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 잡았나..光明 아파트의 '공포'
광명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이상 기류'
8·9월 전국에서 제일 많이 상승…추격매수 흐름까지 겹쳐
9·13 대책 발표 후 매매지수 변동률 10월 0.13%까지 떨어져
상투잡이 진원지될까 공포…매도·매수자 모두 관망 분위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경기도 광명 하안동 이편한세상센트레빌 전용면적 123.7㎡는 9월 중순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올라온 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역대 최고 금액이다. 올해 1월 6억77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2억7300만원 오른 금액이다.
광명 소하동 광명신촌휴먼시아1단지 115.97㎡는 지난 8월 말 7억원에 거래됐다. 광명신촌휴먼시아1단지에서 올해 가장 비싸게 팔린 사례였다. 하지만 정부의 9ㆍ13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이후인 9월 말에는 5억7700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한 달 새 1억2300만원이나 내렸다는 얘기다.
아파트를 사고파는 행위는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다. 적정 가격에 아파트를 사면 자산 증식의 토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상투잡이'의 주인공이 되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도 있다. 누구나 아파트를 살 때는 몇 년 후 최소한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하지만 결과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아파트를 살 때부터 '꼭짓점의 공포'에 시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적정 가격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 아파트를 산다면 한동안 원금 상환과 이자 걱정에 밤잠을 이룰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주목할 부분은 올해 부동산시장의 흐름이다.
서울, 분당, 과천, 광명 등은 올해 기록적인 아파트값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8~9월로 범위를 좁혀 보면 전국에서 가장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곳이 광명이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광명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8월 2주 차(13일) 1.05%, 3주 차(20일) 0.98%, 4주 차(27일) 1.05%, 9월 1주 차(3일) 1.01%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광명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3.0% 미만이다. 그런데 올해는 불과 2~3주 만에 지난해 9개월분의 아파트값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광명은 사실상 서울 생활권이라는 지리적인 특성과 KTX 광명역세권 개발에 대한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훈풍이 불었다. 하지만 특정 시기 집중적으로 아파트값이 오른 것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광명 아파트값이 올랐다는 발표가 이어지면서 더 늦기 전에 아파트를 사려는 추격매수 흐름이 형성됐다.
하지만 9ㆍ13 대책 발표 이후 시장 상황은 급격히 바뀌었다. 광명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9월17일 0.58%, 9월24일 0.17%, 10월1일 0.13% 등으로 조사됐다. 광명 아파트값 상승 폭이 크게 줄었다.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10월 이후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올라온 광명 아파트 거래 사례는 0건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9ㆍ13 대책 발표 이전에 많이 오른 지역은 조정을 받고 있지만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망 흐름이 계속되면서 시장의 긴장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광명 부동산은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하락세로 전환할 경우 충격파는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철산동 광명푸르지오 84.7645㎡는 7월 하순 5억7000만원에 팔렸는데 9월 중순에는 6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달 사이에 1억원 이상 아파트값이 뛴 셈이다. 비싼 값에 판 사람은 시세차익으로 이어지겠지만, 산 사람은 초조하게 시장 흐름 변화를 면밀히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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