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늘 주목받는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청와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다. 김동연과 장하성은 각종 경제현안에 대한 입장을 주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장하성은 문대통령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김동연은 혁신성장을 강조하고 최저임금은 사용자와 시장상황을 고려해야 함을 말한다. 장하성, 김동연은 우리나라 ‘경제정책 투톱’이다. 만약 이견 발생 시 누구 말이 더 세상에 잘 먹힐까? 관상(觀相)으로 분석해본다.
김동연 부총리는 호랑이상이다. 호랑이는 백수의 왕이다. 여자든 남자든 호랑이상은 두목이 된다. 만약 호랑이상끼리 만나 결혼하면 비극이다. 최악의 관상 궁합이다. 사주의 궁합과는 다르다. 매일 싸우며 헤어지는 순간까지 전투를 멈추지 않는다. 형제 중에 호랑이상이 둘이면 갈등이 심하다. 결국 ‘형제의 난’이 일어난다. 싸움이 법정으로 번지더라도 중단은 없다. 이런 현상은 권력을 얻어야 되는 호상(虎相)의 운명론적인 인과(因果) 때문이다.
김동연은 인생 목표가 초년에 뚜렷해진 사람이다. 어떤 자세로 세상에 임해야 하는지 깨닫고 가슴에 일찍 각인시킨 관상이다. 이런 유형의 인물은 흔들림 없이 전진한다. 집념이 강한 사람이다. 호랑이가 먹이를 정하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과 비슷하다. 만약 호랑이 관상에게 초년에 불운이 닥친다면 중년이나 말년에는 대박이 날 조짐이라 생각하고 좌절하지 말고 견뎌야 한다. 한 번은 크게 꽃이 피는 관상이 호랑이상이기 때문이다.
호랑이상의 단점은 일방통행식 소통법이다. 성격은 자기중심적이고 욱~하는 기질도 있다. 중년이 지나면 여유가 생기지만 그전까지는 카리스마가 앞선다. 그런데 김동연은 호랑이의 일반적 틀에서 좀 벗어나 있다. 즉 김동연 부총리는 호랑이상 답지 않게 소통을 잘한다. 김동연의 관상에 과거와 달라진 흔적이 있다. 조용한 성정은 그대로지만 성장하면서 변상(變相)을 거친 관상임을 알 수 있다. 예민한 감각을 지녀 까칠하고 직선적인 면이 있었으나 변상을 통해 인화를 펼치고 품격 있는 호랑이로 업그레이드됐다.
자수성가로 성공한 자들은 성장과정에서 아집을 태동시키는 경우가 흔하다. 자수성가한 김동연은 옹이를 만들지 않았다. 나무에 옹이가 여기저기 박혀있으면 거목이라도 쓰임새가 한정된다. 옹이는 동맥경화와 같아 언제 자신을 쓰러뜨릴지 모른다. 옹이 없는 나무는 어디에 내놔도 인기가 좋다. 김동연은 힘들어도 오기부리지 않고 묵묵히 스스로 노력했다. 자력으로 산등성이에 올라 바위 절벽 위에서 당당히 포효하는 호랑이가 됐다.
장하성 정책실장은 염소상이다. 염소는 순하다. 소와 우정이 남다르다. 소상 문재인 대통령이 장하성을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 보는 즉시 맘에 들고 끌린다. 같이 풀어놓으면 사이좋게 풀을 뜯는다. 염소는 소를 힘들게 하지도 않으며 소도 염소가 편하고 믿음이 간다. 염소상은 불이익을 당해도 잘 참는다. 염소상이 한마디 하면 구구절절 옳은 말이기에 잘 새겨들어야 한다. 그러나 염소상이 불평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음메에~ 한 번 하면 그걸로 끝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도 염소상이다. 무던히도 참고 견디다 정녕 아니다 싶으면 그때는 뿔로 들이받는 게 염소다. 그런데 아프지는 않다. 견딜만하다. 치명상은 못 준다. 만약 장하성도 청와대에서 경제정책의 방향을 놓고 김동연 부총리, 또는 누군가와 대립이 돼도 대부분 장하성이 양보할 것이다. 그러나 참다 한계에 도달하면 갑자기 그만두는 인물이다. 사람들은 뜬금없다고 놀랄 것이나 당사자는 속으로 수백 번 생각한 결과다. 어떻게든 자기주장이 옳음을 관철하려는 유형이 아니다. 사업하는 유형과 달리 교수의 스타일과 비슷하다.
염소 중에서 늙은 염소로 태어난 장하성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던 관상이다. 태어날 때 이미 수염 난 늙은 염소로 태어났다. 어린애가 애늙은이 언행을 한다. 어린 것이 뒷짐을 지고 걷기도 한다. 심사숙고하는 자세는 6살 꼬마가 아닌 이미 할아범이다. 장하성은 차분하고 배려심이 아주 깊은 인물이다. 묵묵히 기다려주는 그릇이 큰 거목이다. 장하성을 보고 있자면 염소가 풀을 뜯다 뒷산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며 사색에 잠긴 형상이 오버랩 된다. 만약 전생이 있다면 적어도 3생(生) 동안 한 길로만 걸어온 내공이 엿보인다. 그래서 장하성은 음주가무도 모르고 재미없는 인물이다. 큰 인재가 권력욕, 명예욕 등 사심 없이 나라를 걱정하니 한국은 ‘안심보험’에 가입한 것과 같다.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사이에 이견이 생기면 김동연 안(案)이 채택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호랑이상이 강하고 밀어붙이는 기세도 앞서기 때문이다. 염소상은 양보하고 희생하는 게 익숙해 상대보다 굳이 우위에 서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누구 정책이 옳은지는 전혀 별개다. 김동연은 향후 정치에 입문해도 잘 나간다. 할 말은 하는 김동연과 수줍음 많고 절제하는 장하성의 관상이 상반된다. 그렇지만 김동연, 장하성 둘 다 훌륭한 관상을 지닌 인재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인데 문재인 정부의 복(福)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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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혜 기자