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부동산 투자방식은 버려라
지금까지의 부동산 투자방식은 버려라
지난달 하나금융투자의 애널리스트이자 ‘리멤버 나우’의 필진인 채상욱 위원의 ‘리멤버 라이브'가 있었습니다. 300여 명이 방송에 참여해 실시간으로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채 위원은 지금의 부동산 시장에 대해 설명하면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리멤버 라이브' 하이라이트 보러가기 >>
지금까지는 공급량이나 상권, 입지로 부동산의 가치를 판단해왔죠.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종전에는 다주택자에게 매겨지는 양도소득세가 30%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작년 4월에 세법이 바뀌면서 임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다주택자들에게 양도세가 65%까지 부과되기 시작했어요. 기대수익이 반 토막이 났으니 다주택자들은 임대 사업자 등록을 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신규 임대 사업자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주택 거래량이 급증하고 갭투자 비중도 상승했죠. 서울시를 기준으로 보면 갭 투자 비중이 50%를 넘었고 어떤 구는 60% 후반까지 올라왔어요. 10채가 거래되면 7채가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구조가 된 거죠. 투자 수요를 자극하다 보니 시장이 투기가 난무하는 시장으로 변한 겁니다.
이 수요를 잠재우기 위해 작년 9월에 9.13 정책이 발효됩니다. 이전에는 임대 사업자의 경우 전용면적이 85m2 이하인 모든 주택에 세금을 17%만 부과했습니다. 그런데 9.13 정책 이후 공시 가격이 6억을 넘는 고가 부동산의 경우 임대 사업자 등록을 했더라도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고가 주택은 예외 없이 최고세율의 양도세를 내게 된 겁니다. 소형평형이 10억대인 강남권 부동산의 경우 10년이 지나 가격이 5억이 오른다고 해도 65%의 양도세를 내고 재산세, 종부세까지 내고 나면 세후 수익률이 0%, 심지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괜찮은 투자 대상이었던 고가 부동산에 투자자들의 손길이 닿지 않게 된 거죠. 서울시의 아파트 가격은 작년 11월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고 여전히 하락세입니다. 거래량도 감소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투자 수요자들에 의해 움직입니다. 1주택자는 자신이 사는 집을 고르는 실수요자로 투자자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실수요자라면 부동산 가격이 9억 원 이하일 경우 세금을 내지 않고, 이상일 경우 7~8% 정도의 세금만을 냅니다. 세금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죠. 이런 경우에는 부동산의 펀더멘탈, 즉 공급과 입지가 가격을 움직이는 요소지만, 투자의 관점으로 넘어오면 다릅니다. 세금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되니까요. 그리고 세법이 작년에 두 차례의 큰 변화를 마주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게 된 겁니다.
Q&A
Q: 지금까지의 투자방식과 소개해주실 투자방식을 비교해 주세요.
A: 지금까지는 부동산 투자자들이 세금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부동산의 공급이나 상권, 입지로 판단해왔죠. 이게 여전히 상식적인 요소일 겁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듯이, 이제는 세금이 투자의 중요한 기준점이 됐어요.
양도소득세의 최고세율이 68.2%입니다. 보유세가 공시가격의 3.2%까지 올라왔습니다. 극단적인 경우 좋은 투자 수완을 골랐다 하더라도 100%의 세금을 맞습니다. 그 대상인 고가 부동산을 10년 동안 갖고 있다고 하면 보유세 30%를 내고 양도세 68%를 내게 되고, 남는 게 없는 거죠.
세금을 명확히 짚고 가야 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배당을 잘 안 한다고 하잖아요. 한국의 배당 성향이 평균 17%라고 해요. 가까운 아세안 국가만 봐도 40% 정도고, 중국도 30%가 넘고, 한국과 경제 구조가 비슷한 대만도 50% 중 후반인데, 한국만 그럽니다. 왜 그럴까요.
대주주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잘 쓰지 않는 게 아니라 배당 세율이 높아서 그렇습니다. 종합소득세가 최대 46.2%까지 붙습니다. 배당을 적극적으로 할 경우 세금을 너무 많이 내는 거죠. 스포츠 스타들이 일정 소득 이상이 되면 법인을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죠. 개인소득세도 46%로 아주 높거든요.
의외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도 세금이 경제를 움직이는 기준이 됐습니다. 최고 68.2%의 양도소득세와 계속 올라가는 보유세가 이제는 부동산 경제를 움직이는 룰로 작동할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입지와 상품이 아니고요.
Q. 올해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입니다. 부동산 재테크를 하고 싶은데, 어떤 방식이 좋을까요?
A. 우선 예비 신랑이시라면 부동산에 쏟는 자산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을 테고,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높은 연봉을 받는데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어요. 연봉을 400만 원만 올려도 지금 같은 예금 금리 시세라면 예금 1억 정도를 깔고 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현재 보유 주택이 있으신지는 알 수 없지만, 없으시다면 부동산 투자는 뒤로 미루고 1주택 가구로 사시는 게 좋지 않을까 해요. 1주택 가구는 양도 소득세가 0원이에요. 이건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엄청난 특혜예요. 다주택자가 돼서 투자를 하고 싶다면 자본 효율이 굉장히 높아야 해요.
덧붙이자면 신혼부부가 집을 구할 때는 임차로 살 건지 자가로 살 건지를 정해야 하잖아요. 두 가지를 고려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금액과 주거 안정성인데요. 저는 처음 집을 구할 때 전세금을 빌려서 임차를 했어요. 인테리어까지 직접 다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래층에서 물이 샌다는 항의가 들어오더라고요. 온돌 배관을 다 들어내는 대공사를 해야 했죠. 그래서 결국 나오게 됐습니다. 임차로 집을 구할 경우에는 돈이 많이 들지 않는 대신 주거 안정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두 가지를 잘 고려하셔서 최선의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Q. 3기 신도시가 발표됐는데, 부동산 수요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A. 실수요에 영향을 줄 것 같아요.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 주택이 공급됐었죠. 공공이 분양하는 주택이었는데, 분양가가 민간 건설사의 주택보다 30%가량 저렴하면서도 연 7만 호 이상 공급됐어요. 우리나라는 1년에 2, 30만 가구를 공급하는 나라예요. 싼값에 그렇게 많은 주택이 나오니 당연히 민간 분양 아파트들이 미분양에 허덕였죠.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제 주변만 봐도 발표된 신도시 중에서 어디 청약을 받을지 고민하는 분이 많아요. 실제로 공급되기 전까지 주택 수요가 분산되는 거죠. 공급 확대와 교통 확보 차원에서는 훌륭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수요는 땅 끝까지 밀어 부쳐질 것 같아요. 이미 세법 개정으로 인해 투자 수요가 줄어들었는데, 신도시 발표로 실수요까지 흩어질 확률이 높아졌으니까요.
3기 신도시가 서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물어보는 질문도 있네요.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은 준공을 말합니다. 분양이 아니고요. 하지만 실제로 공급돼서 영향을 미치는 건 입주 한 다음부터잖아요. 3기 신도시가 실질적으로 공급이 되는 시점은 2025년 이후가 될 겁니다. 아직 멀었죠. 그전에 신도시에 양질의 부동산이 공급될 거라는 기대에 현재의 수요가 분산될 수는 있겠지만,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겁니다.
그래도 신도시가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판단할 때 쓰이는 유용한 지표가 있어요. 통근·통학 비중인데요, 예를 들면 수원에서는 100명 중 9명이 서울시로 출근하거나 등교합니다. 100가구를 공급하게 되면 9가구가 서울의 수요를 대체하겠죠.
2기 신도시가 실패한 이유도 여기 있어요. 화성, 동탄, 고덕 모두 한 자릿수의 통근·통학 비중을 갖고 있거든요. 2% 정도로요. 70만 호를 공급했던 2기 신도시보다 20만 호를 공급하는 3기 신도시의 임팩트가 크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3기 신도시는 근본적으로 통근·통학률이 높은 지역입니다. 여기에 교통망까지 확충하면서 들어온다고 하니까 통근·통학률이 50%가 넘을 것 같아요. 절반 정도가 서울의 대체 주거지로 생각하는 것이죠. 이 수치를 기준으로 수요의 규모가 달라집니다.
Q. 부동산은 앞으로도 재테크 수단으로써 가치가 있을까요?
A. 아마 모두에 말씀드린 세법의 변화로 인해 피어난 걱정이 아닐까 싶은데요. 물론 지금 불안한 마음도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잖아요. 1년이라도 투자 성과가 좋지 않으면 또 다른 정책이 발의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요.
그리고 부동산은 아주 거대한 시장입니다. 가계가 소유하는 부동산이 6천 조 원 규모입니다. 주택은 4천 조 원이고요. 그중 절반이 투자로써 부동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2천 조 정도죠. 그리고 주식 시총이 1,900조 원 정도 됩니다. 생각을 뛰어넘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죠. 단적인 요소로 판단하는 건 불가능해요. 제가 말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예상이고요.
옛날에는 부동산을 황실에서, 혹은 정부에서 관장했고 법학대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 이제는 경영 대학원에서 다루며, 시장논리에 의해 돌아갑니다. 자산 시장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고요. 예전처럼 공급이 적으면 무조건 가격이 올라가다거나 하는 예측은 먹히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이 직접 ‘투자'를 목적으로 이 시장에 돈을 쏟고 있습니다. 세금에 민감하고 각자가 나름의 논리로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죠. 이러한 부동산 시장에 재테크를 목적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가치가 있느냐. 물론입니다. 자산 시장이니까요.
Q. 말씀하신 대로 부동산 정책이 바뀌면,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m2 이하의 건물에만 투자 수요가 몰리게 될 텐데요. 아직 서울에도 그 조건을 충족하는 건물이 많을 텐데, 집값이 평준화되려나요?
A. 지금 추이만 봐도 그래요. 서울 고가 지역은 신고가가 거의 안 나오고 있거나 나와도 대형평 위주로 근근이 나와요. 서초 송파 강남 쪽에는 신고가가 거의 없죠. 반면 그 외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는 신고가 경신이 많이 일어나요. 경기도로 가면 더욱 많고요. 고가 지역 외의 곳들에서 주택 가격이 실제로 올라가고 있는 겁니다.
전국 주택 가격지표가 하락하고 있는 건 그 지표가 시가총액 개념이기 때문이에요. 고가주택인 서울 투기 지구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다 보니까 지표가 빠지고 있는 거죠. 신고가는 외곽으로 갈수록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평준화라면 평준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지금의 부동산 정책이 오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정치인들이 표 수를 고려하기 때문에요.
Q. 세금에 대한 정책은 어떻게 될까요. 예측할만한 수준일까요?
A. 예전 영국에는 창문사가 있었어요. 창문을 설치하면 세금을 내는 거죠. 검은 고양이 세도 있었어요. 검은 고양이를 키우면 세금을 내는 거죠.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세금은 다른게 아니라 무언가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오르는 거거든요. 불로소득세도 기본적인 세율보다 높은데 이건 일도 안 하면서 돈 벌지 말라는 메시지지요.
지금 다주택자의 양도 소득세가 68.2%까지 올랐잖아요. 집을 팔지 말라는 말이죠. 실제로도 다주택자들이 집을 안 팔고 있어요. 최근 서울시 주택 매매 거래량을 보면 실제로 급감했어요. 소유권 이전 패턴이 매매가 6~70%였고 증여가 5% 정도였는데, 지금은 매매는 30% 이하로 떨어졌어요. 증여 비율이 16~20%로 올라갔죠.
이런 상황에서 세금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예상해보죠. 무주택 가구의 실수요까지 억제가 돼버리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나올 확률이 높겠죠. 무주택자분들은 보통 대출로 자금을 마련하잖아요. 무주택 가구 대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거나,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완화하는 등의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예측해 봅니다.
Q.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부동산은 어떻게 될까요?
A. 예전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자율 주행차가 생기면 차들이 거의 붙어 다니면서 도로가 넓어진다. 남는 도로를 집으로 바꿀 수 있다. 편하게 통근·통학이 되는 만큼 사람들은 직장이나 학교에서 멀리 살기 시작할 거다. 부동산 가격도 평준화될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부동산의 가치는 해당 지역을 여러 사람들이 다른 시간대에 쓸 때 가치가 올라가는 겁니다. 만일 특정 지역을 나 혼자 점유하고 있다면 가치가 올라가지 않죠.
지금 제가 리멤버 사무실이 있는 삼성동에 와 있어요. 낮에는 여기 직원분이 삼성동에서 일하실 거고, 오후 시간에는 아이들 어린이집 보낸 주부님들이 삼성동에서 티타임을 가질 거고, 저녁에는 저처럼 이렇게 방송을 하거나 퇴근한 직장인들이 코엑스에 와서 데이트를 하거나 술 한잔하시겠죠. 이런 복합적인 방식으로, 남는 시간 없이 쓰일 때 그 지역의 부동산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자율 주행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부동산 가격 측면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 지역에 복합적인 교차 사용이 일어나느냐 마냐를 봐야 하죠. 미래에는 어디서 그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여전히 업무 지구가 밀집되어있는 서울에서 일어나겠죠. 한동안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3기 신도시들이 일자리를 내세우면서 ‘우리도 복합 사용이 가능한 신도시다, 자급자족형 신도시다'라고 하잖아요. 이 부분도 진지하게 보셔야 합니다. 통근·통학률처럼 중요한 요소가 ‘전체 도시 면적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흔히 말하는 베드타운 신도시는 보통 30%가 주택이에요. 60%가 도로와 공원이죠. 나머지는 근린상가고요. 이런 곳에서는 복합 사용이 일어나지 않겠죠. 그래서 이름이 베드타운인 거고요. 그런데 지금 기획하고 있는 3기 신도시는 베드타운 신도시가 아닙니다. 과천도 마찬가지고요. 주거가 20% 이내입니다. 게임이 달라지는 겁니다.
Q. 사회 초년생은 어떻게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A. 갑작스럽지만… 막 취업한 사회 초년생, 대리급 이하 분들께 드리고 싶은 얘기는 있어요. 투자를 고민하기 전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에는 남들이 알아주는 건축 회사를 다녔어요. 그런데 그 안에서도 저는 공사하는 과정을 분석하고 글을 쓰는 걸 좋아했어요. 어떻게 해야 최적화를 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이직을 하면서도 같았어요. ‘직장'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갈고닦아 왔죠.
투자는 그 이후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도 투자라고 생각하시고 본인이 잘하는 일을 찾아내는 것에 올인하셨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자리 잡히면 투자에 있어서도 건강한 철학을 가질 수 있고, 더 좋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