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한국정치와 안철수](3) 폭우에도 토론회장 일찌감치 만석… 20~70대 다양

ngo2002 2012. 9. 6. 09:52


[한국정치와 안철수](3) 폭우에도 토론회장 일찌감치 만석… 20~70대 다양

경향신문이 4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생활정치연구소, 좋은정책포럼, 진보와개혁을위한의제27과 함께 주최한 ‘2012년 대선 특별 심포지엄-한국 정치와 안철수’에 보인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심포지엄이 열린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5층 대회의실 앞에는 토론회 시작 한 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하루 종일 폭우가 쏟아졌지만 청중이 몰려 100여석의 대회의실은 일찌감치 만석이 됐고, 통로에 서는 것으로도 부족해 회의실 밖 복도까지 줄이 이어졌다.

청중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으나 50·60대가 많았다. 여야 관계자들도 눈에 띄었다. 민주통합당 최인기 전 의원과 새누리당 보좌관들, 민주통합당의 당직자들도 뒷자리에서 토론회를 지켜봤다. 주부, 대학생들도 참석했다.

경향신문이 4개 싱크탱크와 함께 4일 개최한 ‘한국정치와 안철수’ 심포지엄에서 한 방청객이 질문을 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집중도도 높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점심시간 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총 4부가 진행되는 동안 5~10분씩 쉰 것이 전부였다. 열띤 토론이 이어지면서 예정보다 총 1시간 가량이 지연됐으나 중간에 자리를 뜨는 사람도 거의 없을만큼 토론회 마지막까지 만석이었다.



토론회 중간 질문과 의견도 쏟아졌다. 미국 LA에 살고 있다는 정연진씨(50)는 “안철수 현상을 보면 사람들이 아직도 왕도정치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줄 것처럼 안 원장에게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70대 남성은 “지금 나라가 많이 어렵다.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고 말한 뒤 울먹이기도 했다.

심포지엄을 지켜본 박상배씨(77)는 “안철수 교수는 진실돼 보여 야권통합후보로 나오면 지지해보려고 한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제3부〈안철수의 생각〉과 경제·사회정책 동영상 보기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입력 : 2012-09-05 22:01:28수정 : 2012-09-05 23: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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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와 안철수]“민주정부가 금권·자본과 싸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안철수는 알까”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3부 - ‘안철수의 생각’과 경제·사회정책

■ 토론

<안철수의 생각>과 경제·사회 정책을 주제로 한 3부 토론에서는 이병천 교수와 이상이 교수의 옹호와 긍정 평가에 대한 반박이 주로 이어졌다.

개혁성향 경제학자 출신인 민주통합당 홍종학 의원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경제사회 정책에 강한 회의를 제기했다. 홍 의원은 “재벌개혁을 위해 공부를 해보니 민주주의 국가의 역사에서 재벌개혁의 모델로 삼을 만한 사례가 하나도 없었다”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민주정부가 금권세력, 거대 자본과의 싸움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안철수 원장이 알고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안철수란 메시아가 아니라 ‘성공하는 정부’가 중요하다”며 “인기가 높아지면 (고려 무신인) 경대승이 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무신 30명으로 나라를 경영하겠다는 무모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이 4개 싱크탱크와 함께 4일 개최한 ‘한국정치와 안철수’ 심포지엄에서 한 방청객이 질문을 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철수의 생각>에 담긴 보편적 증세론의 문제를 지적했다. 신 교수는 “증세를 국민이 원하느냐. 안 원한다”며 “재벌이나 부유층 등의 증세 타깃을 논의하지 않으면 저항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세 담론은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잘못 이해하면 불필요한 반발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진영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안철수의 생각>은 정제된 언어로 상식적 내용을 담은 교과서 같은 느낌이었다”며 “상식적인 이야기를 썼는데 지형을 바꿀 만한 힘을 가진 것은 결국 ‘힐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일자리가 없어 고민하는 젊은이들, 뭔가 하고 싶은데 돌파구가 없는 사람 등 ‘앵그리 영맨’이 안철수라는 상징을 통해 기댈 언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그러면서 “안 원장이 바둑을 배우기 위해 책 100권을 읽고 1급이 됐다고 하는데 책임지는 자리나 국정 운영에서 그렇게 하면 파멸적인 결과가 올 것”이라며 “모든 것을 이론으로 설명하지 말고, 현실과 이론을 교합하며 튼튼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회자인 이태수 꽃동네대학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홍 의원의 비판을 “도발적인 말씀”이라고 평하자, 홍 의원은 “시간이 없어 부정적 얘기가 많았는데 안철수 혼자로서는 성공하는 정부를 만들 수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병천 교수는 “현 상황에서 안철수 현상 정도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겠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안 원장이 대선에 나오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공황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입력 : 2012-09-05 22:01:24수정 : 2012-09-05 23:42:54


 

[한국정치와 안철수]“여야 후보 중 이처럼 한국경제의 미래를 정리한 사람이 없다”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3부 - ‘안철수의 생각’과 경제·사회정책

■ 경제민주화와 한국경제 새판짜기
이병천 강원대 교수


안철수 현상은 보수와 진보의 실패가 부르는 ‘힐링의 정치’다. 경제민주화는 국민이 여망하는 힐링 정치의 핵심이다.

안철수의 경제 인식은 첫째, 대한민국이 공멸의 위기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가 지난 10년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공멸할 것 같다”고 밝혔다. 두번째, 양극화가 심화된 이유로 경제기득권의 과보호 구조 즉 ‘삼성동물원’으로 표현되는 재벌 독식구조에 있다고 본다. 안철수의 경제 인식에서 주목할 점은 재벌체제 문제를 소액주주나 공정경쟁 수립이라는 자유주의적 문제로 좁히지 않고 양극화 체제, 다수 이해당사자 대중의 민생을 고통에 빠뜨리는 배제적 경제구조의 핵심으로 짚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의 한국경제 새판짜기 전략은 뭔가. 안철수의 경제민주화론은 경제정의론이다. 그는 “경제민주화란 공정한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국민들 누구나 경제주체로서 공정한 기회를 보장받는 것으로, 경제민주화란 경제영역에서의 정의가 구현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정한 시장경제의 세 가지 필수 요소로 출발선상의 공평한 기회 부여, 경쟁과정에서 반칙과 특권 배제, 패자부활전 허용을 제시한다.

안철수는 추격자 전략에서 선도자 전략의 전환도 제시한다. 그는 지난 50년간 썼던 추격자 전략이 수명을 다했고,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선도자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재벌개혁은 외부와 내부의 ‘투 트랙’으로 접근한다. 외부적 접근으로 재벌의 부당거래·편법상속·기술탈취 방지, 징벌적 배상제 도입, 공정거래법 강화 등을 내세운다. 내부적 접근으로는 지나친 주주중심주의에서 국가, 노동자, 소비자, 지역주민의 이익이 반영되는 이해관계자 중심으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야의 대선 후보 중 이 정도로 경제민주화와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자신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정리한 생각을 들려준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다. 경제의 구체제도 극복하면서 경제민주화도 이루고, 선도자 경제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민주화 이후의 ‘물탄 민주주의’에서 서민 대중이 패배자의 처지로 떨어진 기막힌 ‘민주화의 역설’ 상황을 돌아볼 때 매우 소중하다.

다만 안철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모델은 10개 중 1개만 성공하는 모델인데, 과연 한국경제의 미래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병천 | 강원대 교수>


 

입력 : 2012-09-05 22:01:20수정 : 2012-09-05 23:42:49


 

[한국정치와 안철수]“대선 이후도 새 복지국가 질서 창출에 이어질 것”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3부 - ‘안철수의 생각’과 경제·사회정책

■ 안철수 현상과 복지국가의 과제
이상이 제주대 교수


승자독식의 신자유주의 양극화 사회가 초래한 민생불안을 온몸으로 돌파하며 살아내기가 너무 어려운 나머지, 민중들이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 내고 있는 처절한 비명소리가 바로 안철수 현상이다.

안철수 현상의 해법으로서 나는 역동적 복지국가를 주장한다. 역동적 복지국가는 시대정신이다. 역동적 복지국가 모델은 존엄·연대·정의를 가치로 삼고, 보편적 복지·적극적 복지·공정한 경제·혁신된 경제를 내세운다.

<안철수의 생각>을 읽고 느낀 점은 안철수가 한국형 복지국가의 담론과 주요 정책을 충분히 그리고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감탄이었다.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낡은 것의 개혁과 복지국가 건설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열망을 성취해 나가는 데 안철수가 어떤 식으로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

안철수 현상을 신자유주의 양극화와 민생불안이라는 구체제를 넘어 복지국가의 새 시대로 나아가자는 국민적 기대와 열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삼위일체의 노력이 요구된다. 첫째 복지국가의 담론과 정책 문제로, 여야 정당이 시대정신으로 복지국가를 내세우고 정책경쟁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여야와 주요 대선 후보들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재원조달 문제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보편적 증세에 대해 표가 떨어질까 두려워 반대하거나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안철수는 보편적 증세가 옳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단히 용기 있는 자세다. 중도적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그것도 사업을 했던 사람이 민주당 정치인들도 기피하는 보편적 증세를 주장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건 상식이고, 상식이야말로 신자유주의에 물든 낡은 정치의 오랜 관성을 극복하는 강력하고 진보적인 무기다.

두번째로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다. 복지국가 건설 과정에서 다수의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세번째로 정당정치 혁신의 문제다. 현재 민주당은 말로만 복지국가를 말할 뿐이고 이런 식으로 하려면 그만둬야 한다. 정치기득권 집단에 불과하고 패권주의만이 난무하고 있다. 안철수가 말한 구체제에 다름 아니다. 국민들은 안철수를 새누리당의 대안이 아닌 민주당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혁신돼야 한다.

결국 안철수 현상은 대선 이후 민주당의 혁신과 새로운 복지국가 정당정치 질서를 창출하는 데까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상이 | 제주대 교수>


 

입력 : 2012-09-05 22:01:14수정 : 2012-09-05 22: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