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한국정치와 안철수](2) “민주당과 손잡는 게 어색하지만 혼자 갈 수도 없어 딜레마

ngo2002 2012. 9. 6. 09:46

[한국정치와 안철수](2) “민주당과 손잡는 게 어색하지만 혼자 갈 수도 없어 딜레마”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2부 - 안철수와 정치·시민사회

■ 안철수의 선택과 18대 대선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은 40%대다. 박 후보를 반대하는 60%에 무응답층이 10% 정도 포함된다고 보면 대선 구도는 40 대 50의 대결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런데 40의 투표율은 80%에 달하고 50의 투표율은 잘해야 60%다. 민주통합당이 헤매는 탓에 50도 제대로 결집하지 못하고 있다.

경향신문 대회의실에서 4일 열린 ‘한국정치와 안철수’ 심포지엄 제2부에서 참석자들이 ‘안철수와 정치·시민사회’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야권 또는 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민주당과 ‘안철수 현상’이 만나야 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민주당 모두 딜레마가 있다. 안 원장의 딜레마는 자신의 지지층이 기존 정당에 대한 실망과 거부 정서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민주당과 손잡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혼자 갈 수도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후보 단일화에서 실패하면 제1야당이 후보도 못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후보 단일화를 거부할 수도 없다. 결국 안 원장과 민주당이 어떻게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단일화 방안으로 몇 가지가 검토되고 있다. 먼저 공동정부론인데 이는 하나마나한 얘기다. 세력도 아니고 아직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개인과 손잡고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은 세계 정치사에도 유례가 없다. 시민연합정부론은 더 위험하다. 여기서 ‘시민’은 정당과 대립의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사실상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가설정당론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선거 편의를 위해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소탐대실이다. 제3지대 신당론은 그럴싸해 보이고 이점도 있다. 그러나 정당의 무능과 무기력은 신당 창당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의 민주당도 세 세력이 합쳐져서 만들어졌다.

안정적인 집권연합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후보 단일화보다 유권자연합이 관건이다. 대통령이 바뀐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민주정부 10년을 통해 경험했다. 미국의 뉴딜체제가 30년 이상 지속된 것은 그것을 떠받치는 뉴딜연합이라는 유권자연합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안 원장이 아무리 근사한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쳐도 사회적 약자들이 이번 대선에서 투표할 동기를 갖도록 하지 않으면 어려운 싸움이 된다.

이번 대선에서는 ‘한국형 뉴딜연합’, 즉 ‘민생연합’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안 원장이 내세운 복지, 정의, 평화도 민생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민생연합의 전제조건은 민주당의 혁신이다. 안 원장 지지자처럼 기존 정당에 실망한 사람들에게 최소한 문제점이 교정되는 것을 보여야 어우러질 수 있다. 민주당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원장이 민주당 혁신을 강제할 수밖에 없다. 안 원장 역시 대통령이 되더라도 정당의 지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민주당의 혁신으로 야권의 재구성이 이뤄져야 하고, 안 원장도 안정적 다수의 민생연합을 구축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


제2부 안철수와 정치·시민사회 동영상 보기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입력 : 2012-09-05 21:56:03수정 : 2012-09-05 23:19:52

[한국정치와 안철수]“안철수의 힘으로만 안철수 현상을 해결할 수 있을까”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2부 - 안철수와 정치·시민사회

■ 안철수 현상과 통합의 시대
조대엽 고려대 교수


‘안철수 현상’은 갈등의 해결 없이 증오와 절망이 재생산되는 사회 속에서 만들어졌다. 우리사회는 분단 이후 균열과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누적돼 왔다. 이념균열, 민주와 독재의 장기투쟁, 지역균열, 양극화로 인한 계층균열, 양성 갈등, 세대균열 등으로 개인과 집단, 공동체에 깊게 파인 상처가 치유되거나 화해되지 않고 쌓여왔다. 안철수 현상은 우리사회의 문제가 이제 이슈나 분야별 해소책이 아니라 사회질서의 근본적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는 시기에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구체제를 극복할 통합의 리더십을 얘기한다. 그는 “우리 정치권은 승자독식이 반복되기 때문에 결국 증오의 악순환에 빠진다. 여나 야, 누가 이기든 국민의 절반이 절망한다”고 봤다. 구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소통과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통합의 시대의 주제로 복지, 정의, 평화를 얘기했다. 무엇보다 우리사회가 개인적 영역에서나 국가적 영역에서 광범위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안 원장이 구상하는 통합의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개념은 상식적 사회다. 그는 통합과 생활을 두개의 주요 코드로 보고 있다.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이런 구상은 사실 안 원장만의 생각은 아니다.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들 역시 통합 없이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누가 어떤 패러다임의 통합적 질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확인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통합의 시대적 과제는 결국 삶의 문제와 직결된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통합의 패러다임으로 ‘생활국가’와 ‘생활민주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시적 지표에서 벗어나 안전하고도 자기실현적인 삶을 중심으로 국가와 사회질서를 재편하는 것이다. 이전의 질서가 개인의 삶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거대담론과 거시적 공공성에 매몰됐다면, 이제 생활을 중심으로 만드는 생활공공성에 눈을 돌릴 때가 됐다. 개인의 실존적 삶을 보장하거나 바꾸지 않는 정책이나 제도, 규범은 더이상 존재가치가 없다.

안철수 현상을 통해 고민해야 하는 것도 이러한 지점이다. 안철수 현상을 극복하는 길은 새로운 통합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그의 단면만을 보았다.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최소 세가지를 보여줘야 한다. 무엇을 할것인가(구체적 국가비전), 누구와 그 비전을 실현할 것인가(핵심적 정책그룹과 정치세력), 어떻게 국정을 운영할 것인가(국정운영 능력과 정치리더십)이다. 단순히 선거의 승리가 문제가 아니라 안 원장이 통합의 시대를 향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책임지고 갈 수 있는 사람인지, 안철수 현상을 안 원장의 힘 또는 안 원장만으로도 넘어설 수 있을지 이제 판단해야할 시간이다.

<조대엽 | 고려대 교수>


 

입력 : 2012-09-05 21:55:59수정 : 2012-09-05 21:55:59


 

[한국정치와 안철수]“책임 있는 정당정치에 대한 분명한 입장 내놓아야”

ㆍ2012 대선 기획 특별 심포지엄 제2부 - 안철수와 정치·시민사회

■ 토론

‘안철수와 정치·시민사회’라는 주제로 진행된 2부 토론은 정당정치 대 시민정치로 견해차가 표출됐다. 두 관점의 대립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등장과 함께 한국 사회를 뒤흔든 화두이자, 여전히 정치인과 시민의 경계에 있는 안 원장의 오늘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민만기 내가꿈꾸는나라 집행위원장은 발제에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시민연합정부론’을 비판한 것을 반박했다. 내가꿈꾸는나라는 지난해 민주통합당의 통합 과정에도 참여했고, 최근 민주당과 안 원장, 진보시민사회세력이 함께할 수 있는 공동플랫폼을 구성해 시민연합정부를 세우자는 운동을 진행 중이다. 민 위원장은 “이 소장이 시민연합정부론을 정당정치의 부정이라고 본 것은 부적절하다”며 “별도의 시민을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게 아니지 않나. 민주주의가 퇴행을 겪을 경우 장외정치, 운동정치, 시민정치의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대회의실에서 4일 열린 ‘한국정치와 안철수’ 심포지엄 제2부에서 참석자들이 ‘안철수와 정치·시민사회’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그는 이 소장이 민생연합의 롤모델로 제시한 미국 뉴딜정책연합에 대해 “그때도 후보는 민주당 후보지만 연합된 세력은 흑인과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이 가치와 이슈와 정책으로 연합됐고 민주당이 그것을 수용한 것”이라며 “이슈연합을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 투표참여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과 민 위원장 모두 ‘후보 단일화’ 이상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보는 점에서는 일치했으나, 이 소장은 정당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사회적 약자의 연합을 담는 그릇은 정당이어야 한다”며 “정당정치와 시민정치의 양날개로 가더라도 정당의 중심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과연 정당이 쇄신할 수 있겠느냐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정당을 혁신해서 함께 가지 않으면 이겨도 안정적일 수 없다”며 “안 원장도 어떻게 대통령이 될 것인가만 고민하지 말고 지금의 야권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출마 결심을 하지 않은 안 원장을 향한 불안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안 원장은 정권교체의 희망을 안겨준 구세주로 등장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며 “안 원장이 정말 범야권 후보로서의 정체성을 가질 인물이 맞는지, 민주진보진영과 정말 끝까지 함께 갈 사람인지에 대해 우리는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이어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과도한 불신과 폄하는 좋지 않다”며 “ ‘개인 안철수’가 아니라 ‘함께 가는 안철수’가 돼야 한다. 민주당이 사망선고를 받고 희망이 안 원장밖에 없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안 원장에게 위임된다면 그건 위험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이기수 경향신문 선임기자는 “안 원장이 야권단일후보가 됐을 때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혁신된 민주당이든 확대통합된 신당이든 대선 전후 입당하겠다는 것을 공식화해야 한다”며 “야권단일후보가 됐을 때 공동의 집권공약연대와 연립정부 구상, 책임있는 정당정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입력 : 2012-09-05 21:55:53수정 : 2012-09-05 21: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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