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난민 시대](3) 대책은 있나
ㆍ‘주택경매 유예’ 등 우선 시행해야
아파트 ‘분양 난민’이 양산된 주된 배경은 집값 하락이다.
분양가보다 시세가 떨어진 상황에서 잔금을 치르려니 눈 뜨고 생돈을 빼앗기는 기분일 수밖에 없다. 기반시설 미비는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이다. 무엇보다 살던 집을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안 나타나니 속수무책이다. 결국 입주를 위해서는 살던 집을 시세보다 낮게 급매로 내놔야 하고, 새 집은 시세보다 비싼 분양가를 치르고 들어가야 하는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하우스푸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된 담보 주택을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적기관이 매입한 뒤 기존 집주인에게 월세나 전세로 빌려주는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정 기간 후에는 집주인이 되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민주통합당은 공적자금을 선제적으로 투입해 하우스푸어의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세일 앤드 리스백’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곧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이 직접 부동산을 소유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신탁회사를 만드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탁회사는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담보로 유동화해 자금을 끌어모은다.
하지만 세일 앤드 리스백은 관계자 간 이해가 다른 데다 형평성 논란까지 있어 현실화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세일 앤드 리스백’의 가장 큰 관건은 매매 가격을 어떻게 정할지다. 은행은 집값 하락 시 예상되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싸게 집을 매입해야 한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낮으면 대출자가 집을 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세금 문제도 골칫거리다. 일단 주택 소유권이 은행으로 넘어가므로 취득세와 등록세를 납부해야 하고 재산세도 부담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 이 같은 세금 부담을 모두 짊어지는 것은 부담스럽다.
집 없는 서민들도 많은데 하우스푸어만을 돕는 게 적절하냐는 형평성 시비도 넘어야 할 산이며, 하우스푸어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가릴 수 있는 실태 파악이 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 외 다른 은행들뿐 아니라 금융당국까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하우스푸어 중에는 선의의 피해자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투기에 실패한 사람도 많은데 이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 집 없는 가난한 사람도 많은데 재산이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게 맞는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나 금융권의 인위적인 지원책보다는 부동산 거래가 늘어날 수 있는 방안부터 시행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대안으로 경매 위기에 몰린 주택에 대해 채권은행이 경매를 3개월간 유예해주는 ‘경매 유예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집주인이 경매 낙찰가보다 높은 시장 가격에 공개적으로 매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줘 은행은 물론 집주인, 세입자가 입을 수 있는 손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매 주택 증가로 부동산 값이 더 떨어지고 가계 부채 부실이 심화되는 악순환을 막겠다는 것이다. KB금융연구소 분석을 보면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현재 주택 매매가격의 80%를 넘는 이른바 ‘깡통주택’이 18만5000가구에 이른다. 또 유명무실화된 ‘금융기관 담보물 매매중개지원 제도’를 활성화한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2007년 금융회사들의 자율 협약 형태로 마련된 이 제도는 경매 직전에 몰린 집주인에게 부동산 전문 중개사이트나 은행과 거래하는 공인중개사 네트워크를 통해 경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 지원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심각한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정치권에서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논란을 무릅쓰고 하우스푸어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주택대출 연체는 월급쟁이보다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서 집중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자영업 대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와 금융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조명대 단국대 교수는 “정부는 그동안 주택 공급 확대에 주력해왔고 은행권은 대출 규제를 낮춰가며 돈 장사에 몰두한 책임이 있다”면서 “일단은 하우스푸어의 실태 파악이 급선무이며 그 이후에 은행권의 금리 조정, 상환기간 연장 등을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은 가장 심각한 마지막 단계라고 판단될 때 해야 하며, 국민적 합의가 필수적으로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현·박철응 기자 parkjh@kyunghyang.com>
아파트 ‘분양 난민’이 양산된 주된 배경은 집값 하락이다.
분양가보다 시세가 떨어진 상황에서 잔금을 치르려니 눈 뜨고 생돈을 빼앗기는 기분일 수밖에 없다. 기반시설 미비는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이다. 무엇보다 살던 집을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안 나타나니 속수무책이다. 결국 입주를 위해서는 살던 집을 시세보다 낮게 급매로 내놔야 하고, 새 집은 시세보다 비싼 분양가를 치르고 들어가야 하는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하우스푸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된 담보 주택을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적기관이 매입한 뒤 기존 집주인에게 월세나 전세로 빌려주는 ‘세일 앤드 리스백(sale & lease back)’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정 기간 후에는 집주인이 되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민주통합당은 공적자금을 선제적으로 투입해 하우스푸어의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세일 앤드 리스백’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곧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이 직접 부동산을 소유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신탁회사를 만드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탁회사는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담보로 유동화해 자금을 끌어모은다.
하지만 세일 앤드 리스백은 관계자 간 이해가 다른 데다 형평성 논란까지 있어 현실화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세일 앤드 리스백’의 가장 큰 관건은 매매 가격을 어떻게 정할지다. 은행은 집값 하락 시 예상되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싸게 집을 매입해야 한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낮으면 대출자가 집을 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세금 문제도 골칫거리다. 일단 주택 소유권이 은행으로 넘어가므로 취득세와 등록세를 납부해야 하고 재산세도 부담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 이 같은 세금 부담을 모두 짊어지는 것은 부담스럽다.
집 없는 서민들도 많은데 하우스푸어만을 돕는 게 적절하냐는 형평성 시비도 넘어야 할 산이며, 하우스푸어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를 가릴 수 있는 실태 파악이 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 외 다른 은행들뿐 아니라 금융당국까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하우스푸어 중에는 선의의 피해자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투기에 실패한 사람도 많은데 이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 집 없는 가난한 사람도 많은데 재산이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게 맞는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나 금융권의 인위적인 지원책보다는 부동산 거래가 늘어날 수 있는 방안부터 시행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대안으로 경매 위기에 몰린 주택에 대해 채권은행이 경매를 3개월간 유예해주는 ‘경매 유예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집주인이 경매 낙찰가보다 높은 시장 가격에 공개적으로 매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줘 은행은 물론 집주인, 세입자가 입을 수 있는 손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매 주택 증가로 부동산 값이 더 떨어지고 가계 부채 부실이 심화되는 악순환을 막겠다는 것이다. KB금융연구소 분석을 보면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현재 주택 매매가격의 80%를 넘는 이른바 ‘깡통주택’이 18만5000가구에 이른다. 또 유명무실화된 ‘금융기관 담보물 매매중개지원 제도’를 활성화한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2007년 금융회사들의 자율 협약 형태로 마련된 이 제도는 경매 직전에 몰린 집주인에게 부동산 전문 중개사이트나 은행과 거래하는 공인중개사 네트워크를 통해 경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 지원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심각한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정치권에서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논란을 무릅쓰고 하우스푸어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주택대출 연체는 월급쟁이보다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서 집중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자영업 대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와 금융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조명대 단국대 교수는 “정부는 그동안 주택 공급 확대에 주력해왔고 은행권은 대출 규제를 낮춰가며 돈 장사에 몰두한 책임이 있다”면서 “일단은 하우스푸어의 실태 파악이 급선무이며 그 이후에 은행권의 금리 조정, 상환기간 연장 등을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은 가장 심각한 마지막 단계라고 판단될 때 해야 하며, 국민적 합의가 필수적으로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현·박철응 기자 parkjh@kyunghyang.com>
입력 : 2012-09-09 21:55:05ㅣ수정 : 2012-09-0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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