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벼랑에 서다](6) 자영업자, 자영업을 말하다
ㆍ먹는 장사가 남는 장사라고? ‘장수하는 맛집’ 3.8%에 불과
‘먹는 장사’는 ‘남는 장사’라고 했다. 식당은 사업을 해보려는 예비 창업자들이 가장 쉽게 떠올리는 종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장밋빛 희망과 거리가 멀었다.
경향신문이 중소기업중앙회와 종사자 수 5인 미만 소상공인·자영업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음식점은 다른 업종보다 사업 유지 기간이 가장 짧았다. 조사 대상 자영업체 300곳 중 음식업 133곳의 평균 운영 기간은 8년이다. 이는 전 업종 평균(10년)보다 2년 정도 짧다. 장수 맛집이 나오기는 더욱 쉽지 않다. 1990년 이전 문을 열어 현재까지 장사를 하는 음식점은 3.8%에 불과했다. 경력 20년 이상인 자영업자 평균 비율(7%)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 음식점 운영 기간 평균 8년
휴일 적고 노동시간은 길어
전 가족 일해도 월 174만원
일하는 시간은 길고 쉬는 날은 적어 노동조건은 열악했다.
음식업 종사자들은 하루 평균 약 13시간을 일한다. 오전 9시쯤 문을 열어 오후 10시쯤 닫는다. 자영업종 중 퇴근 시간이 가장 늦다. 한 달 중에 쉬는 날은 평균 1.6일뿐이다. 특히 절반(50.4%)은 아예 쉬지 않는다. 전 업종을 기준으로 휴일 없이 일하는 비율이 평균 35% 정도인데 음식업은 월등히 많은 셈이다.
식당은 업종 특성상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이번 조사를 보면 가게당 평균 2.02명이 일하고 있다. 평균(1.94명)보다 많다. 사람은 필요한데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가족이 동원되는 비율도 높다. 식당 한 곳에는 평균 0.94명의 가족 종사자가 일하고 있다. 소상공인 업장에 평균 0.81명의 가족이 투입되는 것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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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유 때문인지 전체 식당의 31.6%가 가족 간 불화를 경험했다. 이렇게 일해도 손에 쥐는 실제 수입은 적다. 먹는 장사를 해서 월평균 889만5000원의 매출을 낸다. 재료비·인건비·임대료 등 운영비를 빼고 나면 식당 한 곳당 평균 한 달에 174만3000원을 남긴다. 가족 2명이 함께 일한다고 봤을 때는 1인 평균으로 따지면 87만원꼴로, 사실상 ‘88만원 세대’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가게 중 적자를 보는 비율도 평균(10%)보다 많은 12.8% 수준이다. 적자 식당은 월평균 119만원씩 손해를 봤다.
남는 게 적으니 저축할 여유도 많지 않다. 음식업은 133곳의 18.8%만이 매달 돈을 모은다. 전체 평균(22.7%)을 밑도는 수치다.
음식점을 창업할 때 평균 8166만9000원이 드는데 이 중 35%(2871만8000원)는 대출로 충당한다. 대출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장사를 하면서 원리금을 갚는 주인은 많지 않다. 식당 문을 열 때 대출받은 자금 중 원리금을 모두 갚은 곳은 28%에 불과하다. 자영업자 중 원리금을 다 갚은 전체 평균(31.6%)보다 적다.
현재 음식점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매출이다. 10곳 중 6곳(62.4%)은 매출부진이 심해 경영에 버겁다고 했다. 식당이 우후죽순처럼 늘면서 과당 경쟁(22.9%)도 어려움으로 지적됐다. 힘든 상황 탓에 문을 닫을까 고려해본 경우(48.1%)도 다른 업종(전체 평균 45.3%)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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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홍재원·김보미·이재덕·이혜인 기자>
‘먹는 장사’는 ‘남는 장사’라고 했다. 식당은 사업을 해보려는 예비 창업자들이 가장 쉽게 떠올리는 종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장밋빛 희망과 거리가 멀었다.
경향신문이 중소기업중앙회와 종사자 수 5인 미만 소상공인·자영업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음식점은 다른 업종보다 사업 유지 기간이 가장 짧았다. 조사 대상 자영업체 300곳 중 음식업 133곳의 평균 운영 기간은 8년이다. 이는 전 업종 평균(10년)보다 2년 정도 짧다. 장수 맛집이 나오기는 더욱 쉽지 않다. 1990년 이전 문을 열어 현재까지 장사를 하는 음식점은 3.8%에 불과했다. 경력 20년 이상인 자영업자 평균 비율(7%)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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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중구 만리동의 한 상가에 셔터문이 내려진 채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 음식점 운영 기간 평균 8년
휴일 적고 노동시간은 길어
전 가족 일해도 월 174만원
일하는 시간은 길고 쉬는 날은 적어 노동조건은 열악했다.
음식업 종사자들은 하루 평균 약 13시간을 일한다. 오전 9시쯤 문을 열어 오후 10시쯤 닫는다. 자영업종 중 퇴근 시간이 가장 늦다. 한 달 중에 쉬는 날은 평균 1.6일뿐이다. 특히 절반(50.4%)은 아예 쉬지 않는다. 전 업종을 기준으로 휴일 없이 일하는 비율이 평균 35% 정도인데 음식업은 월등히 많은 셈이다.
식당은 업종 특성상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이번 조사를 보면 가게당 평균 2.02명이 일하고 있다. 평균(1.94명)보다 많다. 사람은 필요한데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가족이 동원되는 비율도 높다. 식당 한 곳에는 평균 0.94명의 가족 종사자가 일하고 있다. 소상공인 업장에 평균 0.81명의 가족이 투입되는 것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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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유 때문인지 전체 식당의 31.6%가 가족 간 불화를 경험했다. 이렇게 일해도 손에 쥐는 실제 수입은 적다. 먹는 장사를 해서 월평균 889만5000원의 매출을 낸다. 재료비·인건비·임대료 등 운영비를 빼고 나면 식당 한 곳당 평균 한 달에 174만3000원을 남긴다. 가족 2명이 함께 일한다고 봤을 때는 1인 평균으로 따지면 87만원꼴로, 사실상 ‘88만원 세대’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가게 중 적자를 보는 비율도 평균(10%)보다 많은 12.8% 수준이다. 적자 식당은 월평균 119만원씩 손해를 봤다.
남는 게 적으니 저축할 여유도 많지 않다. 음식업은 133곳의 18.8%만이 매달 돈을 모은다. 전체 평균(22.7%)을 밑도는 수치다.
음식점을 창업할 때 평균 8166만9000원이 드는데 이 중 35%(2871만8000원)는 대출로 충당한다. 대출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장사를 하면서 원리금을 갚는 주인은 많지 않다. 식당 문을 열 때 대출받은 자금 중 원리금을 모두 갚은 곳은 28%에 불과하다. 자영업자 중 원리금을 다 갚은 전체 평균(31.6%)보다 적다.
현재 음식점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매출이다. 10곳 중 6곳(62.4%)은 매출부진이 심해 경영에 버겁다고 했다. 식당이 우후죽순처럼 늘면서 과당 경쟁(22.9%)도 어려움으로 지적됐다. 힘든 상황 탓에 문을 닫을까 고려해본 경우(48.1%)도 다른 업종(전체 평균 45.3%)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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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홍재원·김보미(산업부), 이재덕(경제부), 이혜인(사회부) 기자
<특별취재팀 홍재원·김보미·이재덕·이혜인 기자>
입력 : 2012-08-02 22:02:22ㅣ수정 : 2012-08-03 10:01:47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은퇴자 재취업 길 최대한 열어줘 자영업 확산 속도 늦춰야”
ㆍ새누리 이혜훈 최고위원·민주 이용섭 정책위의장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지도부 인사들이 자영업이 처한 위기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경향신문이 마련한 자영업자 해법 모색 대담을 통해서다. 새누리당에서는 경제 분야 정책통으로 경제민주화 작업에 나서고 있는 이혜훈 최고위원(48), 민주당에서는 당 정책을 총괄하는 이용섭 정책위의장(61)이 나섰다. 대담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뤄졌다.
이들은 대담에서 “대기업의 골목상권 유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해 자금지원 체계를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횡포 방지를 주요 정책과제로 내다봤고, 민주당은 자영업 문제 해결을 전담할 장관급 부처 신설 구상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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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왼쪽)과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영업 위기 해법 모색을 위한 대담을 하고 있다. |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 이용섭
대기업 ‘골목 침해’ 제한·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중기·소상공인 돕기 위해 장관급 부처 신설 추진
▲ 이혜훈
프랜차이즈 횡포 막게 비용부담 전가 금지를
재래시장 현대화 등으로 자영업 경쟁력 강화 지원
- 자영업 위기의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이혜훈 = 공급 과잉이 문제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한 뒤 재취업이 잘 안되니 결국은 창업 쪽으로 내몰린다. 전문성도 부족하다. 이러다 보니 공급 과잉으로 치닫고, 시장은 정해져 있는데 벌이는 줄어든다. 또 자본 없이 갑자기 진출하다 보니 결국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 경우도 생긴다. 여기에 경기침체 영향도 더해졌다.
이용섭 = 실업자와 정리해고자, 정년퇴직자들이 쉽게 할 수 있는 게 자영업이다. 내부 경쟁이 치열해졌다. 또 대기업들이 문제다. 대기업들이 자영업자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업, 유통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영세 자영업자와 골목 상인이 무너졌다. 내수가 극도로 침체된 데에도 원인이 있다.
- 자영업 유입 속도를 낮출 방안이 있나.
이혜훈 = 은퇴자에 관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들이 가진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은퇴자들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공공기관에서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외에 ‘사업서비스’란 영역이 있다. 기업이 핵심 분야 외 다른 분야를 아웃소싱을 통해 조달하는 개념이다. 은퇴자들이 이런 일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용섭 = 고용률을 63%에서 선진국 수준인 70%로 올리자는 게 우리 생각이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도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보편적 복지에 신경써야 한다.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반값 보육 등은 자영업자들이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실패할 경우 사후 대책 역할을 한다.
-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문제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혜훈 = 대형마트 입점 규제나 영업시간 제한과 관련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은 절차적 문제에 관한 것이다. 각 당이 서로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조만간 보완이 될 것이다. 신규 입점도 규제해야 한다. 외국은 대형마트가 들어서려면 조그만 소상공인 가게들을 수십개의 패키지로 열도록 돼 있는데,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용섭 = 대기업의 골목 침해는 심각한 문제다. 박태환 선수가 펠프스하고 싸우기 힘드니 국제대회는 기피하고 동네 수영대회 다니면서 싹쓸이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재벌 대기업은 대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 자영업 보호를 위한 양당의 정책이 너무 미온적인 것 아닌가.
이혜훈 = 프랜차이즈 문제가 심각하다. 본사가 점포 확장이나 인테리어 등을 점주에게 무리하게 요구하고, 안 하면 재계약을 안 해줄 수도 있다는 일종의 협박을 한다. 그래서 리뉴얼이나 매장 확장을 강요하는 것과 비용부담을 전가하는 걸 금지하자는 게 우리 당 정책이다. 인근 10개점의 가맹점 정보 또한 제공하는 게 맞다. 매출과 수입, 언제 누가 폐업했는지까지 공개해야 한다.
이용섭 = 대기업의 무차별 확장으로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한다. 제조업만 보호 범위로 돼 있었는데 서비스업으로 확장하고, 지켜지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법안까지 이미 내놓았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영업시간 제한을 확대하는 법안도 냈다. 공공기관이 소기업, 소상공인 제품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
- 취재를 해보니 자영업 문제를 총괄하는 정부 조직이 없었다.
이용섭 = 과거 대기업 위주의 수출정책을 통해 성장을 견인하던 시절엔 자영업자를 체계적으로 지원하지 못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명칭을 정해서 가칭 중소기업부, 또는 중소상공부 등을 신설하려 한다. 장관급 조직을 신설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자영업, 중소기업 정책을 총괄 조정,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 자영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나.
이혜훈 = 나들가게나 재래시장 현대화 같은 게 이에 해당할 것이다. 재래시장 전용 택배회사를 사회적기업으로 만드는 일을 시범적으로라도 해보자. 온누리상품권도 더 확대해 나가야 한다. 최근 전북 전주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발견했다. 남부시장에 갔더니 ‘청년몰’이 있더라. 그곳 상권은 죽어 있었는데, 전주시에서 청년들에게 저리로 분양해주고, 각종 매장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청년들이 그 안에서 창업하는 일종의 단지가 형성됐다. 전주 한옥마을과 연계해서 문화관광 상품 패키지로 하라는 아이디어를 줬다. 문화관광과 전통시장을 엮는 시도도 좋을 것 같다.
이용섭 = 재래시장 주차장도 확충하고 신용카드 수수료율도 내려줘야 한다. 특히 재래시장은 대형 유통점을 모방하지 말고 한국적 문화나 토속상품을 다루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 자영업자 부채 문제는.
이혜훈 = 정부가 빚을 탕감해줄 수는 없지 않나. 재취업 길을 최대한 열어주는 게 옳다.
이용섭 = 탕감해주면 도덕적 해이 문제도 생긴다. 개인사업자 대출 수요를 줄여가는 게 중요하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니 5월 말 개인사업자 대출이 165조원으로 전체 대출의 약 35%를 차지한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달하니 금융권에서 가계부채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고, 대신 개인사업자 대출이 커졌다. 부채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뇌관이다. 결국은 가계 파탄뿐 아니라 금융기관 부실로까지 간다. 이 부분은 자영업자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어서, 정부가 특단의 관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 대책을 보면 어떤 면에선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혜훈 = ‘빚 권하는 사회’다.
이용섭 = 창업지원도 주로 돈을 빌려주는 건데, 본질적으로 소득을 늘리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렵지만 기본에 충실한 대책이다. 돈만 빌려주는 건 아편이나 마약 같은 미봉책이다.
이혜훈 = ‘묻지마’식으로 돈을 빌려줘선 안된다. 대출할 때 사업성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그 심사를 제대로 안 하는 건 금융기관이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금융기관도 전문성을 길러 심사하고 대출해야 하는데, 그냥 막 빌려준 뒤 수수료나 현금입출금기 수수료 등으로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게 문제다. 자영업 부실대출이 어느 정도인지 정부가 규모를 파악하고 충당금과 적립금을 만드는 등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게 안되면 뇌관이 터질 것이다.
이용섭 = 그렇다고 사업성과 전망이 있는데 돈이 없어서 창업을 못하는 건 안된다. 심사를 강화하고 괜찮은 자영업자가 돈이 없어서 문을 닫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소기업 창업이나 소상공인 지원자금은 늘려야 한다.
- 기업이 정년을 연장하는 문제는 어떤가.
이혜훈 =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에 부담이 된다. 또한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실업이 발생하는 딜레마가 있다. 정년 연장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이용섭 = 우리는 생각이 다르다. 원칙적으로 정년을 연장하자는 입장이다. 퇴직을 하는 50대 중반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건강한 시기다. 할 수 있는 건 자영업뿐이다. 정년 연장은 자영업 과당경쟁 문제를 해결해주는 측면이 있다. 특히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정년 후 생존 기간이 매우 길다.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선순환이 일어나 청년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보고서가 있다.
-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자영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이혜훈 = 내수 진작에 방점을 둬야 된다는 것엔 100% 공감한다. 그렇다고 수출 주도형 경제를 포기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수출 의존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2.4%다. 절반 이상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수출을 홀대하면 국부 창출이란 성장엔진 자체가 꺼져버릴 수 있다. 다만 내수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은 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고환율 정책이 있는데, 수출 대기업을 위해 환율을 떠받치는 건 내수에 찬물을 끼얹어 자영업을 힘들게 한다.
이용섭 = 우리는 내수 시장도 작고 자원도 없어서 수출 위주의 성장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도의 문제다. 수출을 많이 해서 성장하면 그 효과가 국민경제 전체에 와야 되는데 지금 소수의 대기업에 한정돼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금보다는 내수 비중을 높여야 한다.
- 정치권이 자영업을 너무 홀대했던 것 아닌가.
이용섭 = 중소기업은 중앙회가 있는데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그런 단체조차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인 관심을 덜 받았다. 최근 한 설문에서 ‘소상공인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가장 필요한 게 뭐냐’는 질문에,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라고 답한 사람이 58%였다. 어려운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정치다. 지금 자영업자는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자영업자는 민주당의 지지기반이다. 지속적인 관심을 쏟을 계획이다.
이혜훈 = 정치세력화돼 있는 사람보다는 안돼 있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게 국회고 정치인이다. 대기업 노조보다 이런 분들이 국회의원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아야 한다. 정치인의 본분이다. 당에서 더 관심을 가지겠다.
■ 특별취재팀 홍재원·김보미(산업부), 이재덕(경제부), 이혜인(사회부) 기자
[자영업자, 벼랑에 서다]지경부·중기청·재정부 “저쪽에 알아봐라” 떠넘기기
“자영업 문제는 중소기업청 쪽에서 다룹니다. 정책 수단도 많고요. 우린 요즘 기업형 슈퍼마켓(SSM)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어 일손이 없습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경향신문의 자영업 취재에 이같이 대답했다.
취재팀은 지경부가 거론한 중기청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중기청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서비스경제과가 자영업 정책을 주관한다”며 “그쪽에 물어봐야 총괄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엔 기획재정부. “재정부는 ‘서비스경제과’에서 부처별 사항을 취합해 예산을 나누는 정도의 일만 한다”며 “정책 관련 답변을 하려면 우리도 중기청 같은 곳에 자료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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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정책이 실종된 데엔 이유가 있었다. 정부 부처들은 자영업 문제를 다른 부처의 책임으로 돌리는 데 급급했다. 경제활동인구의 30%가 자영업자인데도 이를 관할하는 주무부처마저 묘연하다.
경제정책 총괄 부처는 재정부다. 그러나 재정부는 자영업 문제에 대해 예산권만 쥐고 있을 뿐 정책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지경부는 SSM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자영업 문제를 다루지만 주로 프랜차이즈 모범거래기준 등 일부 부문에 국한된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문제로만 접근한다. 그나마 이런 대책들도 부처별로 따로 놀고 있고, 기관별 자영업 통계도 제각각이다.
해당 부처 관계자들은 중기청이 소상공인·자영업자 문제를 깊숙이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중기청은 산하 소상공인진흥원 등 소규모 조직에 이 문제를 일임한 상태다. 그런 진흥원은 창업컨설팅, 자금조달 지원 등 한정된 정책만 다루고 있다. 정부의 업무 분장만 봐도 국가 경제정책 차원의 자영업 대책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통합 정책수립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대책을 세울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게 가장 시급한 자영업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 특별취재팀 홍재원·김보미(산업부), 이재덕(경제부), 이혜인(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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