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나가와구의 주택가에 자리잡은 대형 잡화점 이토요카도. 평소 한산한 이 매장은 두 달마다 한 번씩 비상이 걸린다. 일본에서 짝수달 15일은 연금이 지급되는 날이다. 이날 노인들이 주로 찾는 의료ㆍ건강용품은 평소보다 50% 이상 매출이 급증한다. 애완동물 코너의 매출도 30% 이상 늘어나는 등 한마디로 대목이다. 이토요카도는 연금을 받는 노인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65세 이상 고객들에게는 전자화폐로 결제하면 5% 할인해주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일본 백화점들이 일제히 여름 세일에 나선 지난 7월 13일. 일본 중산층 주택가인 세타가야구 후타코타마가와에 위치한 다카시마야백화점 입구는 세일 첫날치고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3층 부인복 코너로 올라가자 매장마다 60대 이상 여성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올해 들어 매달 매출이 늘고 있다"는 보석 코너의 스즈키 마야코 판매원은 "손자, 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 보석류를 구입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고객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의 소규모 오피스 밀집지역인 간다역 주변에선 돈 많은 고령층과는 사뭇 다른 젊은이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평소에도 이곳 식당가는 점심시간 때 직장인들로 붐비지만 지난 5월 이곳을 방문했을 때 유독 50m 이상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새로 문을 연 카레음식점이 1인분에 55엔(약 800원)짜리 홍보행사를 펼치자 젊은이들이 몰려든 것이다.
차례를 기다리던 한 30대 남자 직장인은 "인터넷에서 음식점 할인행사만 찾아다니는 직장인도 많다"며 30분 정도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은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였다.
고급 백화점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고령층과 한푼이라도 싼 곳을 찾아 발품을 파는 젊은 직장인. 일본 소비시장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모습이다.
일본 고령층은 부자다. 버블시기에 많은 돈을 벌었고, 이후 일본인 특유의 알뜰한 저축으로 부를 축적했다. 1500조엔에 달하는 개인 금융자산의 80%는 50세 이상이 보유하고 있다.
총무성 자료를 보면 일본의 60세 이상 인구는 2011년 404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2%를 차지했다. 반면 이들의 연간 소비지출은 처음으로 100조엔을 돌파하며 전체 개인 소비지출의 44%를 점유했다.
특히 2차대전 후인 1947~1949년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나 버블기를 주도했던 `단카이세대`의 맏형이 올해부터 65세에 들어섰다. 정년퇴직 후 연금을 받으며 여유로운 생활을 영위해가는 `고령층 부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어린이들이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테마파크인 도쿄키자니아는 최근 시니어 전용 요금 프로그램을 별도로 만들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실질적인 주 고객은 할머니, 할아버지이기 때문이다.
반면 고정된 수입을 받으며 왕성한 소비를 해야 할 청ㆍ장년층은 정작 쓸 돈이 없다. 지난해 일본의 현금 급여총액은 2010년에 비해 0.3% 감소했다. 2008년 1.1%, 2009년 3.4% 연속 감소한 후 2010년 0.5% 소폭 오르더니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일본 국세청 조사에서는 일본 직장인의 평균수입은 1997년 467만엔에서 2009년 406만엔으로 13%나 준 것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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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도쿄 후타코타마가와에 위치한 다케시마야 백화점 여름세일 첫날, 주 고객은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사진 = 임상균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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