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지현 입력 2020.07.09. 00:03 수정 2020.07.09. 07:01 댓글 881개
팔자니 양도세 6억, 증여 돌아서
강남구 증여 건수 올 들어 2배로
"양도세 줄여 매물 나오게 해야"
정부 규제가 부동산 증여를 부추기고 있다. 팔아서 현금을 쥐기보다 증여를 통해서라도 주택을 보유하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해서다. 다주택자인 일부 국회의원의 주택 증여 사례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5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6918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4639건)보다 49% 늘었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구는 같은 기간 832건의 증여가 이뤄졌다.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주택자 시나리오별 세금 시뮬레이션 해보니.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모(61)씨는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84㎡)와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83㎡)를 보유한 2주택자다. 두 채의 공시가격은 합쳐서 35억8600만원. 김씨가 내년에 납부해야 할 보유세는 5782만원이다. 올해(4650만원)보다 24% 오른다. 양경섭 온세그룹 세무사가 12·16 대책 때 나온 종부세 세율 강화 방안을 반영한 시뮬레이션(모의계산) 결과다. 앞으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김씨가 보유세를 줄이려면 주택 수를 줄여야 한다. 팔거나 증여하는 방법, 두 가지다. 과거 9억원에 샀던 개포주공6단지를 21억원에 매각했다고 가정하면 시세차익은 12억원이다. 하지만 양도소득세가 6억4600만원에 달해 김씨의 실질적인 수익은 5억5400만원으로 줄어든다.
서울 아파트‘증여’증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김씨가 아들에게 개포주공6단지를 물려주면 어떻게 될까. 아들이 6억4000만원 상당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팔 때의 양도세와 별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21억원 상당의 집을 팔지 않고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양창우 우리은행 WM자문센터 세무사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세율(62%)이 증여세 최고세율(50%)보다 높다”며 “시세차익이 클 경우 물려주는 것보다 양도세가 더 많이 나와 증여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로 집을 팔도록 유도했던 정부의 예상과 다른 움직임이다. 양경섭 세무사는 “상담해 보면 상당수 고액자산가는 파느니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택한다”며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과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가 잇따라 증여로 돌아선다면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매수 수요를 늘리고 있다”며 “양도세 감면 혜택 등으로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는 출구까지 고려한 전략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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