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일본 버블 경제, 그 비극의 시작

ngo2002 2019. 4. 22. 15:16

일본 버블 경제, 그 비극의 시작

2019.04.22. 04:512,170 읽음

미국 블랙먼데이, 일본 자산 가격의 버블 촉발시키다

1980년대 말, 일본에서 주식가격 폭등보다 더 문제가 된 것은 부동산이었다. 주식시장 호황으로 기업들의 증자 및 신규 상장이 쉬워짐에 따라 은행의 기업대출이 줄어들었고, 은행이 남아도는 돈을 부동산 담보 대출로 운용하기 시작하면서 안 그래도 비쌌던 일본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가계와 기업, 모두가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었다.

돈이 돈을 벌어주는 재테크의 시대가 시작되자, 부동산시장은 더욱 무서운 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1984년을 전후해 100포인트에 불과하던 전국 지가地價 1990 160포인트로 급등했으며, 특히 동경과 오사카 등 이른바 6대 도시의 지가지수는 무려 300포인트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세계의 갈라파고스 = 일본
직격탄을 맞다

당시 일본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놀라운 수준이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비교가 필요하다. 카타리나 크놀Katharina Knoll등의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 <글로벌 주택가격 조사>에 따르면, 세계 부동산시장은일본 일본 이외로 구분이 가능하다. 1913년을 100으로 놓고 볼 때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세계 12개 나라의 실질 주택가격은 100여 년 동안 약 4배 상승했다. 그러나 일본은 그 추세가 다른 나라들과 달랐다. 1913년부터 1990년까지 31상승한 후, 다음 25년간 약 50% 하락했다.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다른 나라들과 달리 일본은 부동산 세계의갈라파고스같은 존재였던 셈이다.

1913년 이후 세계 주요국 실질 부동산 가격 추이


렇듯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으로 부동산 가격이 부풀어 오르자, 일본 중앙은행도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었다. 결국 1989 5 30, 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2.5→3.25%)했다.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은 1980 8월 이후 처음이었지만, 일본 부동산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를 6%까지 인상하자, 일본 부동산시장도 더는 버틸 수 없었다.

게다가 부동산 호황에 도취된 건설회사들이 연 170만 호의
신규 주택을 공급한 것이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인구 1 2천만 명의 나라에 주택이 4천만 호 있는데, 40년마다 재건축된다고 가정하면 연평균 필요한 주택 공급 호수는 100만 호 전후다. 그런데 1990년대 초반, 일본에는 연 170만 호의 주택공급이 계속되어 심각한 공급 과잉을 유발하고 말았다. 아무리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도, 주택이 이렇게 넘쳐나면 부동산시장의 수급 균형은 깨질 수밖에 없다.

외환이나 석유 등 모든 상품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좌우된다. 그런데도 당시 일본 국민과 건설업체들은 이 자명한 진실을 망각한 것처럼 행동했다. 그렇게 버블 붕괴가 시작되고 있었다. 

‘잃어버린 20년’ 장기불황 탈출을 시도한 아베노믹스
버블 붕괴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촉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