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권, 당대표 경선·총선 앞두고 ‘영토 분쟁’ 쟁점화 ㆍ경쟁적 우경화 바람
9월 각 당 대표 경선과 11월쯤 예상되는 중의원(하원) 총선거 등 ‘선거의 가을’을 맞은 일본에서 유력 정치인들이 경쟁적으로 ‘우경화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총리감으로 꼽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이 영토 자력 수호를 위한 방위력 확보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집권 가능성이 높은 자민당의 총재 선거 주자들이 독도 문제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집권 민주당의 보수·우경화를 주도해온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도 민주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영토 문제에서 강경언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하시모토 시장이 대표로 있는 ‘오사카유신회’는 영토 자력 수호를 위한 방위력 확보를 총선공약으로 제시했다. 오사카유신회는 총선공약집인 ‘유신8책’의 안전보장 분야 공약에서 “일본의 주권과 영토를 자력으로 수호하는 방위력과 정책의 정비”를 명시했다. 또 전쟁 포기와 교전권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의 개정을 쉽게 하기 위해 헌법 개정 발의요건을 의원정수의 3분의 2에서, 2분의 1로 완화하기로 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하시모토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자민당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 이어 강경보수를 대표하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정조회장이 오는 26일 열리는 총재 경선에 출마하기로 했다. 자민당이 차기 중의원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가 되면 자동으로 총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시바 전 정조회장은 아베 전 총리와 지지자를 모아 6일 영토 문제에 관한 공동연구회를 열기로 했다. 자민당 안에서는 총재 선거에 출마한 두 사람이 영토 문제를 매개로 제휴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의 수정을 주장한 바 있고, 이시바 전 정조회장은 집단적 자위권 도입과 헌법 개정을 주장해왔으며 자민당 영토특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특히 일본 재무장을 위한 헌법 개정과 제국주의 역사 미화 움직임을 주도하는 일본 우익 핵심조직인 ‘일본회의’에도 참가하고 있다. 극우보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의 움직임도 일본 정국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도쿄도가 파견한 센카쿠 조사단은 2일 센카쿠 해상에서 조사활동을 벌였다. 일본 정부가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상륙을 허가하지 않아 이번에는 해상조사에 그치지만 오는 10월 재조사를 강행할 예정이며 이시하라 지사는 “체포되는 한이 있더라도 가겠다”고 공언해놓고 있다. 한·일관계 전문가는 “이시하라 지사의 극우적 언동이 선거철을 맞은 일본 정치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 | 서의동 특파원 phil21@kyunghyang.com>
입력 : 2012-09-02 21:52:12ㅣ수정 : 2012-09-02 21:52:12
일본, ‘핵무장 대비용’ 눈초리 의식 원자로 시설 주변 철통 보안 ㆍ고속증식로 몬주 르포
지난달 30일 동해 건너편인 일본 후쿠이(福井)현 쓰루가(敦賀)만에 위치한 고속증식로 몬주(사진). 주일 한국특파원단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자 경비원들이 버스를 홍보전시관으로 서둘러 유도했다. 원자로시설로 통하는 터널입구에는 경비원들이 차량들의 트렁크와 바닥을 거울이 달린 검사기로 체크했다. 일부 기자들이 버스에 탄 채 사진을 찍으려 하자 경비원들은 손을 저으며 제지했다. 군사시설을 방불케 하는 보안체크다. 이날 몬주 홍보전시관과 몬주 건물로부터 약 1㎞ 떨어진 해안 외에는 사진촬영이 금지됐으며 공개된 장소도 전시관과 나트륨 실험동, 원자로 옆 터빈실로 제한됐다. 몬주는 불교에서 지혜의 보살인 ‘문수(文殊)’의 일본식 발음이다. 몬주 홍보담당자는 “문수보살이 난폭한 사자를 발로 밟고 있는 자세를 취하듯 위험(원자력)을 지혜로 통제하려는 염원이 담긴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그 염원과 달리 몬주는 일본의 불투명한 원자력 정책의 상징이 돼 버렸다. 고속증식로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혼합산화물(MOX)을 투입해 발전하면 투입량보다 많은 플루토늄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꿈의 원자로’로 불리지만 기술적 난제가 많아 ‘돈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핵무장 대비용’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 몬주는 1995년 8월 발전을 시작했으나 넉 달 만인 같은 해 12월 나트륨 유출로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14년 뒤인 2010년 5월 가까스로 운전을 재개했지만 같은 해 8월 연료봉중계장치가 원자로 안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현재도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 시설에 투입된 돈은 1조엔(약 14조원)을 넘었다. 몬주 관계자는 연간 유지비가 100억엔(약 1400억원) 정도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은 물론 원전대국 프랑스도 고속증식로 개발에서 손을 뗀 상태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까지 겪은 일본만이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동행한 한양대 김경민 교수(정치외교학)는 “에너지 자급의 측면도 있지만 여차하면 핵무기로 전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몬주에서는 핵무기용으로 전용이 가능한 고순도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정부가 원전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 추진파들이 몬주의 유지를 위해 비밀회의를 연 사실도 일본 언론에 폭로된 바 있다. 이날 현장에서 몬주 관계자들은 “모든 공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데 고순도 플루토늄을 반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런 의문들이 ‘기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취하더라도 몬주가 유지될 것이냐는 물음에 곤도 사토루(近藤悟·61)몬주 소장은 “원전 비중이 0%가 되더라도 기초연구는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쓰루가(후쿠이현) | 서의동 특파원 phil21@kyunghyang.com>
입력 : 2012-09-02 21:52:19ㅣ수정 : 2012-09-02 21:5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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