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 단축-임금 삭감` 대타협 이뤄야 일자리 늘고 경제 산다
1부 우리 경제는 지금 어디로 ③ 진념 前부총리 인터뷰 경기 어려울때는 재정적자 늘릴수도 있어 경제민주화, 만병통치약처럼 선전 말아야 | |
기사입력 2012.09.10 17:17:28 | 최종수정 2012.09.12 18:01:56 | ![]() ![]() ![]() |
◆ The Coming Economic Earthquake ◆
환란 극복이 최대 과제였던 김대중 대통령도 국가 재정을 책임질 기획예산위원장으로 주저 없이 `진념`을 선택했고, 그는 국가부도 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힘을 보탰다. 진념 전 부총리는 늘 주자가 꽉 찬 실점 위기에 등판하는 구원투수였다. 믿음에 보답하듯 그는 늘 불을 끄고 유유히 마운드를 내려왔다. 한국 경제의 구원투수였던 진념 전 부총리는 "한국 경제가 또 한 번 대량 실점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주저 없이 "정치권의 무분별한 표 얻기 경쟁"을 꼽았다. 진 전 부총리는 "표를 얻기 위해서 모든 문제 해법을 경제민주화라는 주장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경제민주화는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나. ▶여러 가지 경제지표들이 보여주지 않는가.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인 소비와 투자, 수출 모두에서 위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를 운영하는 국민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위기들 더욱 가속화시킨다.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던 외환위기 당시와 지금의 위기를 비교한다면. ▶당시 위기는 아시아의 위기였고, 또 재벌들의 과잉 차입 등 내부 요인에 의한 위기였다. 우리의 수출시장이었던 미국과 유럽 등 대외 환경은 좋았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빠르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 위기는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모두 결합돼 있기 때문에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릴 수 있다. 글로벌 저성장 시대는 어쩔 수 없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IMF 환란을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나. ▶당시 위기는 참 슬기롭게 극복했다. 우리 국민은 위기 때 결속하는 힘이 있다. 정치권이 다투기는 했지만 경제 문제 해결에서는 어느 정도 협력이 이루어졌다. 제가 경제부총리로 있을 당시 1박2일에 걸쳐 여(與)ㆍ야(野)ㆍ정(政) 정책포럼을 두 차례 열었다. 여기서 기업 구조조정, 금융 구조조정, 국가채무 문제 해법 등의 합의를 이루어냈다. 경제 위기 앞에 이처럼 힘을 합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무엇인가. ▶가장 큰 위험은 정치권의 표 얻기 경쟁이다. 가계부채, 부동산 문제, 수출시장의 어려움, 일자리 문제 등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4ㆍ12 총선 이후 대선 경쟁에 돌입하면서 정치권은 표 얻기 경쟁에만 몰입하고 있다.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가 자취를 감췄다. 이러다 보니 정치권이 다가오는 경제위기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표 얻기 경쟁의 대표적인 사례가 경제민주화일 수 있는데 바람직한 경제민주화의 방향은 무엇인가. ▶경제민주화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고 정치적 선전 구호로 활용하고 있다. 모든 문제에 대해 경제민주화라는 말 속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것 같은데 경제민주화 주장들을 살펴보면 그 안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 비정규직 문제, 일자리 문제 등 모든 문제가 경제민주화만 이루어지면 해결될 것처럼 말하고 있다. 경제민주화 주장 속 내용들을 구분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정서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경제민주화 논의가 `대기업 때리기`에 집중된다는 우려도 있는데. ▶경제민주화라는 구호가 호소력을 갖는 사회적 분위기는 이해가 된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중산층이 어려워지면서 분출되는 불만이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로 모아지고 이를 정치권이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일정 부분 대기업에 책임이 있다. 대기업이 빵집까지 하고 자기들끼리 일감을 몰아주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런 것은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 -대기업이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가 국내 투자를 줄이고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자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있나. ▶기업들이 국내 투자는 줄이고 있지만 해외 투자는 많이 해 왔다. 수익성을 생각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는 원인을 파악해서 이걸 풀어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노동부 장관도 지내셨다. 현재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가. ▶노조와 기업 모두 변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전투적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한 기업은 비정규직 확대라는 편한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고 이것은 길게 보면 기업의 생산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 평균 근로시간이 2200시간이다. 이것을 선진국 수준인 1750시간 정도로 줄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어느 후보가 말한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진다. 또 그 줄어든 시간만큼 추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그런데 근로시간을 줄이면 당연히 임금을 줄여야 하는데 국내 노조는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니 논의의 진전이 없다. 이를 위해 노ㆍ사ㆍ정을 비롯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어려울 때는 재정 지출을 확대해서라도 경기를 살려야 하나. ▶재정 지출은 당연히 경기조절 기능을 하니까 필요하면 적자를 확대할 수도 있고 균형을 유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재정을 어디에 쓰느냐다. 재정을 어디에 쓸지를 정한 다음 재정정책 방향을 얘기해야 한다. 나라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20%나 올렸다. 왜 자신들의 월급을 결정하는 권한을 국회가 갖고 있나. 이런 재정 지출부터 막아야 한다. ■ 압축 성장이 잉태한 사회적 문제 해결해 미래 50년 준비해야
그는 지난 50년의 경제개발로 고도 성장을 이루었지만 앞으로는 저성장 흐름 속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하고, 압축 성장이 잉태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우리의 주력 제조업은 중국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습니다. 몇 개의 주력 산업은 몇 년 안에 중국에 추격을 허용할 수 있을 겁니다. 또 노동인력이 고령화되고 있어 생산성이 좋아지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기술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의 확보인데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여야 모두의 공약이 되어버린 `반값 등록금` 주장이 답답하다고 했다. 진 전 부총리는 "프랑스와 독일 등을 예로 들면서 반값 등록금이 필요하다는데 대학 진학률이 40% 수준인 그 나라들과 8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며 "반값 등록금이 시행된다면 교육과 노동시장 미스매칭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 전 부총리는 "전체적으로 반값 등록금을 시행할 것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며 "기술 혁신이 필요한 부분이나 인문학처럼 소외받는 분야는 전액 장학금이라도 줘야 하고 공급 과잉인 분야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반값 등록금 재정을 생산성을 높이고 교육혁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역할은 개인과 기업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조회 수 1억건이 넘고, K팝이 한류를 일으키고,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를 제패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 안에 한국 경제의 해답이 있습니다." ■ He is… 직업이 장관, 진념 전 부총리는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김대중 대통령 시절까지 3개 정권에서 다섯 차례 장관을 지냈다. 어느 정권이건 위기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그에게 `구원투수` 역할을 맡겼다. 문민정부 당시 노동계의 요구가 분출하자 노동부를 맡겼고,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기아자동차가 부도 나자 회생 작업을 그에게 맡겼다. DJ정부에서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맡아 환란 극복에 힘을 보탰다. [정리 = 김기철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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