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힘든 시기 온다…복지보다 미래 성장동력에 돈 써야
1부 우리 경제는 지금 어디로 ⑥ 강봉균 前 장관 인터뷰 하우스푸어 대출채권 주택금융공사에 팔아 유동화 공적자금 덜 들이고 해결 차기 대통령 과제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경제·외교 강화해야 | |
기사입력 2012.09.13 17:14:12 | 최종수정 2012.09.13 19:17:47 | ![]() ![]() ![]() |
◆ The Coming Economic Earthqua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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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관료 가운데 강봉균 전 장관처럼 다양한 경험을 가진 관료도 드물다. 노동부 차관, 경제기획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ㆍ경제수석, 재정경제부 장관 등 관가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고, 3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당 정책위 의장과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민간에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명동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실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강 전 장관은 현재 경제위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듯 보였다. 대한민국 경제정책을 이끈 `꾀주머니`란 별명답게 강 전 장관은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의 핵심을 구체적으로 정확히 찔렀다. 특히 그는 최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남발하고 있는 포퓰리즘을 가장 염려했다. "과거에도 선거 때는 인기 영합적 공약들이 많았지만 이번처럼 여야 가릴 것 없이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는 일은 없었습니다. 국가 재정은 한계가 있는데….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하고 있는데. ▶경제위기다. 올해 들어 수출이 2월 빼고는 계속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로 나온다. 수출이 줄어든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ㆍ유럽ㆍ중국이 동시에 경기 하강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국면이 1년을 갈지 2년을 갈지 예측이 안 된다는 점이다. 2년 이상 지속되면 성장률이 1~2%대를 벗어나기 힘들다. 현재 수출이 줄어도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니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수 진작 정책을 펴면 수입이 늘어날 것이고, 결국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수출 침체에 경상수지 적자까지, 저성장 추세가 반전되지 않는 한 펀더멘털 자체가 위태롭다. -지금 위기는 어떤 유형의 위기인가. ▶과장해서 얘기하면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주의ㆍ시장경제체제의 숨겨진 결함이 터져 버렸다.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선진국들이 앞장서서 돈을 풀었다. 시장의 공황 상태를 막는 선에서 멈췄어야 했는데 경기까지 살리려고 재정지출을 더 확대하면서 후유증이 발생했다. 그것이 현재 위기의 실체다. `시장에 맡기면 정부가 간섭할 때보다 좋아진다`는 시장주의에 대한 신념이 깨지고 있다. 향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 -가계 부채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다. ▶걱정이다. 몇 사람만의 문제라면 회초리를 들면 되지만 숫자가 너무 많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출구가 없는 게 문제다. 앞으로 2~3%대 저성장이 이어지면 자영업자가 힘들고, 가계소득이 줄고, 가계부채가 위험에 빠진다. 미국은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 사람에 대해서는 20~30년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부채를 상환하는 제도가 있다. 경기가 너무 나빠서 빚을 갚을 수 없을 때는 주택을 금융회사에 돌려주는 제도도 있는데 우리는 그런 제도가 전혀 없다.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나. ▶소득이 보장되는 계층에 대해서는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대출을 15년 이상 장기로 돌리는 제도를 만들자. 장기분할상환으로 전환해 주자는 얘기다. 금융회사는 50조~60조원의 부담이 생기지만 대출채권을 모아 주택금융공사에 팔아 유동화시킬 수 있다. 정부가 일정 부분 출자해 주고 지급보증도 해주자. 성격은 공적 자금과 비슷하지만 훨씬 세련된 방식이다. 채권으로 하기 때문에 직접 돈이 들어가는 일은 없다. 하우스푸어는 출구가 생기면 수요ㆍ공급 간 불일치가 해소될 것이다. 취득세 감면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것은 다중 주택자에 대한 징벌적인 높은 양도소득세를 없애야 한다. 주택 소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제 젊은 세대는 주택 소유가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돈 있는 사람과 은퇴자 등이 집을 많이 소유하고, 젊은 세대는 이를 임대하게 하자.
▶사람들 환심을 사기에 딱 좋은 주제다. 출자총액제한 부활과 순환출자 금지는 대기업이 소유구조를 개선하는 데 막대한 돈을 투입하게 만든다. 우리는 2년 이상 이어질 경제위기를 어떤 힘으로 극복해 나갈 것이냐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대기업이 소유구조 개선에 신경을 쓰다 보면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할 동력을 잃게 된다. 서두르지 말자. 대기업 스스로 자구 노력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플랜을 받아서 해야지 법조문을 만들어 `순환출자는 어느 시점 이후 전면 금지` 이런 식으로 하는 건 곤란하다. 미래를 위한 투자 능력,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힘. 이런 것을 대기업에서 뺏지 말자. 물론 대기업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하도급 기업, 중소기업과 거래에서 공정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 신뢰가 무너진 것은 대기업 책임이 크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차기 대통령의 비전과 숙제는. ▶실력 있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는 중국 시장을 내 안방처럼 누비고 다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군사적으로 중국을 누빌 수 없겠지만 기업 경쟁력으로는 중국을 누빌 수 있다.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는 데 경제ㆍ외교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과의 관계도 풀어 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유럽의 나토(NATO)처럼 동아시아 군사공동체로 발전시켜야 한다. 동아시아 집단안보체제를 통해 북핵 문제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자. 우리만의 일방적인 원조로는 북한이 잘살 수 없다. 북한을 동아시아 공동체의 일원으로 포용할 때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 수 있다. -차기 정부의 조직 개편과 관련해 조언을 한다면.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 새로 만들어도 되고, 기존 조직을 끌어모아 하나로 만들어도 좋다. 성장을 위해선 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정보통신부가 이런 역할을 잘했다. 차기 정부에서도 IT, 생명과학 등 미래 성장동력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관장할 수 있는 부처가 있어야 한다. 교과부도 현재 정책 방향이 학교 교육에 너무 집중돼 있는데 고도의 직업훈련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 고재만 기자 정리ㆍ사진/김호영 기자 정부는 균형재정 도그마에 빠져 있다. 정치권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균형재정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경직적인 포지션 때문에 경기를 회복시킬 시점을 놓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정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유연한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정건전성이 중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재정정책을 하지 말란 얘기는 아니다. 곳간을 잠그라는 얘기도 아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향후 1~2년 사이에 진짜 필요한 곳에 돈을 써야 한다. 재정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최우선적으로 써야 한다. 현재 위기를 우리나라의 성장 저력을 키우는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야 하는데 여기에 근간이 되는 게 바로 재정이다. `복지를 잘 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단순한 접근은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 -무상복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무상복지, 보편적 복지는 안 된다. 복지 프레임의 가장 큰 틀은 보험제도다. 의료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은 절대 무상이 아니다. 능력에 따라 부담하는 논리다. 국가가 세금을 거둬서 복지를 해 주겠다? 이런 건 최소화해야 한다. 안 그러면 재정을 지켜낼 수 없다. 지금보다 더 어렵고 힘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재정이 할 일이 점점 더 중요해 진다. 이런 위기 상황에 무상복지, 보편적 복지라는 명목으로 재정 능력을 소진시키면 어떻게 하냐.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다. 무상복지에 돈을 쏟아 부을 때가 아니다. -정통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재경부 장관, 3선 국회의원 등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외국에선 우리나라를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라고 극찬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세계적인 기업이 많이 나왔지만 공정성과 신뢰성 측면에서는 아직 산업화가 성공한 게 아니다. 민주화는 더 심각하다.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는 것 외에는 민주화된 게 없다. 구태의연한 정당 계파정치ㆍ의회정치가 여전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비민주적인 정당 운영과 의회 정치를 고쳐야 한다.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 ■ He is… 강봉균 전 장관은△1943년 전북 군산 출생 △군산사범학교 △서울대 상대 △미국 윌리엄스대 경제학 석사 △한양대 경제학 박사 △행정고시 6회 △노동부 차관 △경제기획원 차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재정경제부 장관 △KDI 원장 △16ㆍ17ㆍ18대 국회의원 [대담 = 서양원 경제부장 / 정리 = 고재만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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