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곡물 흉작’ 미국은 느긋, 빈국은 비상
ㆍ[세계 식량위기 오나](1) ‘나비효과’와 빈국
ㆍ가난한 수입의존국들, 정치 불안 이어져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 미국은 50여년 만의 가뭄으로 흉작이 예상되는 데도 느긋하지만 그 영향을 직접 받는 빈국들엔 비상이 걸렸다. 전 세계 옥수수의 40%를 생산하는 미국은 1995년 이래 최악의 소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옥수수 재배지는 이번 가뭄으로 경작지 약 90%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농가 수익에는 큰 변화가 없다. 미 정부의 지원하에 부담비용 중 40%만 내면 되는 곡물보험에 대부분 가입해 손실을 보전받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정부와 보험회사가 약 200억달러를 농가에 지원할 것으로 최근 예상했다. 생산 곡물은 오른 값에 판매해 농가의 손해를 상쇄한다. 옥수수 가격은 지난 6월 이래 40% 이상 폭등해 21일(현지시간)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이 부셸(27.2㎏)당 8.38달러를 나타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곡창지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도 가뭄 탓에 밀 소출이 22% 감소해 곡물 수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같은 옥수수와 밀 소출 감소는 이를 주식으로 삼는 저개발국가와 빈곤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곡물가 상승은 빈국에 식량구호를 해온 국제단체들의 지원 규모를 줄이는 부작용도 낳는다. 전체 밀소비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중동의 빈국 예멘은 전체 인구 절반이 하루 2달러(약 2200원) 미만 소득에 의존하고 있다. 식량가격 폭등은 예멘 국민들의 생계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20년 전까지 식량자급이 이뤄진 남미의 과테말라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철폐와 농업투자 감소로 현재 밀 소비량 전체와 옥수수·쌀·콩 상당량을 미국에서 수입한다. 가계지출 중 식료품 비중이 66%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식량가격이 폭등한다면 대부분 국민은 최소한의 필수영양섭취조차 하기 어려워진다. 미국산 옥수수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도 옥수수로 만든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이 2007년 대비 올해 6월 현재 52% 치솟았다. 게다가 올해 가뭄으로 경작지 40%가 타격을 입고 자체 공급량도 줄어 곡물가 충격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멕시코에서는 2년 사이 25% 오른 토르티야 가격에 항의해 2007년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전 세계 약 10억 인구는 이미 먹고살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하다”면서 “이번 식량가격 급등으로 수백만명이 추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20일 우려했다. 옥스팜은 특히 “지난 30년 가까이 당연시돼온 저가식량시대는 막을 내렸다”면서 “국제 옥수수 재고량이 6년래 최저치를 보이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곡물 파동에 따른 식량난은 각국 정치에도 영향에 미칠 수 있다. 2011년 아랍 민주화 시위가 식량가격 상승에 따른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최민영 기자
ㆍ가난한 수입의존국들, 정치 불안 이어져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 미국은 50여년 만의 가뭄으로 흉작이 예상되는 데도 느긋하지만 그 영향을 직접 받는 빈국들엔 비상이 걸렸다. 전 세계 옥수수의 40%를 생산하는 미국은 1995년 이래 최악의 소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옥수수 재배지는 이번 가뭄으로 경작지 약 90%가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농가 수익에는 큰 변화가 없다. 미 정부의 지원하에 부담비용 중 40%만 내면 되는 곡물보험에 대부분 가입해 손실을 보전받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정부와 보험회사가 약 200억달러를 농가에 지원할 것으로 최근 예상했다. 생산 곡물은 오른 값에 판매해 농가의 손해를 상쇄한다. 옥수수 가격은 지난 6월 이래 40% 이상 폭등해 21일(현지시간)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이 부셸(27.2㎏)당 8.38달러를 나타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곡창지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도 가뭄 탓에 밀 소출이 22% 감소해 곡물 수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같은 옥수수와 밀 소출 감소는 이를 주식으로 삼는 저개발국가와 빈곤층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곡물가 상승은 빈국에 식량구호를 해온 국제단체들의 지원 규모를 줄이는 부작용도 낳는다. 전체 밀소비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중동의 빈국 예멘은 전체 인구 절반이 하루 2달러(약 2200원) 미만 소득에 의존하고 있다. 식량가격 폭등은 예멘 국민들의 생계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20년 전까지 식량자급이 이뤄진 남미의 과테말라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철폐와 농업투자 감소로 현재 밀 소비량 전체와 옥수수·쌀·콩 상당량을 미국에서 수입한다. 가계지출 중 식료품 비중이 66%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식량가격이 폭등한다면 대부분 국민은 최소한의 필수영양섭취조차 하기 어려워진다. 미국산 옥수수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도 옥수수로 만든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이 2007년 대비 올해 6월 현재 52% 치솟았다. 게다가 올해 가뭄으로 경작지 40%가 타격을 입고 자체 공급량도 줄어 곡물가 충격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멕시코에서는 2년 사이 25% 오른 토르티야 가격에 항의해 2007년 폭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전 세계 약 10억 인구는 이미 먹고살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하다”면서 “이번 식량가격 급등으로 수백만명이 추가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20일 우려했다. 옥스팜은 특히 “지난 30년 가까이 당연시돼온 저가식량시대는 막을 내렸다”면서 “국제 옥수수 재고량이 6년래 최저치를 보이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곡물 파동에 따른 식량난은 각국 정치에도 영향에 미칠 수 있다. 2011년 아랍 민주화 시위가 식량가격 상승에 따른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입력 : 2012-08-22 22:13:10ㅣ수정 : 2012-08-22 23:08:51
‘식품사슬’의 정점에 오른 옥수수, 세계 곡물 파동 촉발
ㆍ일상을 지배하는 옥수수의 마력
ㆍ체내 탄소 생성의 69% 차지… 친환경 소재에 활용도 증가
미국발 세계 곡물 파동의 근원은 옥수수다. 그 옥수수는 슈퍼마켓 진열 상품의 75%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루에 세 끼 꼬박 챙겨 먹는 일상은 ‘무엇을 먹을까’ 하는 고민의 연속이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이자 환경운동가인 마이클 폴란은 인간은 단지 ‘지 메이스(Zea Mays)’를 먹고 산다고 단언한다. 이는 옥수수의 학명이다. 그는 저서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통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떤 것이든 결국은 옥수수를 먹는 것과 같다고 했다.옥수수는 벼, 밀과 함께 세계 3대 식량 작물로 꼽힌다. 재배해 먹기 시작한 것은 500년 정도로, 다른 곡물보다는 짧다. 한국 농촌진흥청 보고서를 보면 옥수수는 전 세계 1억5900만㏊에서 연간 8억1900만t씩(2009년 기준) 생산된다. 밀(6억8600만t)과 쌀(6억8500만t)보다 20%나 많다.

옥수수는 단기간에 ‘식품사슬’ 정점에 올랐다. 이 같은 파급력은 광범위한 활용이 가능한 덕이다. 특히 대부분의 먹거리에 직간접적으로 들어간다. 미국 포브스는 최근 슈퍼마켓에 진열된 식품의 75%가 옥수수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란 교수도 가공식품 1500여개 중 1300개 정도에 옥수수가 들어가 이를 빼고 먹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CNN방송의 의학 전문기자인 산제이 굽타 박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통해 실제 옥수수가 몸에 얼마나 들어갔는지 실험하기도 했는데, 그 결과 체내 탄소의 69%가 옥수수에서 생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농진청 보고서는 ‘버릴 것이 없다’고 옥수수를 설명했다. 인간과 가축의 식량뿐 아니라 바이오에탄올로 만들어 연료로도 쓰인다. 알갱이는 속(배유)과 눈(배아), 껍질이 각각 쓰이는 용도별로 분리돼 생활 소비재 속으로 들어가고, 옥수수 속대 역시 식품과 화장품의 재료가 된다. 고과당시럽은 형태가 보이지는 않지만 옥수수가 식품 안에 들어가는 대표 사례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럽은 요구르트와 드레싱, 버터 등의 첨가물로 쓰인다. 이 시럽에 캐러멜 착색제가 합쳐지면 콜라가 완성된다. 옥수수를 먹고 자란 소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이 소에서 짠 우유는 옥수수 덕에 비타민D가 두 배 많은 강화우유가 된다.일반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에서의 옥수수 용도는 더 다양하다. 아스피린에도 옥수수가 들어간다. 반질반질한 약의 바깥면에 발라진 코팅제가 옥수수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CAP)인 경우가 많다. 모든 약에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알약이나 가루약을 담는 캡슐에도 쓰인다. 삼키기 좋게 도포를 해주고 위산에 약이 바로 닿는 것을 막아 약효를 오래 지속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치약에도 옥수수 성분이 있다. 치약 특유의 질감과 맛은 ‘소르비톨’이라는 성분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물질은 옥수수의 포도당으로 만들어진다. 소르비톨이 들어가지 않으면 치약은 미끈거리는 비누 맛이 난다고 한다. 편지봉투나 우표에도 옥수수가 있다. 뒷면에 침이나 물을 묻히는 부분에 숨어 있다. 옥수수에서 뽑아내는 전분은 물(침)이 닿으면 끈적끈적하게 변한다. 이를 얇게 펴 발라진 부분이 끈적끈적했다 다시 마르면서 양쪽 면을 붙드는 데 활용한 것이다. 타이어를 만들 때도 옥수수를 쓴다. 완성품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성분이다. 성형 틀에 찍어내는 제품들은 압축 공정을 거친다. 이때 금속으로 만든 틀에 내용물이 붙지 않게 하려면 전분 가루를 뿌려줘야 한다.옥수수 향이 나는 화장품은 없지만 향수의 주요 성분은 옥수수다. 향수는 기화점이 다른 여러 가지 식물성 알코올을 합성해 향을 만든다. 이때 쓰는 알코올을 옥수수에서 뽑아내는 것이다. 브러시나 아이섀도 등 색조 화장품에도 옥수수가 쓰인다. 샴푸, 컨디셔너에 들어가 모발 화장품이 된다.친환경 소재로 만든 기저귀에도 옥수수가 들어간다. 아이들이 오줌을 많이 싸도 기저귀가 흠뻑 젖지 않는 것은 층층이 초흡수제가 겹쳐져 있기 때문이다. 여러 물질이 혼합된 흡수제에는 에틸렌도 들어간다. 바로 이 물질이 옥수수 녹말(콘스타치)에서 나온다.친환경 소재를 위한 옥수수 활용은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캔 등의 뚜껑 부분을 보호하고 새 제품이라는 것을 표시하는 플라스틱 보호막도 옥수수로 만든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포도당으로 플라스틱과 같은 질감을 낼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삼성전자 등이 옥수수 휴대전화를 만들 때도 같은 방식을 활용했다.<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입력 : 2012-08-22 22:23:28ㅣ수정 : 2012-08-22 23:45:18
ㆍ체내 탄소 생성의 69% 차지… 친환경 소재에 활용도 증가
미국발 세계 곡물 파동의 근원은 옥수수다. 그 옥수수는 슈퍼마켓 진열 상품의 75%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루에 세 끼 꼬박 챙겨 먹는 일상은 ‘무엇을 먹을까’ 하는 고민의 연속이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이자 환경운동가인 마이클 폴란은 인간은 단지 ‘지 메이스(Zea Mays)’를 먹고 산다고 단언한다. 이는 옥수수의 학명이다. 그는 저서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통해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떤 것이든 결국은 옥수수를 먹는 것과 같다고 했다.옥수수는 벼, 밀과 함께 세계 3대 식량 작물로 꼽힌다. 재배해 먹기 시작한 것은 500년 정도로, 다른 곡물보다는 짧다. 한국 농촌진흥청 보고서를 보면 옥수수는 전 세계 1억5900만㏊에서 연간 8억1900만t씩(2009년 기준) 생산된다. 밀(6억8600만t)과 쌀(6억8500만t)보다 20%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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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는 단기간에 ‘식품사슬’ 정점에 올랐다. 이 같은 파급력은 광범위한 활용이 가능한 덕이다. 특히 대부분의 먹거리에 직간접적으로 들어간다. 미국 포브스는 최근 슈퍼마켓에 진열된 식품의 75%가 옥수수를 포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란 교수도 가공식품 1500여개 중 1300개 정도에 옥수수가 들어가 이를 빼고 먹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CNN방송의 의학 전문기자인 산제이 굽타 박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통해 실제 옥수수가 몸에 얼마나 들어갔는지 실험하기도 했는데, 그 결과 체내 탄소의 69%가 옥수수에서 생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농진청 보고서는 ‘버릴 것이 없다’고 옥수수를 설명했다. 인간과 가축의 식량뿐 아니라 바이오에탄올로 만들어 연료로도 쓰인다. 알갱이는 속(배유)과 눈(배아), 껍질이 각각 쓰이는 용도별로 분리돼 생활 소비재 속으로 들어가고, 옥수수 속대 역시 식품과 화장품의 재료가 된다. 고과당시럽은 형태가 보이지는 않지만 옥수수가 식품 안에 들어가는 대표 사례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럽은 요구르트와 드레싱, 버터 등의 첨가물로 쓰인다. 이 시럽에 캐러멜 착색제가 합쳐지면 콜라가 완성된다. 옥수수를 먹고 자란 소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이 소에서 짠 우유는 옥수수 덕에 비타민D가 두 배 많은 강화우유가 된다.일반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에서의 옥수수 용도는 더 다양하다. 아스피린에도 옥수수가 들어간다. 반질반질한 약의 바깥면에 발라진 코팅제가 옥수수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CAP)인 경우가 많다. 모든 약에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알약이나 가루약을 담는 캡슐에도 쓰인다. 삼키기 좋게 도포를 해주고 위산에 약이 바로 닿는 것을 막아 약효를 오래 지속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치약에도 옥수수 성분이 있다. 치약 특유의 질감과 맛은 ‘소르비톨’이라는 성분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물질은 옥수수의 포도당으로 만들어진다. 소르비톨이 들어가지 않으면 치약은 미끈거리는 비누 맛이 난다고 한다. 편지봉투나 우표에도 옥수수가 있다. 뒷면에 침이나 물을 묻히는 부분에 숨어 있다. 옥수수에서 뽑아내는 전분은 물(침)이 닿으면 끈적끈적하게 변한다. 이를 얇게 펴 발라진 부분이 끈적끈적했다 다시 마르면서 양쪽 면을 붙드는 데 활용한 것이다. 타이어를 만들 때도 옥수수를 쓴다. 완성품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성분이다. 성형 틀에 찍어내는 제품들은 압축 공정을 거친다. 이때 금속으로 만든 틀에 내용물이 붙지 않게 하려면 전분 가루를 뿌려줘야 한다.옥수수 향이 나는 화장품은 없지만 향수의 주요 성분은 옥수수다. 향수는 기화점이 다른 여러 가지 식물성 알코올을 합성해 향을 만든다. 이때 쓰는 알코올을 옥수수에서 뽑아내는 것이다. 브러시나 아이섀도 등 색조 화장품에도 옥수수가 쓰인다. 샴푸, 컨디셔너에 들어가 모발 화장품이 된다.친환경 소재로 만든 기저귀에도 옥수수가 들어간다. 아이들이 오줌을 많이 싸도 기저귀가 흠뻑 젖지 않는 것은 층층이 초흡수제가 겹쳐져 있기 때문이다. 여러 물질이 혼합된 흡수제에는 에틸렌도 들어간다. 바로 이 물질이 옥수수 녹말(콘스타치)에서 나온다.친환경 소재를 위한 옥수수 활용은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캔 등의 뚜껑 부분을 보호하고 새 제품이라는 것을 표시하는 플라스틱 보호막도 옥수수로 만든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포도당으로 플라스틱과 같은 질감을 낼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삼성전자 등이 옥수수 휴대전화를 만들 때도 같은 방식을 활용했다.<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입력 : 2012-08-22 22:23:28ㅣ수정 : 2012-08-22 23:45:18
한국, 수입 옥수수 75%를 사료로… 가격 뛰면 소·닭·돼지 가격도 올라
옥수수 세계 최대 생산지인 미국의 옥수수 가격이 뛰면 국내 시장도 몸살을 앓는다. 2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옥수수 수입국이다. 2010년 기준으로 국내 총 곡물 수입량 1571만2000t의 57.7%인 905만9000t을 수입했다. 한국의 옥수수 곡물자급률이 0.8%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량은 2011년 기준으로 연간 7만4000t으로 아시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국내 사용물량의 대부분을 수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미국 옥수수 수출 판매가격은 농가와 곡물상, 중간거래상, 수요자들이 모여 작황과 수요량 등을 반영해 만들어지는 시카고선물거래소 시세와 농가에서 수출항구까지 물량을 이동하는 데 드는 운반비(베이시스)를 종합해 결정된다. 여기에 걸프만을 거쳐 해당 국가로 운송되는 데 들어가는 선박비용도 국제유가 상황을 고려해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전분당협회 관계자는 “가공식품용 옥수수의 경우 업계 전체로 볼 때 한 달 평균 17만t 정도는 꾸준히 수입해야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며 “가격이 급등한 지금 구입하면 국내로 들어오는 데 걸리는 기간인 3~5개월 후부터는 국내 식료품업체들이 가격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 수입되는 옥수수 양의 75% 이상은 가축 사료로 사용된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백성범 농업연구관은 “옥수수가 국내에서는 사료로 대부분 사용되기 때문에 옥수수 가격이 폭등하면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가격도 덩달아 오른다”고 말했다. 또 옥수수는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스낵, 청량음료, 주스 등을 만드는 데도 사용돼 이들 제품의 가격을 인상시키는 작용을 한다. 한국사료협회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급등한 옥수수 가격 때문에 당분간 미국과 옥수수 수입 계약을 맺지 않기로 했다. 가뭄에 따른 가격 폭등을 예상하고 6월 초순 국내 민간 사료배합 회사들과 함께 옥수수를 대량으로 구입해 당장 물량 부족 현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옥수수 가격이 계속해서 뛰거나 지금과 같은 급등세가 고착화하는 경우다.
사료협회 관계자는 “옥수수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계속 오를 경우 어쩔 수 없이 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며 “이럴 경우 길게는 6개월의 시차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가 되면 또 한 차례 국내 사료배합 회사들과 농협 사료공장, 축산농가 등이 가격 상승 압박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사료용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옥수수는 ‘가공식품용’ 옥수수다. 농협경제연구소와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가공식품용으로 소비된 옥수수 양은 전체 수입량 905만9000t의 21.4%에 해당하는 193만6000t이다.
가공식품용 옥수수 가격도 비슷한 운송·제조·유통과정을 거친다. 먼저 대상 등 국내 식료품업체들이 시카고선물거래소의 거래가격 수준에 맞춰 옥수수 수입 계약을 맺으면 미국 수출업체가 선적물량을 준비한다. 이때부터 선박을 이용해 국내로 들여오기까지에는 보통 6~8주가 걸린다. 선박이 운송하는 시간은 50일 정도이며 하역항에서 1주일 정도 하역·통관 작업을 거친다. 업체들이 제품 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1개월치가량의 재고물량과 제조공정을 감안하면 실제 판매가격에 영향을 주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5개월쯤 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가공식품용 옥수수는 사료용 옥수수보다 재고량을 적게 유지하기 때문에 국제 곡물가격 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사료협회 관계자는 “옥수수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계속 오를 경우 어쩔 수 없이 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며 “이럴 경우 길게는 6개월의 시차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가 되면 또 한 차례 국내 사료배합 회사들과 농협 사료공장, 축산농가 등이 가격 상승 압박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사료용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옥수수는 ‘가공식품용’ 옥수수다. 농협경제연구소와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가공식품용으로 소비된 옥수수 양은 전체 수입량 905만9000t의 21.4%에 해당하는 193만6000t이다.
가공식품용 옥수수 가격도 비슷한 운송·제조·유통과정을 거친다. 먼저 대상 등 국내 식료품업체들이 시카고선물거래소의 거래가격 수준에 맞춰 옥수수 수입 계약을 맺으면 미국 수출업체가 선적물량을 준비한다. 이때부터 선박을 이용해 국내로 들여오기까지에는 보통 6~8주가 걸린다. 선박이 운송하는 시간은 50일 정도이며 하역항에서 1주일 정도 하역·통관 작업을 거친다. 업체들이 제품 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1개월치가량의 재고물량과 제조공정을 감안하면 실제 판매가격에 영향을 주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5개월쯤 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가공식품용 옥수수는 사료용 옥수수보다 재고량을 적게 유지하기 때문에 국제 곡물가격 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입력 : 2012-08-22 22:23:24ㅣ수정 : 2012-08-22 23:45:25
식량위기의 ‘나비효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곡물 파동 때마다 제3세계 반정부 폭동 불러
ㆍ투기자본 사재기·값 폭등
ㆍ중동·북아프리카 등 휘청… 정치·사회적 혼란 줄이어
“아이쉬(빵)! 호레아(자유)!”
지난해 초 이집트 국민들은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하며 타흐리르 광장 등 거리로 나섰다.
이집트의 주식인 ‘아이쉬’ 가격이 치솟자 무바라크 30년 장기 독재에 대한 불만이 더해지면서 민주화 시위로 번진 것이다.
아이쉬 가격 급등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집트에서 직선거리로 3000㎞ 떨어진 러시아에서 2010년 7월 가뭄이 발생, 밀 생산량이 급락하면서 발생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도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 폭등이 독재정권에 대한 불만과 겹쳐 반정부 시위를 순식간에 확산시켰다.
이후 반정부 시위는 알제리, 리비아, 예멘, 바레인, 이란 등으로 번져나갔다. 러시아의 가뭄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로 이어지는 ‘나비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재스민 혁명은 ‘밀 가격 상승’이 도화선이 됐다.
2007~2008년 곡물파동은 미국, 인도, 중국 등에서 시작됐다. 파동의 진폭은 국제 투기자본이 원자재 사재기에 나서면서 커졌다.
게다가 신흥국의 육류 소비가 늘면서 사료용 곡물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아르헨티나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곡물수출국은 자국의 수요 공급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밀, 옥수수, 대두에 수출세를 부과하거나 수출중단을 선언했다. 곡물 가격이 유례없이 치솟았다.
선진국과 신흥개도국, 곡물수출국들의 ‘날갯짓’에 정작 휘청댄 것은 3세계 국가의 빈민층이었다.
2008년 2월 아프리카 카메룬에서는 식품 가격과 오일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이는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4월 방글라데시에서는 1만5000명의 노동자들이 높은 식품 가격과 낮은 임금에 항의하며 공장시설을 파괴하고 버스와 승용차를 부수는 등의 폭동이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코트디부아르, 이집트, 아이티, 모잠비크 등 30여개국에서 시위와 폭동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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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올해 미국발 곡물 가격 급등 상황이 심각해지면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국가에서 또다시 시위와 폭동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 시위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당장 눈여겨봐야 할 곳은 알제리, 수단, 바레인 등이다. 바레인은 수니파와 시아파 간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돼 정치사회적으로 혼란기를 겪고 있다. 알제리와 수단은 실업률이 30%를 넘어섰다.
수단의 경우 최근 남수단이 분리되면서 무력충돌 등 정치적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는 “알제리와 수단은 2010년 곡물파동 때 크고 작은 시위를 경험한 나라들로 정치, 사회, 경제적 환경도 예전 튀니지나 이집트와 유사해 물가 폭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또다시 폭동,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ㆍ중동·북아프리카 등 휘청… 정치·사회적 혼란 줄이어
“아이쉬(빵)! 호레아(자유)!”
지난해 초 이집트 국민들은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하며 타흐리르 광장 등 거리로 나섰다.
이집트의 주식인 ‘아이쉬’ 가격이 치솟자 무바라크 30년 장기 독재에 대한 불만이 더해지면서 민주화 시위로 번진 것이다.
아이쉬 가격 급등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집트에서 직선거리로 3000㎞ 떨어진 러시아에서 2010년 7월 가뭄이 발생, 밀 생산량이 급락하면서 발생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도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 폭등이 독재정권에 대한 불만과 겹쳐 반정부 시위를 순식간에 확산시켰다.
이후 반정부 시위는 알제리, 리비아, 예멘, 바레인, 이란 등으로 번져나갔다. 러시아의 가뭄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로 이어지는 ‘나비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재스민 혁명은 ‘밀 가격 상승’이 도화선이 됐다.
2007~2008년 곡물파동은 미국, 인도, 중국 등에서 시작됐다. 파동의 진폭은 국제 투기자본이 원자재 사재기에 나서면서 커졌다.
게다가 신흥국의 육류 소비가 늘면서 사료용 곡물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아르헨티나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곡물수출국은 자국의 수요 공급이 우선이라는 이유로 밀, 옥수수, 대두에 수출세를 부과하거나 수출중단을 선언했다. 곡물 가격이 유례없이 치솟았다.
선진국과 신흥개도국, 곡물수출국들의 ‘날갯짓’에 정작 휘청댄 것은 3세계 국가의 빈민층이었다.
2008년 2월 아프리카 카메룬에서는 식품 가격과 오일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이는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4월 방글라데시에서는 1만5000명의 노동자들이 높은 식품 가격과 낮은 임금에 항의하며 공장시설을 파괴하고 버스와 승용차를 부수는 등의 폭동이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코트디부아르, 이집트, 아이티, 모잠비크 등 30여개국에서 시위와 폭동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발 곡물 가격 급등 상황이 심각해지면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국가에서 또다시 시위와 폭동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 시위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당장 눈여겨봐야 할 곳은 알제리, 수단, 바레인 등이다. 바레인은 수니파와 시아파 간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돼 정치사회적으로 혼란기를 겪고 있다. 알제리와 수단은 실업률이 30%를 넘어섰다.
수단의 경우 최근 남수단이 분리되면서 무력충돌 등 정치적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는 “알제리와 수단은 2010년 곡물파동 때 크고 작은 시위를 경험한 나라들로 정치, 사회, 경제적 환경도 예전 튀니지나 이집트와 유사해 물가 폭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면 또다시 폭동,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입력 : 2012-08-22 22:02:12ㅣ수정 : 2012-08-22 23: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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