 투기의 시작입니다.
◇류도성> 결국, 일제에 부역했던 사람들은 신흥 졸부가 되었고, 이들이 일제에 부역하면서 그들의 자산을 늘려나갔다는 얘기인데요. 그럼 해방 후에 이런 문제를 바로 잡지 못한 것이죠?
◆이정민>일제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해방과 동시에 우리나라는 3년 동안 미군정 지배를 받았습니다.
미군정은 사회주의자를 극도로 혐오했습니다. 그런데 일제에 부역했던 사람들은 사회주의자가 아니었기에 이들을 그대로 두고 오히려 사회주의 경향이 있던 광복군을 싫어했던 것입니다.
일본이 떠나면서 남긴 적산 즉, 귀속재산이 있었습니다.
이 자산이 당시 대한민국 자산의 85%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15%를 미군정이 매각했고, 나머지 85%는 이승만 정권 때 매각했습니다. 매각 조건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데도 이 재산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일제에 부역하면서 자산을 축적한 사람들밖에 없었습니다. 몇 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산을 토대로 대기업까지 발전합니다.
그래서 독립군 후손은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고, 일제에 부역했던 사람들은 부동산과 기업을 토대로 대대손손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류도성>결국, 일제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도시계획도 문제고, 지금 사회 양극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계획허가제를 시행할 수 있었을 같은데 안 된 이유가 뭘까요?
◆이정민>일제를 청산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합니다. 전쟁 후 복구사업을 할 때, 계획허가제를 시행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관련 법률도 마련되지 않아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진 조선시가지계획령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대한민국 정치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5.16 구테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은 도시계획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1960년대 후반 강남개발을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 초반 도심재개발사업과 여의도 개발사업을 강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국가예산이 투입된 것이 없습니다. 오로지 땅값이 오르는 것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당시 국민은 하루 빨리 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비용을 아끼는 것으로 생각했으니까요.
전 국민이 부동산 투기에 뛰어드는 것이 보편적인 일이었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 부자들이 부동산 자산 비중이 53%에 차지합니다.
부자들이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계획허가제를 시행한다고 하면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항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획허가제가 제대로 시행되지도 않고, 보유세 올리기도 쉽지 않고, 개발이익 환수 또한 형식에 그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류도성>어느덧 시간이 다 됐습니다. 다음 주에는 어떠한 내용으로 얘기를 해줄 것인지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국토계획법의 목적과 도시계획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에 관해 얘기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영미PD] ymi74@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