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40대 싱글이다… 40대 미혼자 10년 전보다 3배 늘어
‘싱글’인 이선철씨(40)는 평일이면 오전 6시40분에 눈을 뜬다. 7시10분 서울 역삼동 집을 나와 회사버스를 타고 수원 삼성단지로 향한다. 삼성전자 차장인 그는 회사 구내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일을 시작한다. 일은 밤늦게 끝날 때도 많다. 점심·저녁 식사는 십중팔구 회사에서 해결한다.
팽팽했던 그의 생활이 풀어지는 것은 금요일 밤부터다. 주로 친구나 선후배들과 약속을 잡고 술자리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느지막이 일어나 혼자 즐기는 토요일을 맞는다. 부모와 함께 사는 그는 정오부터 헬스클럽에서 몸을 푼다. 오후엔 소개팅을 나가거나 야구를 보거나 쇼핑을 한다. 저녁 7시부터 자정 무렵까지는 그룹 내 동호회 ‘삼성 살사클럽’에서 보낸다. 지난 23일은 그에게 특별했다. 1년간 동호회에서 갈고닦은 살사 실력을 뽐내는 발표회를 연 것이다. 흥분되고 즐거운 자리였다. 지금도 몸이 불지 않는 것은 주말마다 땀을 흘리고 스트레스도 날리는 살사 춤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일요일에 그는 오전에 테니스 치고 오후에는 TV를 보거나 쉬는 게 다반사다. 그리고 다시 월요일 아침을 맞는다.
그는 독신주의자는 아니다. “언제까지 혼자 즐기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끔씩 주위에서 여자를 소개받기도 하지만, 아직 ‘이 여자다’라는 확신이 선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올 여름휴가도 혼자 여행을 떠날 예정인 그에게 결혼은 언젠가 매듭져야 할 것 같은 미래의 선택이나 숙제로 남아 있다.
공연예술계에서 20년째 일해온 최윤정씨(45)는 20대부터 연애는 이따금씩 했다. 그러나 2000년에 결혼할까 생각하다 틀어졌던 남자를 제외하면 지금 하는 ‘일’보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 공연 작품이 무대에 오를 때까지 에너지를 집중하고 관객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면 삶의 활력을 얻는다고 했다. 2008년부터 남자와 사귀지 않았다는 그는 이러다 끝까지 혼자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최씨는 “노후에 손을 꼭 잡고 여행을 같이 다니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감정을 갖게 하는 남자라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은데 사회적 시선 때문에 굳이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지 않은 40대가 급증하고 있다. 흔히 30대 현상으로 지칭했던 ‘골드 미스’ ‘싱글족’이 40대의 이야기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40대 미혼(비혼)자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도드라진다. 40대 중에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2000년 2.8%(남자 3.3%, 여자 2.1%)에서 2010년 7.9%(남자 10.9%, 여자 4.8%)로 10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다. 40대 인구 820만4781명 중에 64만5383명이 미혼(비혼)인 것이다. 40대 초·중반(만 40~44세)은 그 추세가 더 가파르다. 2000년 3.5%(남자 4.6%·여자 2.4%)였던 ‘솔로’는 2010년엔 10.3%(남자 14.4%·여자 6.2%)나 됐다. 남자는 7명 중 1명이 한번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다.
미혼자가 5.4%인 40대 후반(45~49세)도 10년 전(1.9%)보다 점유율이 2.8배 높아졌다. 2010년 조사에서 30대 후반(35~39세)의 미혼자는 19.7%였다. ‘솔로’ 증가세가 30대에서 40대로 빠르게 옮겨지고 있다는 뜻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가입한 40대(40~49세)의 초혼 회원은 2001년 392명에서 2011년 1150명으로 역시 2.9배 늘었다.
한국 사회에서 40대 초반은 10대에 교복 자율화, 20세 전후에 해외여행 완전자유화를 처음 겪은 세대이다. 민주화가 된 뒤 대학에 들어가 30세 전후에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을 갖고 있다. 40대 미혼·비혼자 증가에는 결혼과 출산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사회적 시선보다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달라진 가치관이 작용하고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상시적인 취업난과 고용불안을 겪고, 국가는 성장하지만 개인의 주머니는 가벼워지는 사회·경제적 환경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국가와 집단으로부터 내팽개쳐지는 사람들이 늘고 개인주의 가치관도 강해지면서 나이가 차도 결혼하지 않거나 못하는 인구수가 날로 증가하는 것”이라며 “사회보장제도와 일자리를 늘려 개인이 느끼는 불안감, 위기감을 줄여주려는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팽팽했던 그의 생활이 풀어지는 것은 금요일 밤부터다. 주로 친구나 선후배들과 약속을 잡고 술자리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느지막이 일어나 혼자 즐기는 토요일을 맞는다. 부모와 함께 사는 그는 정오부터 헬스클럽에서 몸을 푼다. 오후엔 소개팅을 나가거나 야구를 보거나 쇼핑을 한다. 저녁 7시부터 자정 무렵까지는 그룹 내 동호회 ‘삼성 살사클럽’에서 보낸다. 지난 23일은 그에게 특별했다. 1년간 동호회에서 갈고닦은 살사 실력을 뽐내는 발표회를 연 것이다. 흥분되고 즐거운 자리였다. 지금도 몸이 불지 않는 것은 주말마다 땀을 흘리고 스트레스도 날리는 살사 춤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일요일에 그는 오전에 테니스 치고 오후에는 TV를 보거나 쉬는 게 다반사다. 그리고 다시 월요일 아침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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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내 ‘살사클럽’ 회원인 이선철씨(오른쪽)가 지난 23일 밤 서울 강남에서 열린 동호회 모임 중에 회원들과 함께 살사 춤을 추고 있다. | 삼성살사클럽 제공
공연예술계에서 20년째 일해온 최윤정씨(45)는 20대부터 연애는 이따금씩 했다. 그러나 2000년에 결혼할까 생각하다 틀어졌던 남자를 제외하면 지금 하는 ‘일’보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나지 못했다. 공연 작품이 무대에 오를 때까지 에너지를 집중하고 관객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면 삶의 활력을 얻는다고 했다. 2008년부터 남자와 사귀지 않았다는 그는 이러다 끝까지 혼자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최씨는 “노후에 손을 꼭 잡고 여행을 같이 다니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 감정을 갖게 하는 남자라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은데 사회적 시선 때문에 굳이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지 않은 40대가 급증하고 있다. 흔히 30대 현상으로 지칭했던 ‘골드 미스’ ‘싱글족’이 40대의 이야기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40대 미혼(비혼)자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도드라진다. 40대 중에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2000년 2.8%(남자 3.3%, 여자 2.1%)에서 2010년 7.9%(남자 10.9%, 여자 4.8%)로 10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다. 40대 인구 820만4781명 중에 64만5383명이 미혼(비혼)인 것이다. 40대 초·중반(만 40~44세)은 그 추세가 더 가파르다. 2000년 3.5%(남자 4.6%·여자 2.4%)였던 ‘솔로’는 2010년엔 10.3%(남자 14.4%·여자 6.2%)나 됐다. 남자는 7명 중 1명이 한번도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이다.
미혼자가 5.4%인 40대 후반(45~49세)도 10년 전(1.9%)보다 점유율이 2.8배 높아졌다. 2010년 조사에서 30대 후반(35~39세)의 미혼자는 19.7%였다. ‘솔로’ 증가세가 30대에서 40대로 빠르게 옮겨지고 있다는 뜻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가입한 40대(40~49세)의 초혼 회원은 2001년 392명에서 2011년 1150명으로 역시 2.9배 늘었다.
한국 사회에서 40대 초반은 10대에 교복 자율화, 20세 전후에 해외여행 완전자유화를 처음 겪은 세대이다. 민주화가 된 뒤 대학에 들어가 30세 전후에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을 갖고 있다. 40대 미혼·비혼자 증가에는 결혼과 출산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사회적 시선보다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달라진 가치관이 작용하고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며 상시적인 취업난과 고용불안을 겪고, 국가는 성장하지만 개인의 주머니는 가벼워지는 사회·경제적 환경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구조적 문제로 국가와 집단으로부터 내팽개쳐지는 사람들이 늘고 개인주의 가치관도 강해지면서 나이가 차도 결혼하지 않거나 못하는 인구수가 날로 증가하는 것”이라며 “사회보장제도와 일자리를 늘려 개인이 느끼는 불안감, 위기감을 줄여주려는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입력 : 2012-06-29 21:44:00ㅣ수정 : 2012-06-29 22:
[난, 40대 싱글]“집·양육·교육비 해결돼야 결혼 늘 것”
ㆍ신경아 한림대 교수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50·사진)는 “40대 미혼(비혼)자의 증가는 한국 사회에서도 개인화가 심화되는 현상”이라고 봤다. 개인화는 ‘한 사람이 주관적으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주체가 되려는 개인주의 욕구’일 수 있고, ‘위험한 사회에서 사회적 보장체계 없이 홀로 위기에 대응하는 상황이 확대되는 구조적 현상’도 일컫는 이중적 의미를 띠고 있다. 서구에서 1960년대에 나타난 주관적 개인화가 한국에서는 1990년대 초반에 시작됐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적 개인화가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 40대 미혼·비혼 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40대 초·중반은 문화적 다양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갖고 있고, 복지시스템이 미비한 상태에서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상시적 불안감을 갖게 됐다. 집, 양육비, 교육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결혼을 미룬 이들이 적잖다. 그리고 이 세 가지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결혼율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과도한 일중독 사회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장시간 노동으로 정서적 욕구, 성적 욕구, 사회적 교제의 욕구, 취미·교양에 대한 욕구 등이 억압당하는 것이다.”
- 40대 미혼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자살률과 이혼율은 세계 최고이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일 만큼 한국은 심각한 위기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결혼을 회피하는 인구가 느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경제위기, 고용불안, 일중독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전망이 어둡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독사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는데, 결혼하지 않은 인구는 잠재적으로 그런 위험에 처할 확률이 더 높다.”
- 40대 미혼자의 증가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면은 어떤 것인가.
“자아를 중시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개인의 증가는 긍정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가족을 사회정책의 기본단위로 잡았던 것을 개인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기혼자를 위한 사회에서 개개인을 위한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인간이 갖고 있는 다른 욕구와 가능성을 실현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부정적이다. 교제하고 사회봉사도 하며 개인적 여가도 즐기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 국가와 사회가 고민해야 할 대안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는 사회복지체계를 갖춰 주택, 양육,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고용의 안정성을 높여가는 게 중요하다. 기업에서는 결혼·임신·출산한 여성에 대한 불이익과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법률혼만 인정하는 한국 사회의 경직된 결혼규범을 유연화할 필요도 있다. 커플이 만나서 살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실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글 박주연·사진 김창길 기자 jypark@kyunghyang.com>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50·사진)는 “40대 미혼(비혼)자의 증가는 한국 사회에서도 개인화가 심화되는 현상”이라고 봤다. 개인화는 ‘한 사람이 주관적으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주체가 되려는 개인주의 욕구’일 수 있고, ‘위험한 사회에서 사회적 보장체계 없이 홀로 위기에 대응하는 상황이 확대되는 구조적 현상’도 일컫는 이중적 의미를 띠고 있다. 서구에서 1960년대에 나타난 주관적 개인화가 한국에서는 1990년대 초반에 시작됐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구조적 개인화가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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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40대 초·중반은 문화적 다양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갖고 있고, 복지시스템이 미비한 상태에서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상시적 불안감을 갖게 됐다. 집, 양육비, 교육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결혼을 미룬 이들이 적잖다. 그리고 이 세 가지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결혼율은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과도한 일중독 사회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장시간 노동으로 정서적 욕구, 성적 욕구, 사회적 교제의 욕구, 취미·교양에 대한 욕구 등이 억압당하는 것이다.”
- 40대 미혼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자살률과 이혼율은 세계 최고이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일 만큼 한국은 심각한 위기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결혼을 회피하는 인구가 느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경제위기, 고용불안, 일중독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전망이 어둡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독사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는데, 결혼하지 않은 인구는 잠재적으로 그런 위험에 처할 확률이 더 높다.”
- 40대 미혼자의 증가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면은 어떤 것인가.
“자아를 중시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개인의 증가는 긍정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가족을 사회정책의 기본단위로 잡았던 것을 개인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기혼자를 위한 사회에서 개개인을 위한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인간이 갖고 있는 다른 욕구와 가능성을 실현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부정적이다. 교제하고 사회봉사도 하며 개인적 여가도 즐기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 국가와 사회가 고민해야 할 대안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는 사회복지체계를 갖춰 주택, 양육,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 고용의 안정성을 높여가는 게 중요하다. 기업에서는 결혼·임신·출산한 여성에 대한 불이익과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법률혼만 인정하는 한국 사회의 경직된 결혼규범을 유연화할 필요도 있다. 커플이 만나서 살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실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글 박주연·사진 김창길 기자 jypark@kyunghyang.com>
입력 : 2012-06-29 21:43:10ㅣ수정 : 2012-06-29 21:43:10
[난, 40대 싱글]자유·개성 중시 탈교복·해외여행 세대, IMF 겪으며 개인화
ㆍ상시적 고용불안… 경제부담 커져
ㆍ불편함 없는 사회시스템도 한몫
2차 베이비붐 시기(1965~1974년)인 1970년 100만6645명이 태어났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상현씨(42)도 그해 9월에 태어났다.
‘70년 개띠생’이 살아온 세상을 묻는 질문에 그가 떠올리기 시작한 것은 1976년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 오전·오후에 했던 2부제 수업이었다. 1981년 컬러TV가 보급되고 나이키 운동화 열풍이 불었다. 이듬해 1월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됐고 봄부터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했다. 1983년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교복자율화가 시행돼 학창시절 내내 한번도 교복을 입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때 미국 빌보드차트를 라디오로 중계해주는 <아메리칸 톱 40>을 들으며 마이클 잭슨, 신디 로퍼, 티나 터너의 노래에 열광했다. 고교 시절엔 서울아시안게임(1986년), 6월 민주화항쟁(1987년), 서울올림픽(1988년)을 경험했다. 대학에 입학한 1989년에 해외여행 완전자유화가 시행됐다. 방학 때면 해외 배낭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1989년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처형부터 베를린장벽 붕괴와 소련 연방정부 해체가 1991년까지 이어졌다. 대학에서 이념논쟁이 빠르게 수그러들기 시작한 시점이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을 본 기억이 컸다. 군대 갔다오고 대학을 졸업할 무렵인 1997년 27세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친구들이 많았다. 그 후 취업난과 고용불안은 상시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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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미혼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00년 2.8%였던 40대의 미혼율은 10년 만에 7.9%까지 높아졌다. 40대 전반(40~44세) 남성은 7명 중 1명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 ‘솔로’들이 30대를 넘어 40대의 현상으로도 빠르게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40대의 미혼은 왜 가파른 증가세일까.
김씨는 “우리 세대는 앞세대보다 훨씬 더 자유로움과 개성을 추구하는 성장 과정을 겪었다”며 “결혼은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육비도 많이 들어 아이는 한 명 정도만 가질 것이기 때문에 결혼을 늦게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김씨와 같은 가치관 변화는 통계청 조사에서도 보인다. 2010년 ‘결혼에 대한 견해’를 물었을 때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40대는 16.4%(남성 20.1%, 여성 12.5%)였다. 1998년 34.2%(남성 36.3%, 여성 31.8%)에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40대는 1998년 21.1%(남성 17.6%, 여성 24.1%)에서 2010년 34.9%(남성 29.4%, 여성 40.7%)로 높아졌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황희주 커플매니저는 “독신주의자가 아닌 40대 남성회원은 스스로 경제적 기반이 잡힌 후 결혼하려다 보니 시기가 늦어진 경우가 많다”며 “IMF 외환위기 이후 취업에 곤란을 겪고 경제적 안정성 확보 기간이 늦어지면서 결혼 적령기로 느끼는 시기도 뒤로 늦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학력 여성은 일찍 결혼할 경우 사회활동에 불이익을 받겠다는 부담감을 많이 토로한다”며 “어머니나 선배의 모습을 통해 결혼한 여성의 위치가 낮아보이고 자아실현에 좌절을 겪는 것을 보면서 결혼에 더 신중해지고, 그러다 40을 넘긴 것”이라고 전했다.
카피라이터 김모씨(43)는 “엄마가 사귀는 사람 없느냐고 묻다가 어떤 때는 ‘못난 남자 만나서 애 키우고 고생하며 사느니 차라리 자기 분야에서 성공해 멋지게 혼자 사는 게 낫다’고 말한다”며 “기대수명 100세 시대에 40대 싱글을 보는 부모 세대의 인식도 전보다는 유연해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혼을 늦추다 40대에 초산을 하는 여성이 늘고 있지만 의술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외식이 늘고 즉석식품이나 음식배달, 온라인쇼핑몰처럼 혼자 살아도 불편함이 줄어든 사회시스템은 남성들도 결혼을 서두르지 않게 하는 요인이다.
40대 싱글의 증가에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겪은 외환위기 영향도 크다. 결혼을 유보하거나 좌절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1997년 8.4명에서 1998년 8.0명으로 줄고 2000년엔 7.0명으로 떨어졌다. 그 후엔 줄곧 6명대다. 공인자격(스펙) 경쟁과 고용 불안이 상시화되면서 개인주의 성향이 더 강해지는 추세다.
김혜경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평생고용, 평생직장 개념이 없어졌고 가족도 국가도 더 이상 개인을 보호해주지 못하면서 개인이 고립됐다”며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능하면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는 시점까지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하지 않음으로써 자기가 부양해야 할 사람의 수를 늘리지 않는 소극적인 방어전략을 펴는 이들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장경섭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많아지면서 주택과 출산, 양육, 교육 등 복지시스템이 취약한 환경에서 20~30대 젊은이들이 조심스럽게 사태를 관망하다가 40대에 이른 것”이라며 “40대 미혼 남성의 상당수는 결혼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ㆍ불편함 없는 사회시스템도 한몫
2차 베이비붐 시기(1965~1974년)인 1970년 100만6645명이 태어났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상현씨(42)도 그해 9월에 태어났다.
‘70년 개띠생’이 살아온 세상을 묻는 질문에 그가 떠올리기 시작한 것은 1976년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 오전·오후에 했던 2부제 수업이었다. 1981년 컬러TV가 보급되고 나이키 운동화 열풍이 불었다. 이듬해 1월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됐고 봄부터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했다. 1983년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교복자율화가 시행돼 학창시절 내내 한번도 교복을 입지 않았다. 중학교 2학년 때 미국 빌보드차트를 라디오로 중계해주는 <아메리칸 톱 40>을 들으며 마이클 잭슨, 신디 로퍼, 티나 터너의 노래에 열광했다. 고교 시절엔 서울아시안게임(1986년), 6월 민주화항쟁(1987년), 서울올림픽(1988년)을 경험했다. 대학에 입학한 1989년에 해외여행 완전자유화가 시행됐다. 방학 때면 해외 배낭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1989년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처형부터 베를린장벽 붕괴와 소련 연방정부 해체가 1991년까지 이어졌다. 대학에서 이념논쟁이 빠르게 수그러들기 시작한 시점이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을 본 기억이 컸다. 군대 갔다오고 대학을 졸업할 무렵인 1997년 27세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친구들이 많았다. 그 후 취업난과 고용불안은 상시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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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미혼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00년 2.8%였던 40대의 미혼율은 10년 만에 7.9%까지 높아졌다. 40대 전반(40~44세) 남성은 7명 중 1명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 ‘솔로’들이 30대를 넘어 40대의 현상으로도 빠르게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40대의 미혼은 왜 가파른 증가세일까.
김씨는 “우리 세대는 앞세대보다 훨씬 더 자유로움과 개성을 추구하는 성장 과정을 겪었다”며 “결혼은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육비도 많이 들어 아이는 한 명 정도만 가질 것이기 때문에 결혼을 늦게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김씨와 같은 가치관 변화는 통계청 조사에서도 보인다. 2010년 ‘결혼에 대한 견해’를 물었을 때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40대는 16.4%(남성 20.1%, 여성 12.5%)였다. 1998년 34.2%(남성 36.3%, 여성 31.8%)에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40대는 1998년 21.1%(남성 17.6%, 여성 24.1%)에서 2010년 34.9%(남성 29.4%, 여성 40.7%)로 높아졌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황희주 커플매니저는 “독신주의자가 아닌 40대 남성회원은 스스로 경제적 기반이 잡힌 후 결혼하려다 보니 시기가 늦어진 경우가 많다”며 “IMF 외환위기 이후 취업에 곤란을 겪고 경제적 안정성 확보 기간이 늦어지면서 결혼 적령기로 느끼는 시기도 뒤로 늦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학력 여성은 일찍 결혼할 경우 사회활동에 불이익을 받겠다는 부담감을 많이 토로한다”며 “어머니나 선배의 모습을 통해 결혼한 여성의 위치가 낮아보이고 자아실현에 좌절을 겪는 것을 보면서 결혼에 더 신중해지고, 그러다 40을 넘긴 것”이라고 전했다.
카피라이터 김모씨(43)는 “엄마가 사귀는 사람 없느냐고 묻다가 어떤 때는 ‘못난 남자 만나서 애 키우고 고생하며 사느니 차라리 자기 분야에서 성공해 멋지게 혼자 사는 게 낫다’고 말한다”며 “기대수명 100세 시대에 40대 싱글을 보는 부모 세대의 인식도 전보다는 유연해진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혼을 늦추다 40대에 초산을 하는 여성이 늘고 있지만 의술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외식이 늘고 즉석식품이나 음식배달, 온라인쇼핑몰처럼 혼자 살아도 불편함이 줄어든 사회시스템은 남성들도 결혼을 서두르지 않게 하는 요인이다.
40대 싱글의 증가에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겪은 외환위기 영향도 크다. 결혼을 유보하거나 좌절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1997년 8.4명에서 1998년 8.0명으로 줄고 2000년엔 7.0명으로 떨어졌다. 그 후엔 줄곧 6명대다. 공인자격(스펙) 경쟁과 고용 불안이 상시화되면서 개인주의 성향이 더 강해지는 추세다.
김혜경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평생고용, 평생직장 개념이 없어졌고 가족도 국가도 더 이상 개인을 보호해주지 못하면서 개인이 고립됐다”며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능하면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는 시점까지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하지 않음으로써 자기가 부양해야 할 사람의 수를 늘리지 않는 소극적인 방어전략을 펴는 이들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장경섭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많아지면서 주택과 출산, 양육, 교육 등 복지시스템이 취약한 환경에서 20~30대 젊은이들이 조심스럽게 사태를 관망하다가 40대에 이른 것”이라며 “40대 미혼 남성의 상당수는 결혼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입력 : 2012-06-29 21:43:04ㅣ수정 : 2012-06-29 23:12:52
[난, 40대 싱글]“경제적 안정 좇다 보니… 결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ㆍ40대 싱글 4명의 고민
■ 박종현씨(42)
박종현씨(42)는 오전 7시면 어김없이 사무실에 앉아 있다. 증권회사 펀드매니저인 그는 이른 아침부터 국내외 뉴스와 주식 동향을 살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싱글’이다. 꺾어지는 35세 즈음부터 결혼 생각은 있었다. “직업이 불안정해 서울 강남이나 목동에 30평짜리 집을 마련한 후에 결혼하려 했다”는 그는 배우자도 맞벌이를 할 수 있는 여성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 꿈은 모두 유보했다. 연봉은 일반 회사원들보다 높지만,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 큰돈을 날리면서 희망은 일단 물거품이 됐다. 이따금 동년배부터 30대 초반까지 여자들도 소개받았지만, 결혼이야기까지 나온 사람은 없었다.
그는 “밖에서 식사를 모두 해결하고 옷은 세탁소에 맡기면서 어느덧 혼자 사는 데 익숙해져 있다”며 “가끔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지만 그럴 때면 인터넷 바둑이나 게임을 한다. 혼자 사는 삶에 큰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애를 많이 낳을 것도 아니고 언젠가 늦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게 미래의 물음표로 남아 있는 그의 결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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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150만원, 언제 잘릴지 모를 직장…
누굴 고생시키려고 결혼하겠나
대충대충 타협할 생각은 없다”
■ 최여진씨(43)
방송가에서 일하는 최여진씨(43)는 주중엔 일에 빠져 산다. 주말엔 선후배들과 영화 보고 쇼핑하고 책도 읽고 술도 마신다. 30대 중반까지는 ‘언젠가는 결혼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마흔이 훌쩍 넘었고, 지금은 술 한잔 하고 혼자 집에 가면서 ‘이러다가 안 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자주 든다.
결혼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그는 “어렸을 땐 ‘필’이 통하는 사람을, 어느 정도 나이 들어서는 여기에 경제적 안정까지 갖춘 사람을 찾다 보니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쩌다 주변에서 남자를 소개해주기도 하지만 ‘아저씨’ 스타일의 나이든 남자에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는 “타협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또 “결혼을 할지 안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남자가 아니라 아름다운 노후생활에 필수조건인 돈”이라며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나의 커리어 관리에 열정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 윤정훈씨(44)
부산대를 졸업한 후 대기업에 입사한 윤정훈씨(44)는 IMF 외환위기 때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저임금에 만족할 수 없어 1년 만에 그만두고 32세에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평생고용,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믿을 수 있는 건 자신의 두뇌와 자격증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애도, 결혼도 고시 패스 후로 미뤘다. 이를 악물고 노력했지만 그는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30대 후반이 됐을 때 다시 취직하려고 했지만 나이 많고 경력은 일천한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작은 개인기업의 임시직을 전전했다. 직원 12명인 회사의 영업직에 지원했다가 “고급인력이어서 뽑을 수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현재 그는 용역회사 경비 업무를 하고 있다. 월 150만원을 받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자리여서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는 “학창시절 우등생이어서 부모님의 기대가 컸는데, 지금은 인생의 낙오자가 된 느낌”이라며 “결혼해 아이라도 생기면 양육비·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내일조차 가늠할 수 없는 내가 누굴 고생시키려고 결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 최민희씨(43)
최민희씨(43)는 이화여대를 나와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을 거쳐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동시통역사로 일한다. 국내에 돌아와서는 지금껏 부모와 함께 산다. 결혼할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지만 맞는 상대를 만나지 못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그는 “나이가 들수록 선택할 수 있는 남자의 폭이 좁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는 일을 하거나 필라테스, 요가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마흔 넘어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끼는 건 삶과 사람에 대한 태도라고 한다. 그는 “30대까지만 해도 내가 무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마흔이 넘으니 삶을 더 진지하게 관조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삶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고, 어떤 게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으므로 내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며 “먼 미래에는 또 어떻게 돌아볼지 모르지만 결혼이 내 인생의 전부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 박종현씨(42)
박종현씨(42)는 오전 7시면 어김없이 사무실에 앉아 있다. 증권회사 펀드매니저인 그는 이른 아침부터 국내외 뉴스와 주식 동향을 살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는 ‘싱글’이다. 꺾어지는 35세 즈음부터 결혼 생각은 있었다. “직업이 불안정해 서울 강남이나 목동에 30평짜리 집을 마련한 후에 결혼하려 했다”는 그는 배우자도 맞벌이를 할 수 있는 여성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 꿈은 모두 유보했다. 연봉은 일반 회사원들보다 높지만,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 큰돈을 날리면서 희망은 일단 물거품이 됐다. 이따금 동년배부터 30대 초반까지 여자들도 소개받았지만, 결혼이야기까지 나온 사람은 없었다.
그는 “밖에서 식사를 모두 해결하고 옷은 세탁소에 맡기면서 어느덧 혼자 사는 데 익숙해져 있다”며 “가끔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지만 그럴 때면 인터넷 바둑이나 게임을 한다. 혼자 사는 삶에 큰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애를 많이 낳을 것도 아니고 언젠가 늦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게 미래의 물음표로 남아 있는 그의 결혼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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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150만원, 언제 잘릴지 모를 직장…
누굴 고생시키려고 결혼하겠나
대충대충 타협할 생각은 없다”
■ 최여진씨(43)
방송가에서 일하는 최여진씨(43)는 주중엔 일에 빠져 산다. 주말엔 선후배들과 영화 보고 쇼핑하고 책도 읽고 술도 마신다. 30대 중반까지는 ‘언젠가는 결혼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마흔이 훌쩍 넘었고, 지금은 술 한잔 하고 혼자 집에 가면서 ‘이러다가 안 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자주 든다.
결혼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그는 “어렸을 땐 ‘필’이 통하는 사람을, 어느 정도 나이 들어서는 여기에 경제적 안정까지 갖춘 사람을 찾다 보니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쩌다 주변에서 남자를 소개해주기도 하지만 ‘아저씨’ 스타일의 나이든 남자에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는 “타협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또 “결혼을 할지 안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남자가 아니라 아름다운 노후생활에 필수조건인 돈”이라며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나의 커리어 관리에 열정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 윤정훈씨(44)
부산대를 졸업한 후 대기업에 입사한 윤정훈씨(44)는 IMF 외환위기 때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저임금에 만족할 수 없어 1년 만에 그만두고 32세에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평생고용,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믿을 수 있는 건 자신의 두뇌와 자격증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연애도, 결혼도 고시 패스 후로 미뤘다. 이를 악물고 노력했지만 그는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30대 후반이 됐을 때 다시 취직하려고 했지만 나이 많고 경력은 일천한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작은 개인기업의 임시직을 전전했다. 직원 12명인 회사의 영업직에 지원했다가 “고급인력이어서 뽑을 수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현재 그는 용역회사 경비 업무를 하고 있다. 월 150만원을 받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자리여서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는 “학창시절 우등생이어서 부모님의 기대가 컸는데, 지금은 인생의 낙오자가 된 느낌”이라며 “결혼해 아이라도 생기면 양육비·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내일조차 가늠할 수 없는 내가 누굴 고생시키려고 결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 최민희씨(43)
최민희씨(43)는 이화여대를 나와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을 거쳐 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동시통역사로 일한다. 국내에 돌아와서는 지금껏 부모와 함께 산다. 결혼할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지만 맞는 상대를 만나지 못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그는 “나이가 들수록 선택할 수 있는 남자의 폭이 좁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는 일을 하거나 필라테스, 요가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마흔 넘어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끼는 건 삶과 사람에 대한 태도라고 한다. 그는 “30대까지만 해도 내가 무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마흔이 넘으니 삶을 더 진지하게 관조하게 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삶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고, 어떤 게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으므로 내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며 “먼 미래에는 또 어떻게 돌아볼지 모르지만 결혼이 내 인생의 전부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입력 : 2012-06-29 21:37:31ㅣ수정 : 2012-06-29 23:13:15
[난, 40대 싱글]주거·패션의 싱글 산업 급성장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주인공은 1972년생으로 마흔 살의 ‘꽃중년’인 네 남성이다. “내가 번 돈을 아내 혹은 아이와 나눠 쓰기 싫다”는 이유로 독신주의를 고수하는 건축가 도진(장동건), 의리파 미혼남성인 태산(김수로), 아내와 사별한 윤(김민종), 연상의 아내에게 기대 살면서 걸핏하면 바람을 피우는 유부남 정록(이종혁)이 그들이다. 2009년 일본 히트 드라마를 리메이크해 방송한 KBS <결혼 못하는 남자>도 마흔 살 독신 남녀의 생활을 그렸다. 40대 독신이 대중문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40대 미혼(비혼)자 증가는 사회 곳곳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통계청은 올해 1인가구(25.3%)가 2인가구(25.2%)를 웃돌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울시 1인가구 비율도 1990년 9.1%에서 2010년 24.4%(85만4606가구)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인허가를 받은 도시형생활주택 8만여가구 중 1인가구를 겨냥한 원룸형이 86%다. ‘햇반’ 등 즉석식품, 세탁대행·청소대행·생활심부름 등 싱글들을 위한 생활편의서비스 산업이 늘고 있다.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진혜영씨(42)는 “거실 전등이 나갔는데 도저히 혼자서는 전구를 갈아 끼울 자신이 없어 심부름 대행업체 직원을 불러 해결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서도 40대 미혼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20평대 아파트에서 홀로 살면서 외국계 무역회사에 다니는 윤승하씨(42)는 11년 전부터 키워온 요크셔테리어와 지난해 입양한 잡종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는 “퇴근하면 반가워서 달려드는 강아지들 때문에 외로움과 혼자 사는 여성이 느끼는 무서움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40대 싱글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뮤지컬계에서는 아예 ‘대형 뮤지컬이 성공하려면 중장년층을 잡아라’라는 속설도 있다. 독신을 고집하다가 지난해 결혼한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는 “혼자 사는 40대 싱글은 기혼자보다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많고 문화예술의 향유 욕구도 크다”며 “새로운 작품을 올릴 때마다 이들을 유입하는 마케팅 전략에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고 말했다.
패션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꾸미고 싶어 하는 40~50대를 타깃으로 한 남성패션전문지 ‘레옹’ 등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 비해 남성복 브랜드가 급격히 증가하고 영캐주얼이나 캐릭터캐주얼 브랜드에서 옷을 사 입는 40대 커리어우먼들이 늘어난 것도 이런 세태를 반영한다.
서점가엔 40대를 주제로 한 책이 쏟아지고 있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마흔살의 심리학> 등이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불확실한 시대에 풍요로운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 40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알려주거나 심리적인 위안을 주는 책들이 주류를 이룬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40대 미혼(비혼)자 증가는 사회 곳곳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통계청은 올해 1인가구(25.3%)가 2인가구(25.2%)를 웃돌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서울시 1인가구 비율도 1990년 9.1%에서 2010년 24.4%(85만4606가구)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인허가를 받은 도시형생활주택 8만여가구 중 1인가구를 겨냥한 원룸형이 86%다. ‘햇반’ 등 즉석식품, 세탁대행·청소대행·생활심부름 등 싱글들을 위한 생활편의서비스 산업이 늘고 있다.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는 진혜영씨(42)는 “거실 전등이 나갔는데 도저히 혼자서는 전구를 갈아 끼울 자신이 없어 심부름 대행업체 직원을 불러 해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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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꽃중년’ 싱글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 결혼하지 않은 40대 남녀가 늘어나면서 TV 드라마에서도 곧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 SBS 제공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서도 40대 미혼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20평대 아파트에서 홀로 살면서 외국계 무역회사에 다니는 윤승하씨(42)는 11년 전부터 키워온 요크셔테리어와 지난해 입양한 잡종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는 “퇴근하면 반가워서 달려드는 강아지들 때문에 외로움과 혼자 사는 여성이 느끼는 무서움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40대 싱글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뮤지컬계에서는 아예 ‘대형 뮤지컬이 성공하려면 중장년층을 잡아라’라는 속설도 있다. 독신을 고집하다가 지난해 결혼한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는 “혼자 사는 40대 싱글은 기혼자보다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많고 문화예술의 향유 욕구도 크다”며 “새로운 작품을 올릴 때마다 이들을 유입하는 마케팅 전략에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고 말했다.
패션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꾸미고 싶어 하는 40~50대를 타깃으로 한 남성패션전문지 ‘레옹’ 등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에 비해 남성복 브랜드가 급격히 증가하고 영캐주얼이나 캐릭터캐주얼 브랜드에서 옷을 사 입는 40대 커리어우먼들이 늘어난 것도 이런 세태를 반영한다.
서점가엔 40대를 주제로 한 책이 쏟아지고 있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마흔살의 심리학> 등이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불확실한 시대에 풍요로운 노년을 맞이하기 위해 40대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알려주거나 심리적인 위안을 주는 책들이 주류를 이룬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입력 : 2012-06-29 21:37:22ㅣ수정 : 2012-06-29 23:13:34
[난, 40대 싱글]노후·성욕·고독감에 대한 그들의 해결책은
40대 싱글의 말 속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고민은 ‘미래’였다. 고령화 시대에 언제까지 일을 할지, 혼자 사는 노후는 어떻게 할지가 문제였다. 대기업의 평균 정년이 57세다. 인생 2막도 생각해야 하는 40대에 혼자 헤쳐가야 할 노년기의 불안감은 가족이 있는 사람들과는 또 달랐다.
미혼의 언론사 기자인 김모씨(41)는 시간 날 때마다 재테크에 집중한다. “미래의 보험은 돈이고, 현재의 직장을 떠났을 때 나를 버텨줄 종잣돈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금을 샀다가 국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되팔아 재미를 봤다는 그는 지금은 그 돈으로 주식과 싱가포르의 목 좋은 주상복합빌딩에 투자했다. 불경기라 빨리 처분할 생각이지만 어쨌든 그의 미래를 가꿔갈 소중한 자산이다. 동시통역사인 최민희씨(43)는 “버는 돈의 절반을 매달 적금으로 붓는다”며 “결혼하지 않은 내 친구들 상당수가 노후 대비용으로 저축은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당장 먹고살기 급급해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지 못하는 40대 싱글도 적지 않다. 택시를 모는 김영준씨(44)는 “33살에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사업을 시도하다 두 번이나 실패했다”면서 “어영부영하다 결혼할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한달 한달 살기 바쁘다”는 그는 ‘50대의 나’를 묻자 “택시운전을 계속할 수도 있고, 그나마 늙었을 때를 생각해 조금씩 붓고 있는 적금으로 조그만 가게나 사업을 다시 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계획이나 뚜렷한 미래 설계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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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싱글들의 성욕 문제는 개인차가 컸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박모씨(42)는 “과중한 업무로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워낙 심하고 밤 늦게 집에 오다 보니 평소엔 성욕 자체가 감퇴하고 여성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생각이 날 때면 금요일 밤이나 주말에 ‘솔로’인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이나 술집에 가서 ‘하룻밤’을 즐기기도 했다”며 “몇 달 전부터 교제를 시작한 여성이 있어 지금은 금욕 중”이라고 했다. 그는 “그녀와 실제 결혼까지 가게 될지는 확실치 않지만 결혼에 겁먹지는 않으려고 한다. 일단 해보고 정말 아니면 이혼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혼에 대기업 차장으로 근무하는 윤모씨(44)는 “대개의 40대 싱글남은 두 부류로 나뉜다”고 봤다. 그는 “주변을 보면 외모나 직업, 경제력에서 경쟁력이 있는 경우엔 진지하건, 가볍건 여성들과 길고 짧은 연애를 하면서 해소하고, 그럴 능력이 안되는 남자들은 돈으로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은 관심이 아예 없거나 그만의 섹스파트너를 두는 경우로 구분된다. 방송사 리포터로 일하는 이모씨(43)는 “수년간 안 하고 살아서인지 섹스욕구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하는 최모씨(47)도 “일에 빠져 살기 때문에 나에게 성욕은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프리랜서로 패션계에 종사하는 윤모씨(45)는 “정서적·육체적 교감을 나눌 대상이 있어야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결혼상대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주말에 데이트하는 섹스파트너는 필수”라고 말했다.
‘혼자’라고 하는 것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편리함의 이면에 고독이 깔려 있다. 주말이면 혼자 일어나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도 혼자 먹어야 한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김선아씨(40)는 “토요일 오후에는 영화나 연극을 보든, 차를 마시든 꼭 약속을 만든다는 게 내 철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쩌다 주말에 약속이 없는 경우엔 하루종일 말할 기회가 없어, 전화통화를 하면서 친구가 용건을 마치고 금방 전화를 끊을까봐 중요하지도 않은 수다를 떨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을 떠난 시간이면 사람과의 네트워크(관계)가 늘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원룸에서 혼자 사는 친구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며 “40대 솔로 친구들이 주말에 등산을 하거나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혼자 아무것도 안 하는 침묵의 시간을 갖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미혼의 언론사 기자인 김모씨(41)는 시간 날 때마다 재테크에 집중한다. “미래의 보험은 돈이고, 현재의 직장을 떠났을 때 나를 버텨줄 종잣돈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금을 샀다가 국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되팔아 재미를 봤다는 그는 지금은 그 돈으로 주식과 싱가포르의 목 좋은 주상복합빌딩에 투자했다. 불경기라 빨리 처분할 생각이지만 어쨌든 그의 미래를 가꿔갈 소중한 자산이다. 동시통역사인 최민희씨(43)는 “버는 돈의 절반을 매달 적금으로 붓는다”며 “결혼하지 않은 내 친구들 상당수가 노후 대비용으로 저축은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당장 먹고살기 급급해 미래를 구체적으로 계획하지 못하는 40대 싱글도 적지 않다. 택시를 모는 김영준씨(44)는 “33살에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사업을 시도하다 두 번이나 실패했다”면서 “어영부영하다 결혼할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한달 한달 살기 바쁘다”는 그는 ‘50대의 나’를 묻자 “택시운전을 계속할 수도 있고, 그나마 늙었을 때를 생각해 조금씩 붓고 있는 적금으로 조그만 가게나 사업을 다시 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계획이나 뚜렷한 미래 설계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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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싱글들의 성욕 문제는 개인차가 컸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박모씨(42)는 “과중한 업무로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워낙 심하고 밤 늦게 집에 오다 보니 평소엔 성욕 자체가 감퇴하고 여성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생각이 날 때면 금요일 밤이나 주말에 ‘솔로’인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이나 술집에 가서 ‘하룻밤’을 즐기기도 했다”며 “몇 달 전부터 교제를 시작한 여성이 있어 지금은 금욕 중”이라고 했다. 그는 “그녀와 실제 결혼까지 가게 될지는 확실치 않지만 결혼에 겁먹지는 않으려고 한다. 일단 해보고 정말 아니면 이혼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혼에 대기업 차장으로 근무하는 윤모씨(44)는 “대개의 40대 싱글남은 두 부류로 나뉜다”고 봤다. 그는 “주변을 보면 외모나 직업, 경제력에서 경쟁력이 있는 경우엔 진지하건, 가볍건 여성들과 길고 짧은 연애를 하면서 해소하고, 그럴 능력이 안되는 남자들은 돈으로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은 관심이 아예 없거나 그만의 섹스파트너를 두는 경우로 구분된다. 방송사 리포터로 일하는 이모씨(43)는 “수년간 안 하고 살아서인지 섹스욕구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하는 최모씨(47)도 “일에 빠져 살기 때문에 나에게 성욕은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프리랜서로 패션계에 종사하는 윤모씨(45)는 “정서적·육체적 교감을 나눌 대상이 있어야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결혼상대는 아니더라도 가끔씩 주말에 데이트하는 섹스파트너는 필수”라고 말했다.
‘혼자’라고 하는 것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편리함의 이면에 고독이 깔려 있다. 주말이면 혼자 일어나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도 혼자 먹어야 한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김선아씨(40)는 “토요일 오후에는 영화나 연극을 보든, 차를 마시든 꼭 약속을 만든다는 게 내 철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쩌다 주말에 약속이 없는 경우엔 하루종일 말할 기회가 없어, 전화통화를 하면서 친구가 용건을 마치고 금방 전화를 끊을까봐 중요하지도 않은 수다를 떨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을 떠난 시간이면 사람과의 네트워크(관계)가 늘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원룸에서 혼자 사는 친구는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며 “40대 솔로 친구들이 주말에 등산을 하거나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혼자 아무것도 안 하는 침묵의 시간을 갖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입력 : 2012-06-29 21:37:16ㅣ수정 : 2012-06-29 21: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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