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2012 한국의 가족 ① ◆

ngo2002 2012. 6. 18. 09:11

 2012 한국의 가족 ① ◆

오는 23일 오후 6시 36분.

통계청 추정에 따르면 분당 0.43명꼴로 증가해온 우리나라 인구(외국인 포함 거주자 기준)는 이날로 5000만명을 돌파하게 된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인 이른바 `20-50클럽`에 세계 일곱 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인구의 증가 속도를 압도하는 지표가 하나 있다. 가구 수다.

1985년 대한민국 인구는 4045만명, 가구 수는 957만개였다.

통계청의 가장 최근 인구ㆍ주택 총조사(2010년)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15년 새 인구는 20% 증가한 4858만명이 된 반면 가구 수는 1734만개로 81%나 급증했다. 인구 증가보다 무려 4배 빠른 속도로 가구 수가 늘어난 셈이다.

가구의 `초고속 분화`란 안타깝게도 가족 해체의 다른 이름이다.

이미 전체 가구의 넷 중 하나는 혼자 사는 1인 가구다. `나 홀로 가구`의 증가는 빈곤과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 통계청이 조사해보니 모든 가구 가운데 1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146만원)만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혼자 사는 노인 가구의 급증이 주요 원인이다. 근로 능력이 없는 독거노인은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1~2인 가구도 주 소득자가 직장을 잃을 경우 곧바로 생계 곤란을 겪게 되는 위험 계층이다.

`자식 양육`과 `부모 부양`이라는 양 날개가 조화를 이루던 가족의 뼈대도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매일경제신문이 조사전문 기업 엠브레인과 공동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 중 38%는 `부모를 양로원에 모셔도 상관없다`고 답했다. 2001년 동일한 조사에서는 27%에 그쳤다.

또 지난해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가족의 범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3%만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를 `가족`이라고 인식해 충격을 줬다. 2005년 조사 때는 64%가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를 가족이라고 답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가운데 58%는 오히려 애완동물을 가족이라고 봤다.

가족 해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도 숙제다. 결국 사회 전체가 부담할 몫이기 때문이다.

매일경제가 보건복지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등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가족 붕괴로 직접 파생되는 사회적 비용만 이미 연간 13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관련 보고서(Doing Better for Families)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자녀 양육ㆍ출산휴가ㆍ보육 등을 포함해 `가족 유지`를 위한 현금, 서비스, 세제 혜택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조사 대상 33개국 중 한국이 꼴찌였다. OECD 평균이 2.23%인 데 비해 한국은 0.5% 수준에 불과했다.

매일경제는 가족 해체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가족 재건을 위한 사회적 대안을 모색하는 기사를 연속 게재한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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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한해 8천명 버려져…노인 5명중1명 혼자
대한민국 가족 달라진 현주소
전국 무덤 15% 연고자 없어 처리비용만 2조 달해…요람서 무덤까지 가족 해체 중
기사입력 2012.06.17 18:37:05 | 최종수정 2012.06.17 21:04:08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2012 한국의 가족 ① ◆

인구 5000만 시대 한국의 가족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인구가 오는 23일 사상 처음 5000만명을 넘어선다. 17일 오후 서울 명동에 몰려든 많은 젊은이들이 세계에서 7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을 달성한 한국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왼쪽) 하지만 같은 시간 서울 종묘공원에서는 마땅히 갈 곳 없는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우두커니 앉아 있다.(오른쪽) 인구 증가보다 4배나 빠른 속도로 가구가 분화하면서 가족 개념마저 해체되고 있는 것이 한국 가족의 또 다른 현주소다. <김호영 기자>
#1.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서 박상길 씨(가명ㆍ43)가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이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뒤 정신병원에 입원한 지 14년 만이었다. 2004년 경찰이 신원조회를 통해 가족을 찾았지만 그들은 냉정하게 외면했다. 당시 담당 경찰은 "가족은 처음에 (박씨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며 "신원조회 결과를 들이대자 나중에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망 후에도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관할 구청은 박씨를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 해 무연고자 장례비용으로만 1억8000만원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2. 재작년 보건복지부는 전국 5개 시ㆍ군을 시범 선정해 최초로 무연고 분묘 실태조사에 나섰다. 해당 지역 분묘 4만7000여 기를 대상으로 가족관계, 주소, 전화번호 등을 토대로 연고자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전체 15.6%에 달하는 7346기는 끝내 가족을 찾지 못했다. 특히 5개 지역 중 전북 장수군 장수읍에선 무려 35.5%가 무연고 분묘로 집계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무연고 분묘를 처리하려면 1기당 평균 50만원이 소요된다"며 "시범지역 분묘 처리에만 37억원이 필요한 셈"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스스로 화장장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02년 42%에 불과하던 화장 비율은 2010년 67.5%까지 치솟았다. 미리 수목장을 신청했다는 최 모씨(65)는 "고향에 선산이 있지만 거기에 묘를 썼다간 나중에 죽고 나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서울 인근에 묻혀야 손자들이라도 혹시 찾아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선산에 묘를 쓰는 문제를 두고 문중 안에서 분쟁까지 벌이던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

세상이 바뀌면서 기존 가치들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가족`이라는 개념도 위기를 맞고 있다.

대가족은 이미 해체돼 잔재만 남아 있고 혈육을 앞세운 가정도 결속력이 현저하게 약화됐다. 어느새 세상은 독거노인, 노숙자, 입양아, 독신자와 같은 말들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갓 태어난 어린아이들이 버려지는 것도 모자라 가족 없이 죽음을 맞고, 묘지에 묻혀도 찾아오는 이들조차 없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가족이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 악화로 신(新)빈곤층이 늘어나며 버려지는 아이들이 한 해 8000명을 넘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요보호아동`은 8436명에 달했다.

요보호아동은 부모가 없거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보호자의 보호를 기대할 수 없는 아동을 말한다.

이 가운데 953명은 부모에게 돌아갔지만 7483명은 결국 갈 곳을 잃은 채 양육ㆍ보호시설에 맡겨졌다.

복지부가 원인을 조사해보니 미혼모 등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버려진 사례가 2515명으로 가장 많았다. 부모의 이혼(1695명)과 아동학대(1125명) 등이 뒤를 이었다. 가족 해체의 여파는 노소(老少)를 가리지 않고 미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돌보는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은 65세 이상 노인(565만명)의 19.9%인 112만4000명에 달한다. 지난 2000년 54만4000명(16%)에 비해 두 배 넘게 늘었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복지부는 오는 2030년이면 전체 노인 5명 중 1명(22.2%)에 달하는 282만명이 독거노인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가족 관계의 핵분열이 계속되다보니 가족 없이 쓸쓸하게 죽음을 맞는 `고독사`도 늘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에 따르면 매년 연고 없이 사망하는 행려자만 400여 명에 달한다.

경찰관 등에 의해 발견돼 지방자치단체 등에 인도된 사체만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무연고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매년 서울시와 경기도가 책정하는 장제 관련 예산만도 4억원에 달한다.

버려지는 무연고 분묘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시립묘지를 대상으로 광복 이후 처음으로 무연고 분묘 일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망우리 묘역을 조사한 결과 9000기 중 688기가 무연고 분묘로 판정받아 개장 후 화장 처리됐다. 9월에는 용미리 묘역의 무연고 묘역 1000여 기를 개장할 계획이다. 벽제리와 내곡리 묘역도 1125기의 무연고 분묘가 가족을 애타게 찾고 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용인시가 지난해 일제조사를 벌인 결과 5244기의 분묘 중 1800여 기만 연고자를 확인했다. 3400여 기는 사실상 버려진 셈이다.

실제 무연고 분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언제 갑자기 연고자가 나타날지 모르는 만큼 무연고 분묘 판정은 매우 보수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립 승화원의 선우승태 팀장은 "신문공고를 내고 전화와 편지 등으로 가족을 찾는 과정을 반복한다"며 "심지어 꽃 한송이라도 놓여 있는지도 매일 확인한다"고 말했다.

가족 해체로 인해 무연고 분묘 처리에 드는 비용도 적지 않다. 복지부는 전국 묘지 1430만여 기의 15% 이상이 무연고 분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모두 개장 처리한다고 가정하면 무려 2조원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기획취재팀 = 전병득 차장 / 채수환 차장 / 신헌철 기자 / 이재철 기자 / 이상덕 기자 / 전정홍 기자 / 김정환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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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한국의 가족 ① ◆

가족 해체가 본격화되면서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보육시설 이용, 노인 돌봄, 이혼 가정의 자녀 관리 등 과거에는 불필요했거나 지금보다 훨씬 적었던 비용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다. 매일경제가 보건복지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족 해체에 따른 비용은 모두 13조444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우선 이혼으로 인한 위자료, 자녀 양육비, 별거 중인 자녀를 만나는 데 드는 비용 등을 모두 합하면 연간 2조99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1만4300건, 부부 1000쌍당 9.4쌍에 달하는 높은 이혼율 때문이다.

또 가정 폭력으로 인한 가족 해체 비용도 상당하다.

직접비용으로 피해자 치료 비용(6117억원)을 비롯해 소송, 상담 등 사회적 서비스에 드는 돈이 6834억원으로 조사됐다. 가정 폭력으로 배우자가 사망ㆍ입원하거나 남편이 실형을 선고받아 가족의 생계 능력이 상실될 때 사회적으로 지원하는 간접비용은 1조3987억원에 달했다.

외부 요인이긴 하지만 살인이나 성폭행 등 흉악 범죄로 가족이 고통을 겪고 해체되는 데 따른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연구원은 각종 법률비용을 포함해 7139억원이 지출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는 피해자들의 신체적ㆍ정신적 피해를 치료하기 위해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과 피해 재산 가치 등이 포함됐다.

가족 해체의 사회적 비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핵가족화에 따라 노부모를 모시는 가족이 줄면서 부양 부담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떠안게 됐다.

한국인구학회가 통계청의 인구ㆍ주택 총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2010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 중 부부끼리 살거나 혼자 사는 비율은 61.8%로 2000년 50.9%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이와 비례해 노인 관련 사회서비스 예산은 급증했다. 복지부가 올해 노인 돌봄, 장기요양보험 등 노년층 서비스에 배정한 예산은 3조7920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치매 등 거동이 불편한 노인 32만명의 목욕ㆍ간호 등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노인 장기요양보험에 3조4911억원이 배정됐다. 또 노인 일자리 사업(1672억원)을 비롯해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370억원), 응급안전 돌보미(21억원), 노인 돌봄 종합서비스(622억원),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316억원), 치매 관리(8억원) 등에 3009억원이 배정됐다.

보육 관련 예산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국회가 올해 0~2세에 대한 무상보육을 도입함에 따라 3조8623억원이 예산에 반영됐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적 비용은 더욱 크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노년 부양비다. 노년 부양비란 생산가능 인구(15~64세) 100명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노인 인구 숫자를 말한다. 노년 부양비는 조사가 처음 실시된 1970년 5.7에서 지난해 말 15.5까지 치솟았다. 더욱이 2050년이 되면 젊은이 100명이 노인 72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 세계 평균 전망치인 25.7의 3배에 가깝다.

[기획취재팀 = 전병득 차장 / 채수환 차장 / 신헌철 기자 / 이재철 기자 / 이상덕 기자 / 전정홍 기자 / 김정환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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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해체 "할머니보다 애완동물이 가족"
돈없어 결혼 못하고 맞벌이는 출산 늦추고 2035년 1인가구 34%
기사입력 2012.06.17 18:37:41 | 최종수정 2012.06.18 08:03:27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2012 한국의 가족 ① ◆

3녀1남을 둔 박석일 씨(72)는 2009년 말 배우자와 사별한 뒤 막내아들마저 분가시켰다. 2009년까지만 해도 박씨 가족은 박씨 부부와 장남 내외, 손자 2명과 함께 사는 대가족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별 후 새 배우자를 만났고, 아들 내외 부담을 덜어주고자 거처를 옮겼다. 박씨는 "아들과 함께 사는 것도 고민했지만 며느리가 새 시어머니를 모시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인간의 삶은 곧 가족사로 구성된다. 태어나면서 처음 맞는 독신 전기(前期), 혼인으로 맞이하는 부부 전기, 자녀가 태어나면서 겪는 친자 동거기, 자녀가 분가를 하면서 맞는 부부 후기(後期), 그리고 배우자가 사망하면서 홀로되는 독신 후기. 이른바 `가족생활주기(family life cycle)`이론이다.

하지만 결혼과 가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면서 전통적인 이론은 여지없이 붕괴되고 있다. 혈연으로 뭉친 운명공동체와 무관히 살아가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엔 정부에서 해마다 `37세 아버지, 33세 어머니, 8세 딸, 5세 아들`식으로 한국의 표준가족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은 중단했다. 1980년 4.69명에 달하던 가구원 수는 2010년 현재 2.33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를 분석해 보니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25.1%는 비혈연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살거나 친구 등과 가구를 이룬, 이른바 비혈연가구가 4분의 1을 차지한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2010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1733만9000가구) 중 혈연가구는 1299만5000가구로 74.9%다. 1980년 93.7%에 달하던 혈연가구 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83.3%로 줄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75% 밑으로 하락했다.

가족의 해체는 광범위했다. 한때 가족 해체를 상징하는 단어였던 `핵가족`마저 감소하는 추세다. 부부, 부부와 미혼자녀, 편부모와 미혼자녀 등을 가리키는 핵가족의 비중은 1980년부터 2000년까지 68%를 줄곧 유지했지만 2010년 61.6%로 감소했다.

대가족은 아예 사라져간다. 부부와 양친ㆍ편친 또는 부부와 양친ㆍ편친, 자녀 등으로 구성된 좁은 뜻의 대가족(직계가족) 비중은 1980년 5.2%에서 2010년 2.3%로 급감했다.

그 자리를 빠르게 메운 것은 1인 가구였다. 한 건설업체에서 근무하는 서영정 씨(35)는 대표적인 1인 가구다. 충남 출신인 그는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친형과 함께 살았다. 하지만 친형이 결혼을 하면서 분가한 뒤 혼자다. 서씨는 "형이 결혼하고 난 뒤 몇 달은 형수와 함께 살았는데 내가 더 불편했다"면서 "주변에서 결혼상대를 소개해 주고 있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지 못해 당분간 혼자 지낼 것 같다"고 말했다.

1980년대 4.8%에 불과했던 1인 가구 비중은 2010년 23.9%를 차지했다. 독신 남녀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부모를 모시지 않는 자녀들이 늘면서 독거노인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인 가구는 2010년 처음으로 4인 가구를 앞질렀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에 4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1.7%를 차지해 절정에 달했다. 그 이후 감소하면서 2010년 22.5%까지 추락했다. 통계청은 2035년에 4인 가구가 9.8%까지 급감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반해 1인 가구는 34.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가구 변화는 가족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꾸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반면 애완동물을 가족이라고 인식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맞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 범위를 묻는 질문에 23.4%만이 친조부모를 가족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2005년 63.8%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가족 범위를 좁게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며 "가족이라는 개념이 추상적이면서도 일상생활을 반영하는 만큼 연락을 주고받는 친지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0 세대 간 가족의식 비교조사`에서는 청소년 57.7%가 오랫동안 길러 온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볼 수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인 가족상이 급속도로 붕괴된 까닭은 산업화 진입과 빈번한 경제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유경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 위기는 초혼 연령을 높이고 가족 형성 시기를 늦추는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가정은 맞벌이를 해야 하므로 자녀 출산을 늦추고 있다"면서 "특히 가족체계에 불균형을 초래해 가족해체의 위기나 갈등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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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있어도 이혼할 수 있다" 50%
매경·엠브레인 2000명 설문조사
"능력된다면 자녀 많이 낳겠다" 11년전 50%에서 64%로 늘어
기사입력 2012.06.17 18:37:27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 2012 한국의 가족 ① ◆

지난 11년간 가족에 대한 국민 인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매일경제신문과 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은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지난 2001년 엠브레인이 실시했던 것과 동일한 내용으로 구성해 인식 변화를 가늠해봤다.

조사 결과 전통적인 가족관이 빠르게 붕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에 대한 봉양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다수 응답자들은 노부모를 불편하게 생각했다. `시설만 좋다면 양로원에 모셔도 좋으냐`는 질문에 국민 100명 중 38명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2001년 27명이 `그렇다`고 답한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장남이 부모를 모신다는 생각도 무너졌다. `장남이 모셔야 하느냐`는 질문에 27.6%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11년 전 38.6%가 찬성한 것에 비해 더 줄어든 셈이다.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에 대해서는 41.4%가 찬성했는데, 이는 2001년 45.5%에 비해 역시 하락한 것이다.

출산이나 자녀관도 크게 달라졌다. 전통적 가족관으로 보면 자녀는 부부관계를 유지해주는 `끈`이었지만 갈수록 이 같은 가치관은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가 있어도 서로 좋아하지 않으면 이혼할 수 있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49.4%를 차지했다. 이는 2001년 45.3%에 비해 늘어난 것이다.

또 결혼 후 자녀가 없어도 행복한 삶을 누릴수 있다는 답변은 46%에 달했다. 이 역시 11년 전 35.4%에 비해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자녀의 수는 금전적인 요인이 좌우했다. 능력만 된다면 자녀를 많이 갖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무려 64.6%에 달했다. 2001년 절반인 50.2%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도 붕괴됐다. 결혼하지 않고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답변은 57.6%로 2001년 45.7%에 비해 높아졌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결혼 전 성관계를 갖는 것이 무방하다는 응답도 59.9%로 11년 전 47.3%에 비해 높아졌다. 혼수는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한다는 답변이 25.4%로 2001년 19.3%보다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경제 현실을 반영하듯 직업관도 달라졌다. 주부도 직업을 갖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78.6%로 4분의 3 이상을 차지했다.

최인수 엠브레인 대표는 "예전보다 이혼에 대해 관대해졌다"며 "부모를 양로원에 모셔도 좋다는 생각이 늘어 효에 대한 인식도 다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혼은 꼭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일 수 있다는 인식이 늘어난 것도 눈길을 끈다"며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을 반영하듯 주부도 직업을 갖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과 전국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만 13~59세 남녀를 대상으로 했으며 목적적 할당표본추출법을 활용했다. 2001년에는 6000명을, 올해는 2000명을 각각 조사했다.

[기획취재팀 = 전병득 차장 / 채수환 차장 / 신헌철 기자 / 이재철 기자 / 이상덕 기자 / 전정홍 기자 / 김정환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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