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권 기자 입력 2021.08.13 09:00댓글 쓰기
전 세계 인구 26.6% 백신 접종…저소득 국가 접종률 현저히 낮아
[아이뉴스24 김승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새국면을 맞으며 글로벌 백신 양극화도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이스라엘과 영국, 미국 등은 추가 접종(부스터샷)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저소득국의 백신 확보 사정은 더 어렵게 됐다. 국가 간 백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백신 공동구매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코백스)가 가동 중이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13일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전 세계적으로 37억 3천만회분의 백신이 접종됐다. 전 세계 인구의 26.6%가 한 번 이상 백신 접종을 마쳤다. 두 번 접종을 마친 인구는 13.2%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서양과 저소득 국가의 백신 접종 상황은 크게 차이가 난다. 캐나다와 영국, 독일, 미국 등 서구 부국의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국민 비율은 50~70%이지만 저소득 국가의 백신 1회 이상 접종률은 1.1%에 불과하다.
30세 미만의 보건 의료인이 경희대병원에서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모습 [사진=경희대병원]
◆ 백신 접종률 경제 수준에 따라 '양극화 심해'…"인도네시아와 영국 사망률 격차 18배"
실제 1차 접종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 79%에 달한다. 서구 선진국 중에서는 캐나다가 71%로 가장 높고 영국이 69%로 바짝 뒤쫓고 있다. 이스라엘(64%), 독일(60%), 미국(56%), 프랑스(56%) 등 순이다. 반면 아프리카의 탄자니아는 아직까지 접종을 시작조차 못 했다. 1차 접종률이 1% 이하인 나라도 10개국이나 된다.
저조한 백신 접종률 탓에 동남아의 코로나19 확산세와 사망률은 선진국과 크게 다르다. 사망률이 선진국보다 크게 10배 이상 높다. 실제 최근 태국에서는 한 달 전에 비해 코로나19 확진자, 사망자 모두 3배나 늘었다. 미얀마에서는 "2주 안에 인구 절반이 감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4만명 넘게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매일 약 1천500여명, 확진자의 3.6%가 사망하고 있다. 영국에서 하루 2만 8천여 명 중 평균 59명이 사망하는 것과 비교하면 사망률이 최대 18배나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의료 환경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백신이 사망률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 등을 볼 때 백신 접종의 차이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 한국 2차 접종률 13% 남짓…"여전히 백신 수급은 '불안'"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달 영국 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 한국은 1차 접종률이 32%, 2차 접종 완료 비율은 13%다. 정부 기준으로는 1차 백신 접종자가 2천만명을 넘어섰다. 1차 접종 인원만 따지면 전 국민의 40% 정도가 백신을 접종한 상황이다. 하지만 백신 수급 불안과 변이 확산 등으로 인해 불안감은 여전하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 등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9월 국민 70%(3천600만 명) 1차 접종, 11월 2차 접종 완료'까지 문제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공급 계획을 놓고보면 8월에는 약 2천700만 회분의 백신이 도입되며 9월에는 약 4천200만 회분이 공급될 예정이다. 7월부터 8월까지 공급되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이다. 정부는 4분기 약 9천만 정도의 백신을 도입해 2회 접종까지 충분한 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4천만 회분 도입 예정이라던 모더나 백신 공급은 한 차례 지연됐고, 역시나 4천만 회분을 계약한 노바백스 백신은 미국에서도 아직 쓰이지 않고 있다. 거기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부작용 문제 때문에 접종연령이 '50세 이상'으로 제한됐고, 얀센 백신은 AZ 백신처럼 연령 제한이 있는 데다 예방 효과가 66%로 가장 낮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결론적으로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mRNA 벡터인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하지만 이들이 9월부터 약속된 물량을 제때 제공할지는 아직 확정할 수 없다. 실제 모더나의 올해 생산 능력은 8억 회분 정도인데, 계약분은 그 2배인 15억4천500만 회분에 이르기 때문이다. 화이자도 올해 생산 가능 물량은 30억 회분인데 계약한 물량은 그보다 1억987만 회분이 더 많다.
화이자 백신 모습 [사진=뉴시스]
◆ 부스터샷에 대해 '선진국' vs 'WHO' 이견 뚜렷…"아직 백신 효과 기간은 '오리무중'"
이런 상황이지만 선진국들은 백신 확보에 아직도 여념이 없다. 캐나다는 국민 1명당 10회분의 백신을 확보해 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추가 접종인 '부스터샷'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와 면역 취약자,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백신을 맞은 초기 접종자 등에 대한 부스터샷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빠르게 3차 접종을 진행하기 위해 관계 당국은 부스터샷 계획의 신속한 발표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프랑스·독일·영국도 내달 면역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에 부스터샷을 실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러시아는 백신 접종 완료 6개월 이상 지난 이들을 대상으로 부스터샷 접종을 이미 시작했다.
부스터샷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WHO의 전문가들을 비롯해 일부 과학자들과 보건 담당자들은 추가 접종이 필요한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백신 효과가 몇 개월이나 가는지 아직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40억 회 분 이상의 백신이 투여됐고, 이 중 80% 이상이 세계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중상위 소득 국가에 돌아갔다"며 "부스터샷 접종을 최소 9월 말까지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앞서 "선진국의 부스터샷 검토는 의미 없는 탐욕"이라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선진국들이 추가 접종을 위해 계속 백신을 사 모은다면, 동남아 국가들의 확산세를 잡을 시간은 그만큼 더 미뤄지고 그것이 자국의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선진국이 자국인만을 생각하는 것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라며 "선진국들이 국가에서 바이러스의 범람을 계속 방치한다면, 또 어떤 변이 바이러스가 만들어져 다시 선진국으로 향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승권 기자(peac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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