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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龜裂 [중앙일보]

ngo2002 2010. 7. 14. 13:58

[한자로 보는 세상] 龜裂 [중앙일보]

2010.02.10 01:47 입력 / 2010.02.10 09:08 수정

전국시대 초(楚)나라 왕이 어느 날 장자(莊子)에게 벼슬자리를 제안했다. 이에 장자는 “초나라에는 죽은 지 3000년이나 되는 신령한 거북을 상자에 담아 사당에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들었소. 그 거북은 죽어 뼈를 남기고 귀하게 되길 바랐겠소? 아니면 살아 진흙탕에서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바랐겠소(曳尾塗中, 예미도중)?”라며 거절했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이 ‘거북이 꼬리(龜曳尾)’ 고사는 벼슬함으로써 속박되기보다는 가난해도 자유로운 생활을 권한다.

“신령한 거북이 오래 산다 해도, 반드시 죽는 날이 있고(神龜雖壽,猶有竟時),

하늘 나는 용이 구름에 올라타도, 끝내 먼지로 돌아간다(騰蛇乘霧,終爲土灰).

늙은 천리마가 마구간에 있어도, 뜻은 천리 밖에 있구나(老驥伏櫪,志在千里),

선비는 늙어도, 웅장한 포부는 가시지 않네(烈士暮年,壯心不已).”

만년의 조조(曹操)가 지은 시 ‘귀수수(龜雖壽)’에도 거북이 등장한다. 비록 나이를 먹었어도 진취적 기상이 젊은이 못지않음을 뽐냈다. 장수의 대명사 거북은 예부터 기린·봉황·용과 함께 대표적인 영물이다. 옛 사람들은 앞날이 궁금하면 거북등을 불로 지져 갈라진 금으로 점을 쳤다(龜卜). 거북은 길흉을 점치고 거울은 미추(美醜)를 구별해 준다 하여 본받을 만한 모범을 귀감(龜鑑)이라 불렀다. 한자의 원형인 갑골문(甲骨文)도 거북등(龜甲)에서 나왔다.

‘통일이 오래되면 갈라지고, 분열이 오래되면 통합된다(合久必分, 分久必合)’고 했던가. 최근 국내외 도처에서 거북등처럼 갈라지는 균열(龜裂)이 빈번하다.

라틴아메리카 단층선 균열로 아이티 대지진이 발생했다. 세종시 문제와 임박한 지방선거로 정치권은 균열 조짐을 보인다. 얼마 전 내시경 검사를 받은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에서도 균열이 발견됐다.

무엇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구글 해킹, 대만 무기 판매, 달라이 라마 면담, 위안화 절상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중 협력 노선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차이메리카(中美國)’란 용어를 만든 니알 퍼거슨 교수의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양자택일의 기로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 예사롭지 않다. 거북점을 치면 답을 알려나.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