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1부 우리 경제는 지금 어디로 ② 윤증현 前장관 �

ngo2002 2012. 9. 14. 12:51

고통 감내하잔 지도자 없고 듣기 좋은 소리만…정말 큰일!
국가 거버넌스 바꿔야 중장기 과제 해결 해마다 50만명 대졸 쏟아지는데 고급 일자리 없어 교육 구조조정 같은 근본적 해결책`치열한 고민`할때
교육 구조조정 같은 근본적 해결책 `치열한 고민` 할때
글 싣는 순서 : 1부 우리 경제는 지금 어디로 ② 윤증현 前장관 �
기사입력 2012.09.09 18:04:01 | 최종수정 2012.09.09 20:59:08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The Coming Economic Earthquake ◆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66)의 관료 인생은 늘 `위기`와 맞닿아 있는 절벽이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으로 위기의 한복판에 섰다. 2009년 2월 미국발 경제위기 파고 속에서는 `구원투수`로 경제팀 사령탑에 등판해 2년4개월간 한국 경제를 이끌며 위기 극복에 기여했다. 지난해 6월 최장수 경제장관에서 물러나 야인으로 돌아간 그는 그 흔한 로펌에도 가지 않았다. `BMW(버스, 지하철, 걷기)`를 통해 서민적인 삶을 살고 건강도 지키고 있다. 그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언론과의 인터뷰는 일절 고사해왔다.

"현 정부 장관으로 언론에 나서기 아직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1년4개월여 만에 이뤄진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청년 일자리 위기, 경제민주화 논쟁부터 미래 국가 성장동력까지 경륜이 묻어나오는 내면의 통찰력 있는 해법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거침없이 선 굵게 던진 묵직한 메시지도 많았다.

지난 7일 사전 질의서, 답변서도 없이 3시간에 걸친 인터뷰 내내 그는 당장의 한국뿐만 아니라 미래 한국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치열한 고민`이었다. 경제위기에 대해선 "`덜 먹고, 전기와 물을 아끼고, 구조조정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하는 지도자가 아무도 없다. 이거 큰일이다. 큰일"이라고 말했다. 복지 논쟁에 대해선 "`보편적 복지`란 단어 자체가 국민을 현혹시키는 정치적 수사"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위기인가.

▶당연하다. 지금 전 세계 경제가 좋지 않은데 우리 경제만 어떻게 잘살 수 있나. 이미 글로벌 경제에 편입돼 버렸는데. 솔직히 이야기하면 지금 이 경제적 어려움을 우리가 다 수용해서 견뎌내야 한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진짜 제대로 된 리더라면 감내를 국민에게 간곡히 요청해야 한다. `국민 여러분,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려야 합니다. 그렇게 이 어려움을 극복해 갑시다`라고. 이런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전기와 물을 아껴 쓰고, 지하철을 타며 이제는 이렇게 꾸려나가야 한다고 요청해야 한다. 이런 메시지를 보내 국민을 깨우쳐야 하는데…. 이런 상황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고 듣기 좋은 소리만 하고 있다.

-지금 한국 국민이 코앞에 닥친 위기 징후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인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창피했던 이야기를 하나 해주겠다. 호주 사람을 만났는데 한국은 물이 충분한 나라냐고 비아냥거리듯 묻더라. 사무실에 와보니까 밥을 먹으러 나갈 때도 전깃불을 하나도 안 끄고 나간다고. 호주에서는 샤워한 물조차 반드시 한 번 더 사용한다고 하더라.

결국 전기와 물을 생산하는 게 뭐냐. 석유다. 우리가 지난 1년간 원유를 수입하는 데 쓴 돈이 얼마인지 아나. 1007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다. 우리나라 1년 국내총생산(GDP)이 1조2000억달러인데 그중 10%를 원유를 사는 데 펑펑 쓴 것이다.

작년 한 해 국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309억달러인데 기름을 아껴 원유 수입을 줄였다면 흑자 규모가 1000억달러는 넘었을 거다. 이게 몇 년 지속되면 외환보유액 4000억달러, 1조달러에 금방 도달한다. 그만큼 글로벌 경제위기 등 외풍에 견딜 수 있는 힘이 차곡차곡 축적되는 거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상치 않다. 최근 `묻지마 범죄`로 인한 불안 역시 같은 관점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제일 시급한 게 청년 일자리 다. 내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만났을 때 청년실업 대책이 있으면 한 수 배우려고 물어봤다. 대안이 있느냐고. 오히려 돌아오는 대답이 "대안이 어딨나. 당신에게 대안이 있으면 이야기해보라"였다.

경기 회복이 되든 안되든 지금 대한민국 최대 문제는 교육이다. 이제는 정말 구조적, 시스템, 체질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이렇게 대졸자 과잉 학력 사회를 만들어놓고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줄 건가. 아무도 긴 안목을 갖고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 노동 시장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하나.

▶심각한 인력 위기다. 지금 교육 구조로 계속 가면 정말 보통 문제가 아니다. 요즘 고졸 채용이 화두인데, 청년실업 문제는 임시로 고졸 채용을 많이 해서 끝날 일이 절대 아니다.

한 해 노동 시장에 배출되는 고졸자가 15만명이다. 반면 대졸자 이상 고학력자는 무려 50만명이 넘는다. 그런데 모든 조직은 피라미드 구조여서 밑에 일할 기능직 사람은 많고, 위로 갈수록 관리직 인력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대졸자 이상 고학력자는 한 해 3만 5만명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 대학 진학률이 80% 수준인데 세계에 이런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아무리 일자리를 늘려봤자 고급 일자리는 계속 없고 청년실업 위기 해결을 논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차기 정부는 정말 노동력 공급을 어떻게 바꿔야 균형을 맞출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논의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에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국가 거버넌스(통치 체제)를 바꿔야 한다. 5년 단임제를 하면 청년실업처럼 구조적이고 골치 아픈 문제는 아예 덮어놓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임기 동안 해결할 수 없으니까 땜질식 대증요법만 남발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학 구조조정도 덮어둬서는 안된다. 지금 한국에 대학교가 40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 행정부 읍면구가 228개다. 단순히 숫자로 나누면 군 하나마다 대학이 2개 있는 꼴이다. 정신 차리고 이 문제를 노심초사해야 하는데 반값등록금? 아연실색했다. 해결에 시간이 걸리니까 미적미적 미룰 게 아나라 새 정부 초기에 빨리 시작해야 한다. 또 의회와 행정부 간 기능 조정도 필수적이다. 대통령이 행정부 이름 하나도 독자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의회가 법을 통과시켜줘야 하니까.

■ He is…

윤증현 전 장관은 △1946년 경남 마산 출생 △서울고 △서울대 법대 △행시 8회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 △세무대학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금융감독원장 △기획재정부 장관 △(현) 윤(尹)경제연구소 소장

[정리 = 박준모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 대담 = 서양원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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