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책소개
민주주의 연구의 권위자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세계 여러 나라의 경우를 비교한 끝에 민주주의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과정을 거쳐 무너졌음을 발견하고, 몇 가지 신호를 패턴화한 두 저자는 이 책에서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극단주의 포퓰리스트들이 어떤 조건에서 선출되는지, 선출된 독재자들이 어떻게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두 저자는 자신들이 파악한 패턴 속에서 후보를 가려내는 역할을 내던진 정당, 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하는 정치인, 언론을 공격하는 선출된 지도자 등 민주주의 붕괴 조짐을 알리는 명백한 신호들을 찾아냈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헌법 같은 제도가 아니라 상호관용이나 제도적 자제와 같은 규범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규범들이 무너질 때 민주주의도 함께 허물어진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저자
저자 : 스티븐 레비츠키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이자 정치학자. 정당,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라틴아메리카의 정권 교체 등에 중점을 두고 연구해왔다. 쓴 책으로 《경쟁적 권위주의: 냉전 이후의 혼합 체제Competitvie Authoritarianism: Hybrid Regimes After the Cold War》가 있다. 2003년부터 하버드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비교정치학 기초 강의를 가르쳐왔고, 2004년에는 하버대드 우수 강의자에게 수여하는 로슬린 에이브럼슨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뉴욕 타임스〉, 〈더 애틀랜틱〉 등 각종 매체에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진단하는 글을 기고하고 있다.
저자 : 대니얼 지블랫
저자 대니얼 지블랫
하버드대 교수이자 정치학자. 19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유럽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연구의 독보적인 권위자다. 저서 《보수 정당들과 민주주의의 탄생Conservative Parties and The Birth of Democracy》으로 2017년 미국정치학회가 주는 우드로 윌슨 상, 2018년 미국사회학회가 주는 배링턴 무어 상 등을 수상했다. 수년 동안 하버드대 학부 최고 인기 세미나 중 하나인 〈민주주의는 어디에서나 가능한가?〉를 이끌어오고 있으며, 〈뉴욕 타임스〉와 〈VOX〉 등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역자 : 박세연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IT 기업에서 마케터와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다. 현재 파주 출판 단지 번역가 모임인 ‘번역인’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단단해지는 연습》, 《딥 씽킹》, 《죽음이란 무엇인가》, 《디퍼런트》,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등이 있다.
목차
들어가며: 모든 민주국가에 던지는 경고
1장 민주주의자와 극단주의자의 치명적 동맹
2장 무력화된 정당
3장 왜 정치인들은 잠재적 독재자를 방조하는가
4장 합법적으로 전복되는 민주주의
5장 민주주의를 지켜온 보이지 않는 규범
6장 민주주의에 감춰진 시한폭탄
7장 규범의 해체가 부른 정치적 비극
8장 트럼프의 민주주의 파괴
9장 민주주의 구하기
감사의 글
주
찾아보기
책 속으로
경고신호를 인식하고 위험한 신호를 가려내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 배워야 한다. 또한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를 파멸로 몰아갔던 치명적인 실수를 인식하고, 다른 나라의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에 맞서 어떻게 저항했는지, 그리고 민주주의 붕괴를 막기 위해 어떻게 뿌리 깊은 양극화를 극복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물론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에는 패턴이 있다. (p.16) -들어가며: 모든 민주국가에 던지는 경고
잠재적 대중선동가는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 존재하며, 때로 그들은 대중의 감성을 건드린다. 그러나 어떤 사회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경고신호를 인식하고, 이러한 인물들이 권력의 중앙 무대로 올라서지 못하도록 방어한다. 극단주의자나 선동가가 대중의 인기를 얻었을 때 기성 정치인들은 힘을 합쳐 그들을 고립시키고 무력화한다. (p.29) -1장 민주주의자와 극단주의자의 치명적 동맹
프라이머리는 분명하게도 더욱 민주적인 방식이었다. 그런데 혹시 ‘지나치게’ 민주적인 방식은 아닐까? 대선 후보 지명을 오로지 투표자의 손에 맡겨둠으로써 구속력 있는 프라이머리는 정당의 문지기 역할을 약화했고, 동료에 대한 평가 절차를 생략함으로써 아웃사이더에 문을 열어놓았다. (p.66) -2장 무력화된 정당
‘집단적 포기collective abdication’, 다시 말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인물에게 권력을 넘기는 행동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잠재적 독재자를 통제하거나 길들일 수 있다는 착각이다. 둘째, 사회학자 이반 에르마코프Ivan Ermakoff가 ‘이념적 공모ideological collusion’라고 부른 개념으로, 이는 집단적 포기를 택한 주류 정치인들의 이해관계가 잠재적 독재자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는 경우에 해당된다. (p.86) -3장 왜 정치인들은 잠재적 독재자를 방조하는가
독재 정권은 종종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혐의로 소송을 함으로써 반정부 성향이 강한 언론을 ‘합법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하게 막는다. 에콰도르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는 이러한 기술에 특히 능했다. 2011년 코레아는 주요 일간지 〈엘 우니베르소El Universo〉가 자신을 ‘독재자’라고 칭한 사설을 게재한 것에 대해 4천만 달러의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고, 승소했다. (p.108) -4장 합법적으로 전복되는 민주주의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는 밀접하게 얽혀 있다. 이 둘은 때로 서로를 강화한다. 정치인이 상대를 정당한 경쟁자로 받아들일 때 그들은 자제의 규범도 기꺼이 실천하려 든다. 또한 경쟁자를 위협적인 존재로 보지 않는 정치인은 상대를 권력 경쟁에서 퇴출시키려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 자제 규범의 실천(가령 민주당 대통령이 제시한 연방대법원 판사 임명안을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 통과시킨 것처럼)은 스스로 관용적인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줌으로써 선순환을 이뤄낸다. (p.143) -5장 민주주의를 지켜온 보이지 않는 규범
미...국 정치 시스템을 떠받치는 규범은 사실 인종차별에 의존해왔다. 재건 시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미국 사회의 평화는 그 원죄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다시 말해 1877년 타협과 이후로 이어진 남부 지역의 반민주화 흐름, 그리고 흑인 차별법인 짐 크로 법을 근간으로 삼았다. 인종차별은 20세기 미국 정치의 특성을 규정했던 정당의 협력과 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p.181) -6장 민주주의에 감춰진 시한폭탄
뉴트 깅리치에서 도널드 트럼프에 이르는 공화당 정치인들은 양극화된 사회에서 경쟁자를 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쓸모가 있으며, 정치를 전쟁으로 인식하는 입장이 많은 걸 잃어버릴지 모른다고 두려워하는 유권자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호 관용과 자제의 규범을 향해 더욱 거세지는 공격은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민주주의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정쟁으로부터 미국 사회를 오랫동안 지켜주었던 연성 가드레일을 흔들고 있다. (p.219) -7장 규범의 해체가 부른 정치적 비극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주의 제도를 직접적으로 허물어뜨리지는 않았다고 해도, 그의 규범 파괴는 분명히 그러한 일을 했다. (...) 취임 후 이어지는 트럼프의 규범 파괴는 미국 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대통령의 행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거짓말과 속임수, 탄압 등 예전에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여겨졌던 행동들이 점차 정치인의 전술적 공구함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p.244) -8장 트럼프의 민주주의 파괴
미국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이제 미국 국민은 지금껏 그들의 민주주의를 지켜주었던 기본 규범을 되살려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규범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해야 한다. 규범이 포괄하는 범주를 넓혀가야 한다. 미국 민주주의 규범의 핵심은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 그러나 역사의 많은 시간 동안 인종차별과 함께했고, 또한 그것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다. 이제 그 규범이 인종 평등과 전례 없는 민족 다양성 시대에서도 제대로 기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p.289) -9장 민주주의 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